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다, 기대된다, MBC 파업

[김형진] 1인미디어와 만나면 파업도 ‘명랑히어로’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오는 26일 총파업에 돌입한단다. 방송사가 파업하면 TV 화면은 어찌 되는 걸까? 좀처럼 상상이 되질 않는다.(신문사가 파업하면 신문이 아예 나오지 않는 것일까도 궁금하다.) 그렇다. 상상되지 않는 두려움 때문일까, 언론노조의 파업 소식을 접한 후, 긴장은 심장을 쿵쾅거리며 온몸을 전율케 한다. 파업을 준비하는 언론노동자들 모두에게는 비장한 시간이겠지만, 겸연쩍게도 파업 소식을 접하는 난 몹시 유쾌하다. 올게 결국 왔다. 건강한 긴장이 만들어낼 스펙터클을 떠올리니 입가에 고소한 미소까지 흐른다.

MBC만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독 MBC의 파업 전의가 드높다고 한다. 한나라당의 언론장악 7대악법의 표적이 MBC라는 분석은 물론, 지난 방송문화진흥회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대책없는 발언까지, 모든 상황이 MBC 파업의 결의를 부축이고 있는 꼴이다. MBC는 <뉴스후> <시사매거진 2580>과 <뉴스데스크>를 통해 파업의 원인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나섰다. MBC 홈페이지에는 지금 파업을 지지하는 시청자들의 격려와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일단 분위기는 괜찮다. 지난 봄과 여름 거리 곳곳에서 들려오던 ‘마봉춘’의 환호가 아직은 유효한 모양이다. 당시 MBC에게 몇 가지를 주문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책 한켠을 차지한 글의 메시지는 “MBC가 모험을 시작할 순간이다”으로 정리할 수 있다. 수사 아니었다. 진심이었다. MBC가 한몸으로 받았던 촛불의 스포트라이트가 유지되길 진심으로 바랐다. 걱정은 스스로를 성찰해내지 못하고 촛불이 던진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안된다는 걱정이었다. 당시 애정어린 비판이라는 시시한 감성이라 생각했으나, 이제와 돌이켜보니 그것은 조만간 들이닥칠 재앙에 대한 ‘두려움’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몇 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MBC는 일대의 모험앞에 섰지 싶다. 파업이 코앞이다. 지난 1년이 오버랩되고 있다.

MBC는 내심 두려운 모양이다. “고통스러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박성제 MBC 노조위원장은 “일부 선배들은 파업을 통해 이길 수 있겠느냐고 걱정하기도 하지만, 링에 올라가기 전에 지면 어떻게 하나 생각해선 안 된다”( 박성제 위원장 인터뷰 가운데)며 애쓰는 ‘결의’를 던지기도 했다. 그 두려움의 구체적인 실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긴 어렵다. 허나 무슨 일이든 사람들의 ‘입방아’가 있기 마련이다. 단언한다. 곧, 이번 파업의 성패는 곧 ‘여론’이다.

“방송사들이 파업에 들어가면 조중동 같은 보수신문들이 대대적인 공격에 나서는 것 아닙니까?”
“예, 그렇게 예상을 할 수가 있겠습니다. 사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그동안 방송진출을 계속적으로 추진해왔고요. 방송사들이 파업에 들어가면 밥그릇 지키기로 폄하를 하면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작년에 정권이 바뀌면서 방송진출에 가장 좋은 기회를 갖게 된 보수신문들은 그 어느 때보다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입니다.” (<뉴스후>, 106회, 12월 20일 방영)


지난 12월 20일 <뉴스후>에서 방송법 개정과 관련한 문제를 다루면서 언론 총파업 시 이어질 조중동의 전면적인 공격을 예상하였다. 파업 시 조중동이 만들어갈 여론을 막기 위한 일종의 포석으로 보이기도 한다. 며칠 전부터 조중동은 ‘전파는 국민의 것’이라며 ‘방송사 이기주의’라고 MBC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삼척동자도 아는 조중동만의 고유 문법이다. 파업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 파업의 정당성에 대한 진심어린 호소는 자칫 비상식적인 언론들의 여론형성으로 왜곡될 수도 있다. 이러한 예측은 파업을 코앞에 둔 언론사들의 진부하지만 강력한 고민거리이기에 충분하다.

지지한다. 현 시점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총파업을 지지하다 못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수없이 봐왔다. MBC는 물론 이번 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모든 언론매체는 노동자들의 파업에 ‘정당하지 않다’는 스테레오타입을 구사해왔다. 지하철과 철도 노동자가 파업하면 “국민들의 발을 묶었다”다고 하고, 현대차 노동자,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파업을 했을 땐 “경제 타격”을 이야기해왔다. 그리고 이제 언론사가 파업에 나선다. 매체를 가지고 있다고 하나 언론사 역시 ‘여론’ 앞에 파업이 두렵긴 마찬가지다.

비법은 없다. 상식만 있다. “거리의 저널리스트들과 연대하라!” 촛불이 주목한 1인미디어, 거리의 저널리스트들과 호흡해야 한다. 그래야 산다. 주류매체에 대한 불신으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거리의 저널리스트 곧 한국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 한 명 한 명과 소통해야 한다. 블로거들과의 접촉을 시도해야 한다. 비빌 언덕은 주류매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민, 국민, 그리고 민중이라 일컬어지는 삶 속에 있다. 그것이야말로 이번 파업의 의미를 온전하게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모든 파업은 조직 내부와 그 가까운 구성원들만의 이해관계로는 해석될 수 없는 다층적인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다. 지금, 언론노동자들의 파업은 언론의 공공성과 독립성, 그리고 다양한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악법과의 한판이다. 결국, 이번 파업 역시 언론노동자들만의 이해관계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 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대결이다. 따라서 두려운 것은 조중동의 간사한 입방아가 아니라, 거리의 저널리스트들이 이번 파업을 외면하는 것이다.

지난 6월 예상했듯, MBC는 결국 ‘모험’에 나섰다. 그러나 어쩌면 MBC의 모험은 ‘파업’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번 파업보다 중요한 것은 MBC가 미디어의 공공성을 위해 진정 ‘거리의 저널리스트들’과의 ‘연대’할 수 있는가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단언하건대 악법과의 정면대결, 그 승패의 카드는 언론 총파업의 ‘명랑히어로’가 되어줄 거리의 저널리스트들과 팀워크를 이룰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언론 총파업, MBC의 행보를 지지한다. (김형진/공공미디어연구소 교육팀장)
태그

mbc , 언론노조 , 미디어공공성 , 공공미디어연구소 , 뉴스후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미디어스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