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지금 인종청소중"

[인터뷰] 홍미정 교수가 말하는 가자 공격의 진실

이스라엘이 13일 오전부터 가자지구의 최대도시인 '가자시티'를 대대적으로 공략했다.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이 시작된 지 18일째인 13일 현재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공격에 죽은 사람만 971명이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3일 이스라엘 공군기지를 방문해 하마스의 로켓발사와 무기밀수를 뿌리 뽑으려는 군사작전을 계속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 두 가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홍미정 교수(건국대)는 이스라엘의 목표는 하마스가 아니라 "인종청소"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드물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연구해온 홍미정 건국대 교수는 이스라엘의 진정한 목표는 '하마스'가 아니라고 말한다. 홍 교수는 “이스라엘은 지금 하마스라는 적을 부풀려서 사실상 '인종청소'를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홍 교수는 대뜸 사망자 통계자료부터 내놨다.


"미국과 이스라엘에서 나오는 자료예요. 사망자 통계자료조차도."

정보 접근도 이스라엘과 미국을 빼고는 거의 통제돼 있다. 홍 교수는 미국 워싱턴의 중동정책협의회(Middle East Council) 자료를 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살해된 팔레스타인이 37명이예요. 37명 중 6명만 하마스예요. 나머지 31명은 민간인이라는 거지. 12월 4일 이스라엘이 가자를 공격했어요. 휴전기간이예요. 이스라엘이 선제공격을 하니까 하마스가 로켓포를 쐈어요. 그래놓고 이스라엘은 휴전을 중단할 의도가 없다면서 휴전으로 돌아가자고 했어요. 그러니까 휴전이 된 거지."

"하마스는 최종 목표가 아니다"

하마스에겐 전쟁을 개시할 결정권한도 능력도 없다. 홍 교수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전쟁이라고 부르는 것도 반대했다.

"2006년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사이에 전쟁에서 레바논 사람이 1200명 죽었어요. 민간인이 대부분이예요. 이스라엘 사람은 160명 죽었어요. 어디에서 일어났어요? 국경을 넘나들면서 싸운 게 아니고 레바논 땅에서만 싸운 거라고. 지금도 가자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잖아."

2006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때도 세계 언론은 이스라엘이 패했고, 헤즈볼라는 정치적으로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홍 교수는 언론의 이런 평가는 '함정'이라고 말했다.

"헤즈볼라는 원하는 것을 얻었나? 헤즈볼라의 목표는 점령군을 물리치는 거잖아요. 그런데 목표를 달성한 적이 있나요? 마찬가지로 하마스가 대단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강하다는 이미지를 주고. 그건 어떤 전략이냐면, 이스라엘이 적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러니까 (이스라엘을) 무장을 시켜야 한다는 식의 결론을 이끌어 간다."

"(하마스는) 정말 보잘것없는 조잡한 무기 밖에 없다. 이렇게 하면 공격 명분이 없잖아요. 이스라엘은 미사일이나 탱크, 핵무기 이런 게 있는데, (하마스는) 조잡한 소총 가지고 하는데 상대가 안 되요. 하마스가 어떻게 싸우고 싶겠냐고요. 무기가 없는데."

"태초에 유대인이 이스라엘 땅에 살았다는 시온주의는 날조된 거짓말"

이렇게 약한 하마스를 이스라엘이 굳이 공격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하마스 해체가 아니라, 이스라엘의 진정한 목표는 가자에서 팔레스타인인을 축출하는 거예요. 학살하고. 인구를 없애는 거예요. 거기 사는 팔레스타인인을 없애고, 인종청소하는 거예요. 결론적으로는 인종청소, 축출, 이거예요."

  이스라엘은 점령지인 가자지구와 서안지대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출처: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홍 교수는 이스라엘이 '시온주의'에 따라 영토적 권리를 주장하지만 이스라엘은 "처음부터 거짓말에 토대해 건설돼다"고 설명했다.

"6세기 로마 제국 시대에 쫓겨났다. 그건 거짓말이예요. 8세기, 740년 흑해와 카스피해 연안에서 카자르 제국 왕이 유대교로 개종했어요. 현대 유대인의 80% 이상이 그 후손이예요."

