"현실의 절박한 요구, 인권선언으로 만들겠다"

'2008 인권선언문' 초안 공개

다음 달 10일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맞아 인권·사회단체들이 현재의 한국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인권 이슈와 필요한 권리의 내용들을 담은 '2008 인권선언'을 준비하고 있어 주목된다.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2008 인권선언 추진위원회'(추진위)는 19일 서울 중구 장충동 만해NGO 센터에서 '2008 인권선언 포럼'을 개최하고, 인권선언문 초안을 공개했다.

"인권선언문, 자유권 대신 사회권을 앞에 배치"

이날 공개된 인권선언문 초안은 노동권, 건강권, 주거권 등 각 권리별 총 29조로 구성됐다. 이날 포럼에서 초안을 설명한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인권선언문의 기본 구성과 관련해 "권리별로 묶고, 세부 내용을 하위 항목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세부 내용을 항목화한 배경에 대해 "독자적인 항목으로 할 경우 사회적 소수자들이 누려야 할 권리가 누구나 누려야하는 보편적인 권리로 다가오기 보다는 특수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권리만으로 인식되거나 인권을 동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선언문은 자유권과 시민권이 앞에 오는 세계인권선언문과 달리, 인권의 기본 전제인 생명존엄성, 평등, 평화, 연대와 저항의 가치 등을 담은 1조와 2조 이어 사회권이 가장 먼저 서술된다.

명숙 활동가는 이 같은 차이에 대해 "1948년의 세계인권선언은 근대인권담론의 연장에 있기 때문"이라며 "근대인권담론은 봉건제의 신분제약으로부터 벗어나 근대 자본주의로 넘어가는데 있어 중요한 왕으로부터 신체의 자유와 계약의 자유, 재산축적의 자유를 얻는 게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신체의 자유가 먼저 오고, 자유권 중심의 사상이라고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현 자본주의 질서의 착취구조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2008년에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권리부터 쓰는 게 필요하지 않냐는 문제의식 속에서 권리들을 배치했다"며 "그러다보니 한국에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사회서비스, 사회보장의 권리가 가장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을 했고, 사회보장, 주거, 건강 등이 앞에 놓였다"고 덧붙였다.

세계인권선언문 '재산권', '안전권' 등 삭제

또 인권선언문에는 세계인권선언 3조 '안전에 대한 권리'와 17조 '재산을 소유할 권리'도 명문화하지 않았다.

명숙 활동가는 '안전권'과 관련해 "안전에 대한 권리가 개인과 집단을 보호해야할 국가의 의무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국가가 사람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는데 악용하는 경우가 많아 오염되었다는 생각 때문에 '안전권'을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재산권'에 대해서는 "재산권이 최상의 권리인양 오도되는 부자들의 세상, 신자유주의 질서에서 재산권은 인권이 아님을 드러내기 위해 빠졌다"며 "물론 재산권이 아닌 공동형태의 재원마련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3조 사회보장에서 언급했으므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세계인권선언문의 4조 '노예가 되지 않을 권리', 15조 '국적을 가질 권리', 16조 '가족을 형성할 권리' 등을 표현을 일부 수정해 권리 개념을 현재에 맞게 재구성해 반영했다. 또 세계인권선언문 8조 '생명권', 12조 '환경권' 등은 인간 중심의 권리에서 모든 생명으로 그 개념을 확장했다.

한편, 추진위는 다음 달 10일 '2008 인권선언문'을 최종 채택하는 보고대회와 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오는 25일부터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2008humanrights)를 개설하고,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인권선언문에 반영할 계획이다.

추진위는 "촛불이 밝혀졌던 과정처럼,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우리 현실의 요구와 우리시대의 인권의식을 담은 인권선언을 집단적으로 만들어내겠다"며 "단지 60년 전에 제정된 세계인권선언을 되짚어 읊는 것이 아니라 우리 현실에서 절박하게 요청되는 요구사항을 인권선언으로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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