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숙인이 오세훈 시장을 반긴 이유

서울역 찾은 오세훈 "오늘은 노숙인들이 별로 없네요"

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 오후 서울역 주변 노숙인들을 직접 찾았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예정 시간을 조금 넘긴 오후 2시 5분께 서울역 구역사 앞에 도착했다. 검정색 '에쿠스' 차량을 타고 온 오세훈 시장은 경찰 관계자 등과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노숙인 무료진료소로 향해 자원봉사자 등과 이야기를 나눴다.

오 시장은 이어 인근 서울역 지구대를 방문해 경찰 관계자들과 대화했다.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시민들이 저녁에 여기 오기 겁난다고 한다. 새로 만들어진 역사는 번듯한데 이 앞은 분위기가 너무 어둡다"고 말했다.

오세훈 "오늘은 노숙인들이 별로 없네요"

이어 오 시장은 노숙인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서울역 지하도로 내려갔다. 그러나 이날 서울역에서 연세빌딩 쪽으로 향하는 지하도에는 평소와 달리 노숙인들이 많지 않았다. 오 시장은 동행한 임영인 노숙인다시서기지원센터 소장에게 "오늘은 (노숙인들이) 많이 안 나와 계시는 것 같다"고 말을 건넸다.

  서울역 지하도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노숙인 유 모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3분 정도를 걷자 연세빌딩 쪽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노숙인 유 모 씨가 상자를 깔고 앉아 있었다. 오 시장은 유 씨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유 씨는 환하게 웃으며 "옆에 앉으세요"라며 반겼고, 오 시장이 그의 옆에 앉자 일제히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오 시장이 시설생활 등을 안내하는 홍보물을 건네며 "무엇이 불편하냐"고 묻자 유 씨는 "자신이 없다. 돈 좀 주쇼. 이런 팜플렛은 많이 돌리고 간다"라고 말했다.

이에 오 시장은 "시설에 한번 들어가 봐라. 식사가 기가 막힌다. 여기보다 좋을 거다"라고 시설 입소를 권유했으나, 유 씨는 "단체 생활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손사래를 쳤다.

유 씨와 대화를 나눈 후 오 시장은 4-5명의 다른 노숙인들과 짧게 인사를 나눈 후 기자들과 인터뷰를 했다. 모든 일정이 종료 된 후 오 시장은 연세빌딩 앞에서 다시 검정색 '에쿠스'를 타고 떠났다. 4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시장님 손이나 한번 잡아 보는 거지"

오 시장이 떠난 후 그와 악수를 나눈 노숙인 표 모 씨를 찾아가 "가장 필요한 게 뭐냐"고 물었다. "일자리지"라고 대뜸 말한다. 그는 "일당 일을 하는데, 나가도 3일에 한번 일하기도 힘들다"고 푸념했다.

"왜 아까 오 시장이 왔을 때 그런 얘기 안 했느냐"고 하자 표 씨는 "이야기 할 시간도 없어. 그냥 악수나 한번 하고, 시장님 손이나 한번 잡아 보는 거지"라고 말했다.

다른 노숙인들과 달리 카메라 앞에서도 거리끼는 기색 없이 오 시장을 반겼던 유 씨도 다시 찾았다. 유 씨에게 "오 시장이 자주 오냐"고 묻자 "이곳에는 처음 왔는데, 이렇게 와주니 너무 좋다"라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면이 그렇게 좋냐"고 다시 물었다.

그는 "이곳(서울역에서 연세빌딩 쪽으로 향하는 지하도)이 원래 무척 더러웠는데, 어제인가 (시장이 온다니까) 깨끗하게 청소를 했어요"라며 또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