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규헌 사회주의노동자정당 준비모임 대표와 가진 인터뷰.
양규헌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코멘트와 야3당 미팅, 그리고 4일로 예정된 반MB민주연합 건설 흐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제위기의 책임 대상에 민주당이 포함되며, 낡은 제도정치에 휩쓸리는 민주노동당을 이해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전노협 위원장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대표 일을 해오며 변혁적 민주노조운동에 투신했지만, 현실의 무기력과 패배감을 십분 공감하는 분위기. 사회주의노동자정당의 대표 일을 하게 된 걸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였다.
1000명 추진위원회 건설이 ‘하나의 욕심’일 수 있다면서도 12-1월 간담회, 토론회 등의 사업과 경제위기 공동대응 계획을 밝혔다. 현장, 사회운동, 당운동에 회의와 문제의식을 갖는 건 역으로 운동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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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규헌 사회주의노동자정당 준비모임 대표 |
10월 11일 사회주의노동자정당준비모임(준비모임) 출범, 안팎의 평가
초동모임이 7월 경 이루어져 현장 순회간담회에 들어갔다. 현장에서 충분한 토론이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와 함께 출범 시기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있는데 이건 또 뭐냐, 현장에서 어떻게 설명하라는 거냐는 물음이 있었다.
초동은 비공개모임이었다. 그런 문제 하나하나 해소하는 것도 준비모임 공식 단위 띄운 후 하는 게 좋겠다고 보고 출범 시기를 조율했다.
한국 사회에서 사회주의정당을 띄운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당을 만든다는 점에서 희망과 기대도 있다. 물론 고립된 좌파운동, 좌파의 기운이 쇠퇴한 상황에서 가능할까 의심도 많다. 준비모임 출범 당일에 성원 107명 외에 활동가들이 많이 참여하면서 새로운 희망이 발견되는 분위기도 있었다. 아무튼 시작이라고 본다.
현장이나 시민사회에서 사회주의 정치세력의 호소력이 부족한데
지금 상태에서 호소력이라는 건 안 맞는 것 같다. 보편적인 사회주의에 대한 상이나 그림을 객관화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다.
지금 시민사회에서 사회주의 하면 떠오르는 게 독재, 억압, 부패집단, 집체극 같은 것일 텐데, 20세기 사회주의 몰락 과정에서 발견한 문제들이다. 여기에는 자본주의가 조작해낸 이데올로기 측면도 있다. 레드컴플렉스도 마찬가지고.
사회주의가 지향하는 억압과 착취, 차별과 배제를 없애는 것, 노동자 민중이 권력의 중심이 되는 사회에 대해 교감의 경험도, 실험도,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 상상조차도 가로막았던 법제도 장치와 국가보안법이 오랜 기간 지속되어왔다.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세력의 활동 부족이 크다. 주변에 다양한 세력이 있다. 하지만 조합주의라는 평가가 많다. 사회주의 활동이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반증, 비판일 거다.
준비모임은 사회주의 지향을 구체화하며 대중과 만나나갈 계획이다. 개념만 난무한 활동을 지양할 생각이다.
개념만 난무하는 활동?
사회주의가 실천이나 투쟁은 결여된 상태에서 주장만 강조된 측면이 없지 않다. 준비모임은 현재 조직된 성원은 취약하다. 최근 준비모임 팀장회의를 통해 독자적인 투쟁기획은 내지 않는다는 결정을 했다. 독자적으로 싸움을 하는 것과 준비모임이 기획해서 연대단위 활동을 하는 건 다른 건데, 앞으로 공공연하고 가능한 실천 과정에서 개념만을 중시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11월 22일 1차 집행위
1차 집행위는 추진위 건설을 위한 준비모임 사업계획을 확정하는 자리였다. 강령, 토론 계획, 준비모임 확대 조직화 사업, 대중정치 선전 사업 등을 논의했다.
경제위기와 맞물려 대안과 투쟁 과제를 집중 논의했다. 논의를 마무리 하는 대로 지역과 현장의 토론을 전개할 것이다.
여러 사회주의 정치세력과의 정치토론도 다뤘다.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모든 세력과 열어놓고 추진위를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과거처럼 정파 간 연합을 추진하는 계획은 아니며, 정파를 포함해서 정치에 공감하는 활동가와 접점을 형성하며 확대해나간다는 방향이다. 각 주체들과 준비된 토론회와 간담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12월에 집중해서 준비하고 1월부터 여러 세력과 다양한 사업을 가져갈 생각이다. 12월에는 주로 변혁운동의 방향, 당의 성격과 활동방향, 좌파운동의 평가를 담은 준비모임 차원의 회원 토론회에 집중하고, 1월에는 여러 사회단체, 정치조직과의 토론회, 간담회를 준비할 생각이다.
토론회, 간담회의 대상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 노동자진보정당건설전국추진위(노건추), 사회당 등과 가볍게 인사하는 자리를 가졌다. 우선 준비모임 출범 취지를 설명하고 이후 사회주의 운동의 긴밀한 협조를 모색하자는 정도의 이야기를 했다.
