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적 투쟁을 안 해도 되는 새해를"

[기획인터뷰 4] 이대우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지회장


[기획인터뷰4] 참세상은 촛불의 해를 보내며 2008년을 달구었던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더 큰 촛불의 2009년을 전망합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네티즌 안단테, KTX열차승무지부 김영선 상황실장, GM대우차비정규직지회 이대우 지회장에 이어 1월 5일 기륭공대위 소속 '함께맞는비'의 이상욱, 1월 6일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순으로 이어집니다. - 편집자






2009년으로 또 다시 해가 바뀌면서 금속노조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지회는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 430일을 넘겼다. 2007년 9월 하청업체의 외주화에 맞서 노동조합을 만든 후 35명의 해고자가 생겼다. 12명의 해고자는 현재도 남아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430일이 넘는 시간동안 천막농성, CCTV고공농성, 마포대교 고공농성 등을 이어오면 해고자 일부가 복직되기도 했다. 일부는 경제적 이유로 노조를 탈퇴했다. 아직도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13명의 해고자는 자신의 복직을 위해, 현장에 남아있는 조합원과 비정규직을 위해,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대우 GM대우 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을 작년 12월 30일 GM대우자동차 부평공장 서문 앞에 위치한 천막농성장에서 만났다. 긴 천막농성에도 "훌륭한 천막에서 유복하게 지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고공농성 후유증으로 골병이 나 아침마다 돌아가지 않는 허리의 통증은 숨기지 못했다. 힘든 천막농성이지만 "천막이라도 있어 회사가 외주화를 대놓고 하지 못한다"면서 공장 안에 노조 사무실을 만들 때까지 천막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란다.

그는 그 동안의 싸움을 '비상식적 투쟁'이라고 했다. 새해 소망이 "철탑에 올라가지 않아도, 밥 굶지 않아도, 맞지 않아도 되는 정상적인 삶"이었다. 하지만 경제위기 앞에서 다시 "비상식적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아래는 이대우 GM대우 비정규직지회 지회장 인터뷰 전문이다.


휴업 이후로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많이 퍼져있을 것 같다. 지금의 위기를 현장에서 어떻게 체감하고 있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해 이야기해야 한다. 정규직은 IMF때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정리해고를 당하면 당했지 희망퇴직을 안 받는다는 인식이 있다. 희망퇴직을 하면 이후에 어떤 구제수단도 없음을 경험을 통해 알기 때문이다. 이번 위기가 비정규직의 정리해고 수준에서 정리될 것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 그래서 체감하는 위기감이 떨어진다.

비정규직은 GM대우에서만 일을 한 게 아니어서 몸으로 체감하는 게 다르다. 워낙 이곳저곳을 떠돌면서 일을 해왔으니까. 위기가 다가오면 더러워서 딴 데 간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투쟁을 관망하는 자세로 나타난다. 이런 모습을 보면 답답하다. 자본은 경제위기를 이용해 노사관계 재편하려는 게 뻔한데.

이번 위기는 GM대우만의 문제가 아니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위기가 심각해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 함께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비정규직의 문제가 묻힐 우려도 있다.

쌍용차노사가 노사상생 논의를 한다는 게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쌍용차 동지들에게 확인해보니 별 내용 없었고 이야기 한 번 해보자는 정도였다고 한다. 그것을 언론에서 활용한 것이었다. 쌍용차는 지금까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공동투쟁이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공동투쟁이 얼마나 계속될 지 걱정되기도 한다. 정규직지부가 비정규직 문제를 빼고 합의를 할 수도 있으니까. 감나라 배나라 할 입장이 아닌데 괜히 말한 것 같다.

GM대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공격이 다르게 들어올 것 같다.

회사나 정규직지부에서 구조조정 안을 내놓은 게 없어 갑갑하다. 물밑으로 조립2공장을 상시 주간으로 바꾼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사측은 정규직에게는 임금동결 복지 등의 단협의 후퇴를 요구할 것이다. 소문 수준이기는 한데 비정규직은 전원 계약해지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정규직지부의 정기 대의원대회가 1월 19일에 있다. 이때 특별단체협상위원을 구성해 이번 위기를 돌파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금속노조는 투쟁본부로 전환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역본부 차원에서도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규모가 있다 보니 발이 느리다.

