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미포 굴뚝농성 현지조사 벌여

현대중공업 "우리 문제 아니다", 경찰 "농성 장기화 방조할 수 없다"

국가인원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4일부터 14일째 100미터 굴뚝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울산 이영도 전 수석부본부장과 현대미포조선 현장조직인 '현장의소리' 김순진 의장에 대한 긴급구제신청 진정에 따라 6일 오후, 울산을 방문해 현지조사를 벌였다.

인권위 오양환 조사관은 굴뚝 소유주인 현대중공업과 울산 동구 관할서인 동부경찰서를 방문하고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 관계자와도 면담했다.

  6일 국가인원위원회에서 긴급구제신청 진정에 따라 울산으로 내려와 현지조사를 벌였다. 왼쪽 두번째 인권위 오양환 조사관과 오른쪽 끝 민주노총울산 전필원 국장이 조사관련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음식물 공급을 방해한다는 진정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우리와 관련 없는 문제로 시설물을 점거당하고 있으니 손해도 크고 물 이상의 음식물은 절대 허락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고 동부경찰서는 "농성 장기화를 방조할 수 없으므로 두사람이 버틸 수 있는 한계 내에서 생명 유지를 위한 최선의 인권보호 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민주노총울산 전필원 미조직비정규국장은 "오늘이 농성 14일째다. 하루가 다르게 체력이 떨어지고 있고 이영도 수석은 전화통화도 힘들 정도다. 체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이 추위에 저체온증이 발생하면 손 쓸 틈도 없이 생명이 위태로워질지도 모른다. 시간이 없다. 지난 3일전, 그동안 현대중공업과 경찰의 방해와 방관으로 물품을 공급하지 못해 패러글라이딩으로 약간의 먹을거리를 전달했지만 이미 동이 났다고 한다. 경찰은 약속은 3일에 한번씩 물과 초콜릿을 올려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오늘은 그마저 물만 올라갔다"며 긴급구제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인권위의 현지조사는 두 농성자에게 인권존중과 생명보호를 위해 추위와 허기를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먹을거리가 공급됐지는지를 밝혀내고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긴급구제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동부경찰서장은 굴뚝농성자에게 음식물을 제공하라는 '권고' 방침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임태미 기자)

패러글라이딩으로 농성물품 전달



이영도, 김순진 두명이 100미터 높이 굴뚝농성을 시작한지 열하루가 흐른, 지난 토요일(3일)이었다.

그동안 현대중공업 경비대와 경찰의 방해로 두 농성자에게 겨울 한파와 배고픔을 이길 최소한의 물품을 공급하지 못했던 대책위는, 수소문 끝에 땅위에서 올리는 방법이 아닌 하늘에서 떨어뜨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현대미포조선 사측의 현장탄압 그만하라 외치다 투신한 이홍우 조합원이 납득할만한, 미포투쟁을 끝낼 수 있는 협상결과가 나왔을 때, 이영도, 김순진 두 사람이 살아 내려오길 바라는 절박한 마음이 찾아낸 패러글라이딩으로 물품 공급하기.

겨우 침낭과 초콜릿 몇 개 만을 전달할 수 있었고 여전히 뼈를 아리는 추위를 견뎌내야 하지만 이영도, 김순진 두 사람은 미포투쟁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굴뚝에서 내려오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임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