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간부 “촛불 엄단은 경찰력 남용” 주장

<경찰학연구>에 기고 “촛불은 불순세력 아니다” “야간집회 금지도 잘못”

경찰 간부가 집시법, 촛불시위와 관련 경찰 수뇌부의 공식 입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주장을 발표했다.

22일 한국일보 등의 보도에 따르면 임승택 경찰대학 교수부장(경무관)과 권용철 중앙경찰학교 정보보안학과 교수는 지난 5일 발간된 <경찰학연구> 저널에서 촛불시위는 불순세력의 폭동이 아닌 전 국민이 스스로 주체화해 거리로 나선 것이며, 야간집회 금지는 경찰의 잘못이라는 주장을 폈다.

권용철 교수는 저널에서 “촛불시위는 3.1만세운동, 4.19혁명 등과 같이 전 국민이 스스로 주체화해 거리로 나선 것"이라고 규정했다. 어청수 청장 등 경찰 수뇌부가 주장하는 "촛불시위는 특정 불온세력들이 주도한 것"이라는 소위 '촛불 배후론'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입장이다.

권 교수는 이 논문에서 촛불배후로 지목돼 왔던 진보진영은 지난 한미FTA 협상 과정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왔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주도권을 일반 국민들에게 빼앗겼다고 지적했다. 진보진영이 촛불시위 내내 시위의 중심에 서지 못했다는 뼈아픈 비판이다.

권 교수는 국민들이 스스로 만든 촛불시위를 일부 불온세력의 폭동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10대 청소년, 여성, 노인 등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지만 조직화되지 않은 사회적 약자 그룹이 촛불시위를 이끈 것처럼 이들이 사회 변화의 주체로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경찰과 정부에게도 변화된 상황에 대해 기민하고 객관적이며 열린 자세로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요청된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임승택 경찰대학 교수부장은 ‘현행 집시법의 주요 쟁점과 개정 방향’ 논문에서 집회 금지처분을 남발한 경찰의 태도를 문제 삼으면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특히 야간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해온 경찰의 태도에 대해 “집시법이 야간집회를 허용하도록 하고 있는 ‘부득이한 경우’를 경찰이 매우 제한적으로 해석해 금지시켰다”고 비판했다.

임 교수는 또한 헌법 취지상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는데도 경찰이 집회 신고제를 사실상 ‘경찰서장의 재량에 의한 허가제’처럼 운영하고 있다는 일부 단체의 비판을 소개하면서 “경찰은 능동적으로 집회, 시위를 허용하는 헌법 이념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 수뇌부의 기존 입장을 반박하는 이들 논문에 대해 경찰 안팎에서는 다음달로 예정된 경찰의 대대적인 정기인사에서 촛불시위 진압에서 온건파였던 이들을 좌천시키는 것에 대한 불만 표출이라는 해석을 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