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을 고도 정수과정을 거쳐 페트병에 넣어 파는 것(병입 수돗물)을 허용하는 수도법 개정안이 지난 11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현재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가 제출한 수도법 개정안은 “수돗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라는 목적을 갖고 “지방자치단체인 일반수도사업자와 한국수자원공사가 환경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수돗물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서울시는 2013년까지 강북 아리수정수센터와 영등포 아리수정수센터 등에 고도 정수처리시스템 도입을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에 수출을 한다며 아리수의 상표권을 등록하는 등 벌써부터 병입 수돗물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이런 정부의 움직임에 국회의원들은 물론이며 시민사회노동단체까지 “수돗물의 인식개선은커녕 물 사용의 양극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수도법 개정안은 쟁점법안으로 분류되어 이번 정기국회 회기에서는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늘(25일)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과 물사유화저지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병입 수돗물 판매 허용은 수돗물 인식 제고와는 하등의 상관이 없으며, 정부의 주장과는 반대로 일반 수돗물이 문제가 있어 그대로 판매할 수 없다는 수돗물 불신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는 물 민영화는 하지 않겠다고 누차 이야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환경부 내 물 민영화 법안을 진두지휘한 물산업지원과를 유지하며, 2009년 예산에는 물 산업 프로젝트 매니저 육성 예산 등의 명목으로 각종 물 민영화 정책 예산을 책정해 두었다”라며 “정부는 상수도 민영화에 대해 여전히 추진 의사를 버리고 있지 않은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수도법 개정은 명확히 “상수도 민영화를 위한 정부의 또 다른 정책 중 하나”임을 분명히 하고, 정부가 병입 수돗물 판매가 지방자체단체와 한국수자원공사만이 가능하다고 한 것에 대해 “이미 수도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상수도 관리 운영에 대한 민간위탁을 통해 민간기업은 다양한 방식으로 수돗물 병입 판매에 나설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
결국 수돗물 병입 판매는 시민들의 수돗물 이용비용 부담을 가져올 것이라 이들은 예상했다. 현재 정부가 예상하는 병입 수돗물의 판매가격은 일반 수돗물에 비해 약 238배가 비싸다. 결국 이윤을 남기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수탁회사들이 병입 수돗물 판매에 집중할 것이며 이로 인해 수돗물 사용의 양극화와 수돗물 이용비용의 상승을 불러올 것이라는 것.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시민들의 반대에도 정부가 굳이 지금 시점에서 병입 판매를 허용하는 것은 수돗물을 노리는 일부 대기업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수돗물 개정 시도 중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