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맞는 인권선언 필요했다

[기고] 2008인권선언에서 주목해야할 것들!

올해는 세계인권선언이 만들어진지 60년이 되는 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세계인권선언은 1948년 세계대전의 폐허 속에서 피어난 생명입니다. 그래서 폭력과 전쟁에 대한 혐오, 반성 속에서 평화에 대한 염원이 만들어낸 국제사회의 최소한의 합의였습니다.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체제의 문제를 건드리지 않지만 생존의 문제를 최소한 담아내는 선언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선언의 많은 부분이 자유권이 차지합니다. 이는 근대인권관에 맞닿아있는 것입니다.

근대 자본주의의 태동과 함께 자유주의적 인권관은 성장해왔습니다. 자본주의적 인간- 신분적 질서에 얽매이지 않는 노동자와 자본가-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생명, 신체, 재산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했습니다. ‘신체의 자유와 재산의 자유’는 절대불가침의 권리였고 이는 프랑스혁명기의 선언에도 나타나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가진 자들의 선언에 맞선 민중적, 여성적 선언도 있었습니다. 선언운동의 과정이 바로 이데올로기 투쟁의 과정이었습니다.

시간과 공간, 사람들의 관계, 사회적 관계를 기반하지 않은 선언-말, 행동은 없습니다. 그래서 선언은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제인식을 담은 것이자 새로운 사회에 대해 모색하고 이데올로기투쟁이 일어나는 격론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2008인권선언은 세계인권선언을 단지 기념하는 일이 아닙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촛불로 타올랐던 민중들의 저항을 담고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선 투쟁의 결과입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선언을 만들면서 여러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어 토론한 결과물입니다.

사회권이 우선으로 들어간 구조

2008인권선언의 구조는 세계인권선언의 구조와 다릅니다. 세계인권선언이 신체의 자유가 가장 먼저 들어가는 자유권 중심의 구조를 취하고 있는 반면, 2008인권선언은 사회권이 우선으로 들어간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실에서 사람들이 가장 고통받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구조를 취하였기 때문이기도 하며 신자유주의의 세계화속에서 ‘자유’는 왜곡되고 오염되어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합니다. 세계인권선언 제정 당시 미국을 비롯한 자본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 간의 핵심 논쟁이기도 했던 부분입니다.

재산권은 인권이 아님을 분명히

그래서 재산권을 인권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권’자만 붙으면 마치 인권인냥 왜곡되고 있는 현실, 세계인권선언 17조가 재산권에 대한 무한인정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인권관련 학자들의 일부는 세계인권선언의 17조는 재산권을 명문화한 것이라기보다는 사회권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에 대해 언급한 것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이를 명시화하지 않았기에 논쟁의 영역이 되고 있습니다. 재산권은 인권이 아니며 인권보다 우위에 설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인권선언의 가족주의, 보호주의 담론을 깨

1948년의 선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가족을 사회의 기본단위로 상정하고 있고, 여성과 아동에 대한 보호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성애에 기반한 가족주의는 ‘개인간 결합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담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가족주의는 노동력의 재생산의 하부단위로서 기능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2008 인권선언은 가족형성의 권리를 “23조 - 모든 사람은 가족을 포함한 개인 간 결합을 이룰 자유와 이루지 않을 자유가 있다 ”로 수정하였습니다.

1948년 인권선언의 보호주의 담론은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이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보호’라는 이름의 또 다른 굴레를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이번 인권선언에는 여성, 아동, 장애, 이주민,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단지 소수자의 시선으로 다시 적어갔습니다. 구체적인 권리명시가 구체적인 권리를 찾는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공사이분법을 넘는 성적 권리를 독자화

이성애중심의 가부장질서에 대한 비판의식이 없는 1948년의 선언은 성적 권리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는 오랫동안 이어져온 공사이분법의 논리이기도 하며 성적 권리를 권리로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일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인권선언에서는 성적권리를 독자적인 항목으로 구체화하였습니다. 차별금지법조차 제정되어 있지 않고 보수기독교가 동성애자들을 공공연하게 비판하고 있는 현실에서 성적 권리를 구체화하는 더 없이 중요한 일입니다.
이는 “9조 - 모든 사람은 자신의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을 스스로 결정하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또한 자신의 성적 지향 및 취향, 성별 정체성과 관련한 정보를 드러낼지 드러내지 않을지 선택할 권리가 있다”로 명시하였습니다.

