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사태, “경영진과 정부는 뭐했냐”

평택 시민, 노조, 지역대책위 한 목소리

눈발 날리는 날 16일 오후 1시. 경기도 평택시 평택역 앞에 쌍용차노조와 쌍용차비정규직노조, 시민들이 모여 ‘먹튀 자본 상하이차 규탄과 쌍용자동차 정상화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였다.


노조는 시민들에게 홍보 전단을 나눠주며 거리 서명을 받았다. 평택 전철역과 상점가 등을 중심으로 거리 서명을 진행하는 한편 금속노조 각 지부와 연계, 조합원들의 서명을 받을 계획이다.

노조를 포함해 17개의 시민, 사회단체는 ‘쌍용차 살리기 평택시민 대책위원회(가)’를 구성하고 시민들에게 서명 참여를 독려했다. 17일에는 평택시청에서 출범식을 열었으며, 22일에는 시청 앞 광장에서 '쌍용자동차 살리기 범시민 결의대회'도 열 계획이다.

미디어충청은 이날 평택역 주위에서 시민들을 만나 쌍용차 사태에 대한 생각을 나눠봤다. 지역대책위와 노조도 목소리를 냈다.

평택시민, 평택=쌍용차
몇 천 명 짜르면 그 사람들 다 어디로 가라고


쌍용차 사태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상하이 자본과 정부를 규탄하는 주장부터, '노동자의 임금 삭감, 동결로 노조가 한 발 양보해야 한다.'는 의견, 노동자들이 거리에 나 앉을 판이니 노조의 강경한 입장은 이해가 된다는 의견, 공적자금을 쌍용차에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과 공적자금 투입은 이후 문제라는 의견까지.

미디어충청이 만난 시민들의 공통된 의견은 '쌍용차가 무너지면 평택지역 경제가 타격 받으므로 살려야 한다.'는 것과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남편이 쌍용차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야쿠르트를 판매하는 한 여성은 “쌍용차가 이렇게까지 가도록 경영진과 정부는 뭐했냐. 상하이 자본이 돈 빼돌리고 기술 빼가도록 책임자들은 다 뭤했냐.”며 울분을 감추지 못하며 정부가 개입해서 노동자들을 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길 건너편에서 같은 일을 하는 또 다른 여성은 “쌍용차가 죽으면 지역 경제도 죽는다.” "노조가 임금을 삭감, 동결해서 한 발 물러서고 나중에 회사가 잘되면 임금을 다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쌍용차 노동자들의 통상임금이 세금 등을 제하고 150여만 원이라는 말에는 “그 정도밖에 안 되는지 몰랐다.”며 놀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규직 노동자는 ‘귀족 노동자’라는 이데올로기의 허구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평택역 근처 편의점에서 일하며 “동생 신랑이 쌍용차 직원”이라던 여성은 “쌍용차 문제는 해당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들까지 모두 연관되어 있는 평택 지역의 문제”로 쌍용차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자판기업에 종사한다는 신00씨는 “‘평택은 쌍용차’라고 할 만큼 평택의 대표적인 회사다. 몇 천 명이 그만두면 가뜩이나 실업률이 심한데 그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란 말이냐.”며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어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쌍용차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업주부라고 밝힌 두 명의 여성은 쌍용차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라는 것은 “먹튀 자본 상하이 자본을 도와주라는 말 아니냐. 공적 자금을 투입하라는 것은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라는 것인데 무조건 공적 자금 투입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쌍용차 정규직 노조가 과거에 가졌던 부조리한 모습 때문에 쌍용차에 우호적이지 않은 시민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규직 노조가 가졌던 부조리한 모습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평택역을 지나던 50대 남성은 “공적 자금 투입을 주장하기에 앞서 먹튀 자본이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국민에게 먼저 알려야 한다. 공적 자금이 투입된다면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건데 어떻게 쓰이는 지도 공개되어야 한다.”며 기술 유출을 뻔히 알면서도 상하이 자본을 들어오게 한 정부도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지역대책위, 정부는 쌍용차 문제의 일차 책임 당사자
상하이차는 약속 불이행, 핵심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려


‘쌍용차 살리기 평택시민 대책위원회(가)’(이하 지역대책위)는 쌍용자동차 및 4만여 구성원을 살리기 위해 지역대책위를 구성했다며 급하게 지역대책위가 만들어졌지만 쌍용차의 정상화와 지역경제 회생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쌍용차가 어렵다고 하더니 새해 들어 덜컥 법정관리에 놓이고,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하청 노동자의 임금이 중단되어 쌍용차와 관련된 4만여 노동자 가족은 생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이어 상하이 자본과 정부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2004년 매각 당시 상하이차는 1조 2천억 원 투자, 33만대 생산체제를 약속했으나 약속은 전혀 이행되지 않았고 오히려 쌍용차의 핵심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리기만 했다며 분노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정부는 쌍용차 문제의 일차 책임 당사자다. 해외매각의 권한은 당시 채권은행과 정부당국에 있었다. 투자 미 이행과 기술유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었지만 관리 감독을 책임져야 할 정부 당국이 그 역할을 제대로 안 했다.”며 책임을 추궁했다.

지역대책위가 주장하는 쌍용차 공적자금 투입은 “공적자금이 투입되면 당연히 회사는 사회적 기업이 되어야 한다. 소유권, 관리문제 등 모두 새롭게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고 덧붙였다.


노조, 노동자 구조조정이 아닌 경영진 구조조정 해야
기술이전과 기술유출은 백지 한 장 차이


쌍용차 정규직, 비정규직 노조는 쌍용차 사태의 원인은 자본의 투자 불이행과 기술유출, 그리고 신자유주의 정부 정책에 있는데 ‘노동자 구조조정’만 이야기 한다고 입을 모았다.

쌍용차노조 이창근 기획국장은 “기술이전과 기술유출은 백지 한 장 차이다. 쌍용차는 기술이전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상하이차는 쌍용차 4대에 기술이전비 1200억 원을 지불했다고 하는데 차 1대당 개발비만 3000억 원이 넘게 들고 신차 출시까지 5년을 기다려야 한다. 지불했는지조차 확인되고 있지 않다.”며 상하이 자본을 규탄했다.

인터뷰 도중 규탄은 분노로 이어졌다. “경영을 노동자가 했냐. 상하이차 인수 4년 동안 신차가 없었다. 일각에서는 그럼에도 쌍용차가 유지된 것이 신기하다고 할 정도다. 상하이차는 판매망까지 줄였다. 유동성 관리도 안했다. 상하이차는 돈만 빼간 뒤 회사를 죽이기 위한 목적으로 왔거나 경영을 모르거나 줄 중 하나다.”는 것이다.

이어 회사가 ‘쌍용차 위기극복을 위한 전 직원 결의문’을 현장에 돌리며 노동자 개인에게 사인을 요구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결의문은 위기극복을 위해 임금을 삭감할 것과 연월차반납, 기술유출과 관련한 소모적인 논쟁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노조는 현장에서 결의문 사인을 막았으며, 향후 회사가 “교묘한 수법과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는 행동을 계속 하겠지만 모두 막을 것”이라며 의지를 밝혔다. 구조조정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이창근 기획국장은 “법정관리가 들어간 지금 노조의 역할이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노동자 일자리 수 만개 날리는 구조조정에 반대하고 오히려 경영진을 구조조정 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고 전했다.(정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