1948년 이르군과 스턴갱을 이끌고 데이르 야신 팔레스타인 마을을 공격해 245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을 학살했던 이츠하크 샤미르 이스라엘 총리는 1991년 "오랜 갈등의 역사가 말해주는 것처럼 분쟁의 본질은 영토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400만 명을 가진 국가다. 대서양에서 걸프까지 아랍 인구는 1억7천만 명이다. 우리는 오직 2만8천 제곱킬로미터만을 지배하고 있을 뿐이다. 아랍인들은 1천4백만 제곱킬로미터라는 대량의 영토를 소유하고 있다. 논쟁의 핵심은 영토가 아니라 우리의 존재 문제"라고 연설했다.

샤미르 총리가 이스라엘 영토라고 밝힌 2만8천 제곱킬로미터에는 현재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대와 가자가 들어있다.

결국 이스라엘은 현 점령지 반환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한 것이라고 홍 교수는 설명했다. 그러면 국경을 열어서 아랍인들을 내보내면 되지 않느냐, 굳이 인종청소라는 선택을 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누가 좋아하냐고? 어디로 가냐고? 이집트가 좋아해요? 요르단이 좋아해요? 이집트에서 머물려면 통장에 500만 원 이상 있어야 해요. 이집트 정부, 요르단 정부, 레바논 정부 등 주변에 있는 정부들은 이스라엘과 거의 같은 편이예요. 이집트와 요르단은 이미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했어요. 그게 어떤 의미냐면 '서안지대와 가자는 이스라엘 영토다'라는 거예요."

아랍 국가들의 배신

홍 교수는 이스라엘과 맺은 요르단과 이집트의 평화협정을 미국이 중재한 실례를 들었다.

"1979년에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했거든요. 이때 이스라엘-이집트 평화협정의 국경선을 정했어요. 여기(이집트와 서안지대 사이를 지난 국경) 넘어서는 이스라엘 땅이라는 거예요. 지미 카터가 체결했다. 체결 조건으로 이스라엘과 이집트에 엄청난 원조를 해요. 1년에 20억 불 이상 이집트에, 이스라엘에 30억 불 이상. 그 다음에 요르단도 94년에 요르단하고 이스라엘 국경확정 협정을 맺는데 여기(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지난 국경)예요. 이건 클린턴이 주재했다. 대가로 7억 불의 부채 탕감과 매년 5억불의 원조를. 그러니까 이렇게 보면 팔레스타인 사람은 아랍국가에게 배신당한 거죠."

홍 교수는 아랍 국가들이 말로만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을 중단하라고 하고 있다고 했다. 하마스의 존재가 오히려 아랍 국가에게 더 위협적이라는 거다.

"요르단이나 이집트나 안에 있는 팔레스타인인을 좋아할 수 없지. 정부에 대해서. 아랍 국가의 정부들은 강력한 반대파의 도전을 받고 있다. 이들은 하마스를 지지하는 그룹들이다. 요르단에서도, 이집트에서도 상당한 인기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공정한 선거를 하면 이 정권들은 다 뒤집어져요. 상당히 불공정하게 선거기획을 하기에 유지가 되는 거거든."

"하마스가 2006년 1월 선거에서 집권했을 때,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아랍 국가들이었다. 아, 하마스가 잘 하는구나. 저렇게 이슬람이 잡아도 잘 할 수 있겠구나. 이렇게 되면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거죠. 그러니까 하마스 정권에 떨고 있는 건 주변 아랍 국가들이죠. 이번 전쟁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거는, 사실 암묵적으로 동의하기에 가만히 있는 거죠."

홍 교수는 이스라엘이 허구적인 시온주의에 토대를 두고 있을 뿐 아니라, 49년 유엔(UN) 가입 때와 1차 중동전쟁을 거치면서 확보한 78% 이외의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도 불법점령을 하고 있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67년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서안지대를 점령하면서 이스라엘의 군사점령지가 된 거예요. 국제법상 불법 점령지가 된 거죠. 67년 안보리 결의 242호는 여기서 이스라엘이 철수해야 한다는 내용이에요. 근데 철수를 안 하잖아요. 유엔 안보리 결의가 100개도 넘어요. 얼마 전 휴전하라는 것까지 포함해서 103개인가 되요. 유엔 총회결의도 있고요."