소수자의 시선을 담으려는 2008선언

2008인권선언은 소수자들의 시선으로 써내려가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많이 부족합니다. 반차별권을 구체적인 권리로 14조에 담았으며 신체의 자유, 이동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구체적인 항으로 들어갔으며 노동권에도 이러한 소수자의 시선은 항에 구체적으로 담겨있습니다. 특히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억압이 심화되고 있는 지금 ‘1948년 15조 국적을 가질 권리’는 국적을 포함한 정치공동체를 갖거나 자유로울 권리로 수정하였습니다. 국적을 삭제하지 않은 것은 세계질서에 대한 상상과 밑그림이 아직 덜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적이 없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권리를 박탈당하는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서 조항을 수정하는 것으로 하였습니다.(“모든 사람은 국적을 포함한 정치공동체에 소속되거나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 )그러나 무국적자여도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꿈꾸어보고, 국적외의 세계시민공동체 등에 대한 상상을 발휘하자는 의미에서 ‘국적을 포함한’이라는 표현을 썼으며 ‘자유로울’권리라고 썼습니다.

노동에 대한 새로운 상상과 한계

'시대를 뛰어넘는 시대인식‘을 갖기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다보니 ’노동‘에 대한 우리의 생각도 ’자본주의적 노동‘, 다시말해 이윤을 낳는 추상적(교환가치) 노동만을 노동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동개념을 깨뜨리는 것은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데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노동의 개념을 재정의하려고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적 노동개념을 깨뜨리는 방식을 노동개념을 확장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고, 노동이 중시되는 게 아니라 다른 가치가 중심이 되는 방식으로도 깨뜨릴 수 있지 않을까하는 고민 때문에 노동개념을 정의하지 않았습니다. 노동할 수 없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노동을 중요가치에 두는 것은 한계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본주의적 노동을 할 수 없는 장애인의 노동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는 것이지요. (물론 일하고 싶은 장애인에게 일할 권리를 박탈하는 구조가 있기에 일할 권리는 여전히 명시하였습니다.) 그 외에 사회적 가치가 있는 노동을 할 권리와 노동을 거부할 권리도 포함시켰습니다. 그래서 노동이 자본주의적 노동으로 한정되지 않도록 제한규정을 두었습니다.

4-1항에는 “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할 권리가 있으며 이 권리를 생산성의 잣대로 박탈해서는 안 된다. 또한 누구나 강제노동을 하지 않을 권리, 경쟁적이고 비인간적인 노동을 거부하고 사회적 가치가 있는 일을 할 권리가 있다.”로 하였습니다.

또한 노동권의 개념이 확장되고 있는 현실에서 노동권을 하나의 조항을 만들었습니다. 노동권을 노동자의 권리로만 보거나 노동조합의 권리로만 보는 현재의 시각에서 벗어나자는 생각에서 주어를 ‘노동자’가 아닌 ‘사람’으로 하였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모두 인정하는 권리인 노동3권(단체결성권, 단체협상권, 단체행동권)이 천박한 자본주의인 한국에서 불온시 되고 불법시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4조에 노동조합결성이라고 분명히 하였습니다. 권리를 분명히 하는 교육의 효과를 노린 것이기는 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노동단체는 꼭 노동조합만을 의미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며 노동조합이 아니라는 이유로 단체행동권이 제한받아서도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한계가 있지만 적어도 노동 3권을 우리 모두의 권리로 인정되길 바랍니다 .

미래로 열린 선언

2008선언은 2008년의 문제인식을 담은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이 달라지고 거기를 사는 사람들의 문제의식이 진보하면 선언은 재구성될 수 있는 것입니다 . 현 세대가 미래세대의 권리를 제한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08인권선언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인권선언이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가장 마음에 드는 권리는 저항권과 연대권입니다.

“28조 - 모든 사람은 선언에 제시된 권리가 완전히 실현되도록 연대할 권리가 있다. 연대는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의 존엄함을 실현하는 권리이다."
"29조 - 인권을 유린하는 압제 정치와 사회 구조에 맞서 저항하는 것은 고귀하고 정당한 권리이다. “


- 2008인권선언 행사 (10일, 청계광장)

■ 2시 인권선언 선포 기자회견
■ 4시: 릴레이인권선언 부스 및 시민한마당
■ 7시: 촛불문화제
덧붙이는 말

명숙 님은 2008 인권선언 추진위에서 활동하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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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선언 , 노동권 , 저항권 , 연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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