비정규직 구조조정은 1월 중순정도에는 현장에서 가닥이 잡힐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하냐가 남는다. 하지만 현실적인 답이 없다. 자르면 자르지 마라로 투쟁하면 좋은데 그게 안 된다. 쟁의권이 있어 합법적 파업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조직력이 떨어져 폭넓은 투쟁을 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선도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 비상식적인.


어떤 동지는 이번 위기를 공장안의 고용문제로만 접근하면 승산이 없다고 한다. 현실적 힘에서 밀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라를 상대로 실업급여의 완전적용 같은 것을 제기해야 한다고 한다.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 권리에 대해 조직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선도투쟁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동의는 하는 데 아직까지 머리하고 몸이 따로 논다. 당장 공장에 있는 2500명 비정규직의 고용에서 눈을 돌리기가 어렵다. 벌써 2,3차 하청에서는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힘이 없어 대응하지 못할 뿐이다.

완성차 비정규직의 경우 정규직과 관계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비정규직 싸움을 함께 하는 정규직도 현실의 차이에 의해 갈라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정규직은 비정규직의 조급증을 비판한다. 싸움을 하려면 군사도 만들고 군량도 비축하는 게 전쟁의 ABC인데 비정규직은 그러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사안의 긴박성이나 중요성을 느끼는 차이가 있으니까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정규직을 볼 때는 대기주의적 성격이 걸린다. 이것저것 따지면 언제 싸움을 하냐는 거다. 조합원이 설득이 안 되면 활동가라도 붙어야 해야 한다. 최소한 사측에게 얻어터지면 활동가라도 방어해야하는 게 아니냐는 거다.

근데 비정규직 활동을 열심히 하는 정규직 활동가들이 조합원들 사이에서 인식이 별로 좋지 않다고 한다. 대의원 뽑아줬더니 비정규직 일만 한다는 거다. 그래서 조합원을 설득하기 보다는 자신만 움직이게 되는 것 같다.

금속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활 할 때 이런 차이를 극복하기 필요하다고 했다. 완성차노조는 1사1조직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이야기됐다. GM대우에서는 어떻게 논의가 이뤄졌나.

노조의 지침이 있지만 현대차지부보다 먼저 하지 않는다. 이번 정규직지부 정기대의원대회에서 1사1조직을 올릴 예정이었지만 올리지 않을 것 같다. 정규직지부는 조합원 정서가 동의되지 않으니 부결되는 것보다 안을 올리지 않는 게 났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돌아가는 것은 다르다. 금속노조에서 조합원 범위를 비정규직과 사무직까지 이야기하는 것으로 유권해석을 했다. 규정을 부평공장에서 근무하는 자로 바꾸기는 했다. 하지만 노조 가입범위와 편재를 이야기해야 하는데 비정규직과 사무직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구조다. 지난 대의원대회에서 미조직비정규 실무추진위를 정규직 대의원만으로 꾸리기로 결정했다. 결국 사무직과 비정규직은 회의에 참석을 하지 못한다. 1사1조직한다는 게 명시적으로 비정규직 사무직이 조합원이니 이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좌시하지 않는다는 건데 노력이 없다.

금속노조와 호흡을 맞추면서 투쟁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금속노조에서 산별교섭을 성과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게 성과가 되려면 비정규직, 영세사업장의 투쟁에 역량배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대차게 싸우지 못하니까 장기투쟁사업장이 늘어만 가고 있다.

노조에서 토론을 통해 나온 결과가 집행이 잘 되면 정세인식에 맞게 투쟁계획을 제출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금속노조를 1년2개월 동안 겪어보니 현실은 많이 다르다. 안 좋은 모습이지만 안을 제출해도 통과되지 않으니 흔히 말해서 사고를 쳐서 노조가 책임지게 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노조체질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위기는 빠르게 오고 있다.

정규직, 비정규직 가리지 않고 투쟁을 제안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 몫이 비정규직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형식은 또 사고치는 게 되겠지만 정세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새해는 어떤 해였으면 좋겠나.

작년 이맘때 인터뷰를 많이 했다. 당시 철탑에서 해를 넘긴 동지가 있었는데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 땅에 발붙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는 말을 많이 했다. 내년에는 상식적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기륭처럼 100일 가까이 밥 굶지 않았으면 좋겠고, 우리는 고공농성 135일을 했는데 땅에 발붙이고 살았으면 좋겠다. 한 해 동안 공장 안과 밖에서 많이 두들겨 맞았는데 맞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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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해고 , 금속노조 , GM대우 , 이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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