"원주민의 90%가 자기 땅에서 쫓겨났어요. 지금 가자 사람이 150만 명인데, 유엔난민기구(UNRWA)에 등록된 난민이 110만 명이예요. 요르단 이런데 있는 사람들까지 합치면 난민이 더 많죠. 축출된 사람이 또다시 축출되는 거예요. 2차 축출을 하려고 하는 거죠. 레바논, 시리아에 42만 명. 가자 사람 중 150만 명 중 110만 명을 또 축출하려고 하는 데 갈 데가 없어요. 이집트도 싫어하고, 요르단도 싫어하고, 어디로 가겠어요. 그냥 죽이는 거지. 이게 인종청소잖아요. '부재자 재산법'이라고 해서 이스라엘을 떠난 사람의 재산은 이스라엘 국가의 재산이 된다. 그리고 '귀환법'은 전 세계 유대인들이여 다 들어와라 먹고살게 해 준다 이런 거예요."

결국 팔레스타인인들이 쫓겨난 땅을 몰수해서, 새로 들어오는 이스라엘인들에게 나눠주면서 유대인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바로 이스라엘의 목적이라는 이야기다.

"웨스트뱅크도 계속 체포하고, 사람 죽이고 그래요. 작년에 432명 죽었잖아요. 대부분 웨스트뱅크 사람이라고요. 계속 탱크 공격이 일어나고, 계속 살해하고. 67년 이후에 웨스트 뱅크와 가자는 그냥 전쟁 속에서 사는 거예요. 새롭게 전쟁이라고 할만한 게 없어요. 결론적으로 ‘나가라’ 그거죠. 아니면 죽인다. 같이 공생하고 싶으면 이렇게 괴롭히겠어요. 인종청소예요. 완전히."

"이스라엘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홍 교수는 오바마가 미공공정책위원회(AIPAC) 연설에서 '이스라엘의 안보는 신성불가침이다. 이스라엘은 유일하게 민주적인 국가다'라고 했던 오바바의 발언을 비판했다. 홍 교수는 이스라엘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했다.

  끌려가는 팔레스타인 어린이 [출처: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이스라엘이 민주적이냐? 다 그렇게 생각하지요. 민주적이라고 이야기 했을 때 팔레스타인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는 거예요. 이스라엘이 22%의 땅을 다 원한다면 거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시민권을 줘서 투표를 하도록 해서 공동정부를 구성하면 되죠. 그러나 이스라엘은 악랄한 인종차별 국가, 전쟁국가다."

홍 교수는 하마스 해체가 목표가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이스라엘은 적당한 수준에서 하마스를 '적'으로 활용할 정도로 살려놓을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하마스 해체가 목표가 아니죠. 하마스가 없으면 또다른 어떤 단체를 테러리스트로 삼는 거야. 강대국의 정책에는 적을 정해놔야 되는 거고. 적당한 선에서 유지되도록 살려놓는 거죠."

홍 교수는 2000년 이후에 더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나가고 있다고 했다. 검문소, 관통도로, 분리장벽 이런 것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숨통을 죄이고 있다고 했다. 매년 팔레스타인을 방문하는 홍 교수는 매년 팔레스타인들에 대한 제제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아랍국가와 유대인 국가를 병립시키는 '2국가' 방안이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홍 교수는 미국의 안조차 전체 역사적인 팔레스타인 땅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이스라엘이 불법점령한 가자지구와 서안지대를 다시 이스라엘과 양분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 세울 팔레스타인 국가는 방위동맹이나 군사협력을 수행할 권한이 없는 비무장 국가다. 화물 출입과 영공, 통신매체들, 텔레비전, 라디오 전화 등은 이스라엘이 통제한다. 이마저도 '하마스' 등 무장세력의 존재를 내세워 미국과 이스라엘은 협상 자체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2국가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점령했으면 시민권을 주면 되지만 이 사람들에게 시민권을 줘봐요. 그럼 주권이 아랍 사람들에게 넘어가지. 내부가 1대 1인데, 외부에 (팔레스타인인이) 480만 명이나 있으니까. 이스라엘이 정말 민주주의 국가라면 해체돼 버린다고."
덧붙이는 말

홍미정 교수는 2002년 동 예루살렘 국제문제연구소(PASSIA)와 팔레스타인 비르제이트 대학에서 연구했다. "이스라엘 정착촌 정책", "하마스의 정체성 연구", "오슬로 협정 과정과 정착촌 확장" 등의 논문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