사노련, 노건추, 사회당이 대체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우리가 사회주의 운동세력과 다양한 형태의 간담회나 토론회를 기획하는 건 열어놓고 토론한다는 데 있다. 1월 경 간담회나 토론회를 위해 해당 조직과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할 생각이다.
지난 3단체 토론회(10월 18일 노동자의힘, 사노련, 노동해방실천연대 공동주최의 토론회)처럼 성과를 모으기보다 이질감을 드러내는 건 사회주의 세력이 지향하는 방식이 아니다.
그래서 해당 조직들과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할 생각이다. 각자 생각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를 충분히 확인하는 가운데 토론회를 준비하고, 경제위기 대응 투쟁사업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정파간 모색, 잘 된 적이 없었는데
아다시피 좌파 세력 간의 상태는 통일과 결집의 역사이기보다 분열의 역사였다. 3단체 토론회도 그런 측면을 보였다. 한편으로는 충분한 준비가 없었던 문제도 있다. 알리는 정도로 모아내고 추진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본다.
사회주의 운동세력이 함께 갈 수 있는 기본 조건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준비단위를 구성하고, 그만큼 준비에 공을 들여야 한다. 각 단위가 의견을 쏟아내고 참여하는 사람들은 듣고 그런 게 아니라, 간극을 좁혀나가는 토론이 되기 위해 그만큼 사전 토론을 하자는 취지에서 준비기간을 많이 잡은 것이다.
이미 확인된 차이도 많고..
사노련의 경우 노동자의힘 쪽으로 사업을 제안하면서 검증이라는 단어를 쓴다. 사노련이 보기에 이전 노동자의힘이나 준비모임이 사회주의 정치세력으로서 100% 신뢰가 안 간다고 보는 건데, 말하자면 각 단위들이 그런 차이가 있다.
노건추의 경우 이른바 현장파와 하나의 막연한 인맥은 아니고 노선에 차이가 있어왔다. 노동조합 활동에서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한 입장 차이 같은 예를 들 수 있겠다. 변혁적 노동조합운동 노선에서는 사회적 합의주의가 재론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나 중앙파의 경우 그 지점에 대해서 조금 불분명한 태도를 취했던 바 있다. 그렇지만 사회주의를 지향하겠다는 건 ‘전진’의 문건에도 나와 있다. 노동조합운동의 노선 자체도 변혁적 노조운동으로 되어야 하는데 그런 지점을 토론을 준비하면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지점을 확인하지 않은 채 형식적인 토론을 하는 건 의미가 없겠다.
특별히 경제위기 대응
며칠 전 야3당이 모여 ‘남북관계 위기 타개를 위한 비상시국회의’를 합의했다. 450여 개 시민단체들도 참여한다고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반MB민주연합이 아니다. 민중들의 생존이 파탄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응전선이 일차적이다. 동시에 그 책임을 국가와 자본에게 분명하게 물을 수 있는 전선을 만들어야 한다. 그 책임 대상에는 민주당도 포함된다. 낡은 제도정치에 휩쓸려가는 민주노동당을 이해하기 어렵다.
현재 세계 경제 공황은 자본가와 이명박 대통령도 이야기한다. 이건 체제를 둘러싼 논의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면서 마치 케인즈주의에 입각한 경제정책이 대안인양 하는 주장도 나오는데, 케인즈주의 비판을 넘어서는 근본적 대안 논의가 필요하다.
대안 논의는 구체적 투쟁과 결합돼야 한다. 건설, 금융, 조선, 자동차 산업들이 위기를 명분으로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데, 여기서 비정규직 문제가 대두된다.
건설의 경우 특수고용 비정규직이나 간접고용노동자들의 생존이 크게 위협당하는 상태다. 더 큰 문제는 구조조정 과정에 대량해고가 쏟아진다는 거다. 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는데 노동자 실업도 있지만, 취업대상 둘 중 1명이 실업자라는 통계도 나오고 있다.
위기 성격 논의가 금융시스템 중심으로 이야기되고, 새로운 금융질서 대안 논의로 집중되는 듯하다. 진보 정치세력조차 이에 합류하는 분위기다. 우리가 고민할 것은 실물경제 위기 과정에서 비롯되는 노동자 민중의 삶의 문제다. 시급한 대응태세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는 인식이고, 이 지점을 집행위에서 집중 논의했다.
경제위기 대응 10년 전과 비교하면
10년 전과 지금 가장 크게 다른 것은, 위기를 투쟁으로 돌파하고자 하는 운동 주체의 의지측면이겠다. IMF 경제위기에 노동자가 돌파하겠다는 의지 표명이 있었다. 지금은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다. 이게 운동의 현주소다.
