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정병국은 외자에 망신 당하지 마시길

한미FTA 비준동의안과 언론관계법이 만나면

한미FTA 비준동의안과 언론관계법이 협상의 최대 쟁점이다. 우문이지만 한미FTA 비준동의안과 언론관계법 둘 중 하나를 막으라면 어느 걸 먼저 막아야 할까.

6일 현재 한나라당은 언론관계법은 ‘2월 임시국회에 상정해 합의처리를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을, 한미FTA 비준동의안과 금산분리 법안은 ‘협의처리 시한을 6월로 미루되 금산분리 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협의 처리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여야 간 쟁점이 없는 95개 법안만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고 나머지 쟁점법안은 시기를 못박지 않고 2월 임시국회에서 재논의하자는 입장이다.

‘협의 처리’ ‘합의 처리’ ‘노력한다’ 등의 단어 하나하나에 복잡한 계산들이 묻어있다. 협상이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협상이 완료된, 체결된 한미FTA 비준동의안은 더 이상 ‘협의’ ‘합의’ ‘노력’과 같은 단어를 사용할 수 없다. 끝난 협상이기 때문이다.

한미FTA 비준동의안과 언론관계법 둘 중 하나라면 어느 걸 먼저 막아야 할까

한미FTA 비준동의안과 언론관계법은 비중으로 보면 둘을 나란히 놓기 어렵다. 한미FTA 비준동의안은 전 산업 분야를 다룬 것이고, 언론관계법은 그 중 하나인 방송.통신 분야를 다룬 것이다.

그런데 이게 크로스오버 될 때 발생하는 시너지와 파장이 뭐냐는 건데, 5일 발표된 공공미디어연구소 ‘주간정책브리핑 14호 - 최시중 위원장과 정병국 의원에게 묻는다’가 좋은 길라잡이가 되고 있다.

총파업중인 미디어 당사자들이 언론관계법에 긴장을 많이 한 나머지 행여 한미FTA 비준동의안에 대해 상대적으로 조금 소홀히 생각하기라도 한다면 큰 코 다칠 일이다.

한미FTA 비준동의안의 방송.통신 분야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외국인 간접투자 100% 허용(보도.종편 및 홈쇼핑은 49%) △국산 프로그램 의무 편성 비율 5% 완화(영화 20%, 애니메이션 30%) △1개 국가 수입쿼터 제한 20% 완화 △기간통신사업자의 간접투자 100% 허용((KT, SKT는 49%)으로 외국인 지주회사의 IPTV 등 뉴미디어 사업 진출 보장 등을 담고 있다. 지상파방송 및 보도.종편채널에 대한 외국자본의 직접투자는 금지하는 내용의 ‘현재유보(AnnexⅠ)’로 되어 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2006년 기준 미국 통신시장 규모가 약 359조 원으로 한국 통신시장 규모(37~38조 원)의 약 10배라는 소개와 함께 “통신강국인 한미 양국간 FTA를 통해 국내 제도의 선진화 및 통신서비스산업의 경쟁력과 소비자 혜택을 제고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타임워너.디즈니.NBC유니버설 등 미국 미디어그룹들이 한국 국경을 넘을 수 있게 된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미FTA 비준안과 언론관계법의 크로스오버, 자본의 환상의 변주

글 ‘최시중 위원장과 정병국 의원에게 묻는다’는 한미FTA 비준동의안과 언론관계법이 함께 통과될 경우 ‘외국자본의 종합편성.보도전문 채널 소유가 초래할 위험성’과 ‘종편.보도채널 외국인 소유와 투자자-국가 소송에 따라 불거질 재앙’을 환기한다.

두 법이 통과되면 지상파방송 및 보도.종편채널 외국자본 직접투자 금지의 ‘현재유보(AnnexⅠ)’가 사실상 무력화된다. 방송법 개정안이 지상파방송의 외국자본 직접투자는 현행처럼 금지하지만 종편.보도채널에 대한 외국자본 직접투자를 20%까지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유보는 한 번 양보하면 원상복구할 수 없게 된다. 한미FTA 체결 내용 중 ‘래칫’(역진 방지) 조항 때문이다.

종편.보도전문채널에 대한 외국자본 직접투자 20% 허용되고, 종편의 의무편성.의무송신이 유지되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바람처럼, ‘조중동’의 일부와 거대 재벌의 컨소시엄에 종합편성채널 2개 정도를 처음으로 승인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칩시다. 이 컨소시엄에 외국, 특히 미국계 글로벌 미디어 자본이 참여했다고 칩시다. 미국계 글로벌 미디어 자본은 종합편성채널에 참여하고 싶은 욕구가 분명히 있습니다. ... 중요한 것은,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의무편성/의무송신’은 국내에서 조중동이나 거대 재벌만이 아니라 외국자본에게도 종합편성채널에 뛰어들도록 자극하는 핵심 동기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조중동이나 거대 재벌이 외국자본 참여를 설득하기 위해 이런 종합편성채널의 이점을 설명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여기에 한미FTA 비준동의안은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를 담고 있다. 투자유치국 정부가 투자협정상의 의무, 투자계약 또는 투자인가를 위배하며 투자자에게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투자자가 투자유치국 정부를 상대로 제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에 따라 미국 미디어 재벌이 한국 정부 제소할 수도

같은 내용의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제11조에 따라 미국 기업인 메탈클래드가 멕시코에 투자해 수익을 얻지 못하자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165억 원을 배상받은 사건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미국의 미디어그룹이 종편채널에 투자를 했는데, 종편채널의 의무편성.의무송신을 폐지한다면,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에 따라 제소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게 된다.

“‘우리가 종합편성채널에 투자한 건 한국 전역을 대상으로 한 의무편성/의무송신 제도 때문이 컸는데, 이걸 폐지하면 심각한 손실이 발생해 사실상의 간접수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게 뻔하다는 얘기입니다. 외국자본 참여를 유도한 조중동의 일부와 국내 거대 재벌도 외국자본의 이런 논리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나설 겁니다.”

한국 정부가 ISD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종합편성채널의 의무편성.의무송신 폐지’가 공공복리 목적에 부합할 뿐 아니라, ‘공익을 위해 받아들여야 할 범위를 초과하는 특별한 희생’이 외국자본에게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 입증이 가능하겠냐는 이야기다.

글은 최시중 위원장과 정병국 의원에게 “선제적 비준을 하고 날치기 통과한 뒤 외국자본에 제소당하는 개망신을 당하지 마시기 바랍니다”라며 유념하길 당부했다.

계속해서 “조중동-재벌에게 종편채널 2개 정도 승인 결정하고 런칭시키고 난 뒤 ‘의무편성.의무송신’을 없애겠다는 식의 꼼수는 피우지 마시”라고 덧붙이고 “‘미래유보(AnnexⅡ)’로만 돼 있는, 지상파방송 및 종편.보도전문채널에 대한 외국자본의 간접투자의 허점을 지금 당장 보완”하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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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자본 , 미디어 , 한미FTA , 미디어관계법 , 언론관계법 , 투자자제소 , 래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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