노동운동이 경제위기 극복 방향을 잡는 데 있어 임금을 줄인다거나, 고통을 분담한다는 논리가 제기되는데 이게 가장 우려된다. 투쟁으로 돌파해나가면서 변화되는 정세에 긍정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그런 점에서 정치조직의 역할이 크다.
어렵긴 하지만 본격적인 경제위기 국면이 오기 전까지는 현장을 다니며 투쟁을 준비하겠다. 건설, 자동차, 기계, 금융 등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과정을 주시하고, 비정규직 투쟁 대오를 형성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대응 논의 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지금도 늦었다고 생각한다. 빠르게 대응태세를 갖추겠다. 정치세력, 사회운동세력 모두가 결집해서 향후 투쟁방향을 중심으로 논의해나갈 계획이다.
준비모임의 추진위원회 건설 전망은
솔직히 주체 상태가 좋지 않다. 무기력과 패배감이 극에 달해있다.
우선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대중조직운동이 급격하게 약화되어왔다. 계급적 산별 이야기를 했지만 산별이 투쟁이 아니라 재편으로 끝나버렸다. 그 결과 현장은 상당히 침체되어 있다.
준비모임은 현장에 깔려있는 무기력과 패배감을 극복하기 위해 변화된 활동을 해야 하는데, 당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확대하는 걸 1차 관문으로 생각한다.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반자본운동으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실천이 지금 필요한가에 대한 공감이 2차 관문이다. 그래서 지금 시기가 가장 힘들다. 이 지점을 무난히 통과한다면 추진위 건설도 무난할 텐데...
무기력도 있지만 다행히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도 확인된다. 대중조직부터 현장, 사회운동, 당운동에 회의와 문제의식을 갖는 건 역으로 운동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2009년 상반기에 1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추진위를 건설하는 게 목표다.
1000명?
준비모임의 사업 성과를 어떻게 모으느냐의 결과로서의 의미이다. 규모라기보다는 사업의 성과라 할 텐데, 하나는 현장을 어떻게 조직하느냐 이고, 또 하나는 사회주의 운동세력 간에 통합의 물줄기 속에 의미있는 성과를 낳는 걸 의미한다. 1000명은 그런 개념이다.
현장 활동가 조직과 좌파 정치세력의 결집을 어떻게 이뤄내는가의 문제로 이해하면 되겠다. 준비모임이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으면 추진위 건설은 어려워질 거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과의 연대나 협력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의 활동방향과 전망, 목표에 흔쾌히 동의하지 않아 준비모임을 만든 거다. 하지만 함께 사업을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앞에서 말한 자동차, 조선, 건설 등 구조조정과 비정규악법 폐기 투쟁은 함께 해나가야 한다. 단지 연기명하는 수준을 넘어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만드는 일이다. 이런 활동은 없어서 문제다.
준비모임이 정리해고와 실업자 양산, 삶의 기반이 취약한 데 대한 대안을 내지 못하고 있다. 민생 민생 하지만 삶의 위기에 처한 민중의 저항에 대해 정치조직은 자기 안을 내야 한다. 준비모임은 그런 공동투쟁 기반과 풍토를 마련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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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1일 사회주의노동자정당 준비모임 출범대회. 사진/ 참세상 자료사진 |
정당인데 집권 구상은
어려운 질문인데, 준비모임은 의회를 통한 집권에 다소 비판적이다. 근본적으로 계급대중을 수동화시키고 실질적인 정치, 사회, 경제 주체로 서는데 질곡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노동자 민중의 실질적인 대체권력을 만드는 것으로 정리하는데, 의회전술도 그 방향 속에서 유의미하게 활용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본다.
대리주의, 투표기계 전락이 낳은 문제점은 지난 민주노동당의 실천에서 드러나고 평가된 바 있다. 준비모임은 이 문제를 더 토론할 생각이다. 논의를 많이 하고 있다.
포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민주노동당이 분당되기 이전까지는 계급정당을 띄어야 할 시기라고 보지 않았다. 이른바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계급정당을 띄우려면 최소한 계급투쟁의 양적, 질적 토양을 만드는 과정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 민주노동당이 분당되면서 계급정당의 비전과 대안, 전망이 보였다면 생각이 달랐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
10년 이상 정치조직운동 과정에서, 민주노조운동이 변혁을 지향하도록 노동조합운동에서 좌파노선을 견지했다. 그러나 대중은 계급정당에 대한 선택은 고사하고 희망조차 없는 상태에 처했다. 운동 발전 전망이 암담하다고 느꼈다.
90년대에 평등세상, 노동해방 이야기하다 민주노총을 만드는 계급적 지향을 가졌으나, 지금은 허물어졌다. 초동모임 때는 정당 건설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성과라고 생각했다. 초동모임에 결합하게 됐고 추진위원회 건설은 하나의 욕심일 수 있다고 보지만, 민주노조운동에서 지향해왔던 정체성의 연장에서 보면 불가피한 선택이다. 우리의 지향이고 정치세력화의 올바른 위상과 형식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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