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쇄 현대중노조 위원장 ‘무교섭’ 기조 밝혀

현장 조합원들 갑작스런 소식에 "황당하다"

지난 18일 저녁 경주 대명콘도에서 진행된 현대중공업노조 대의원 수련회에서 오종쇄 위원장이 올해 임금협상은 ‘무교섭 조기타결’ 기조로 치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이런 내용을 발표한 배경을 ‘조합원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무교섭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2월23일에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하고 이틀 후인 25일에 대의원회의를 통해 공식 의결을 하겠다며 대의원 소집공고를 부착했다.

이런 소식을 언론을 통해서 알게 된 조합원들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지 못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한 조합원은 “노조 위원장이 조합원들의 여론수렴이나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고 언론을 통해 발표해 버리고 그 뒤에 조합원에게 일방적으로 설명회를 해서 밀어붙이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조합원은 “작년 하반기부터 선박 수주가 없고 주문이 취소되는 등 회사 전반의 경영여건이 어려워질 것에 대한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무교섭 타결’은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현장활동조직 대표들은 20일 밤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노동조합은 개별 노동자들의 임금을 위임 받은 주체인데 그 위임권을 다시 회사에 넘겨준다는 것은 노동조합의 고유의 임무를 망각한 한심스러운 행위"라고 결론을 내렸다.

또한 "회사의 경영이 어떤 상태인지, 앞으로 경영여건이 어떻게 될 것인지 등에 대한 것은 임금교섭의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할 수 있고 그에 따른 협상의 결과를 조합원들이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제도가 노조규약과 단체협약에 분명하게 정해져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무교섭을 진행하겠다는 것은 올해 전국에서 진행될 임금협상 분위기에 영향을 주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분위기는 이미 많은 보수언론들이 마치 큰 일이 벌어진 것 마냥 주요기사로 다루고 있는 것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경주 대의원 수련회에서 발표한 뒤 곧바로 대의원 소집공고를 부착하는 등의 행위들이 오종쇄 위원장의 의도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현장활동조직들은 다양한 조합원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이 사건이 미칠 파장을 분석해 입장을 발표하고 실천 행동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과거 1987년 현대엔진노조 설립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던 오종쇄 위원장이 22여년이 지난 지금 노동조합의 고유 권한을 회사에 맡기는 변화된 행동을 하는 것을 두고 조합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앞으로 진행될 전국의 임금협상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중공업 현장조직들 "임금교섭 위임 철회하라"

"임금동결은 4만5000 원.하청 노동자에 대한 일방적 고통전담"

현대중공업노조 오종쇄 위원장이 지난 18일 대의원 수련회에서 올해 임금교섭을 회사에 위임하겠다고 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현대중공업 현장조직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전진하는노동자회, 청년노동자회, 분과동지회연합, 현대중공업노동자운동연대, 금속노조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등은 23일 성명을 발표하고 "오종쇄 위원장의 발표는 노동조합의 존립 기반을 훼손시키는 일"이라며 "임금교섭 위임 방침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사내하청노조와 현장조직들은 "오종쇄 위원장의 '임금교섭 회사위임-임금동결 선언'은 일제하 역적 친일분자들이 민족과 나라를 팔아먹은 행각에 다름아니다"라며 "임금교섭을 회사에 위임하겠다는 것은 노동조합 존재의 필요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고, 최소한의 의견수렴 절차조차 무시한 것은 민주주의를 무시한 독단"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임금동결은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4만5000여 원.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일방적 고통전담이고 자본가의 배만 불릴 뿐"이라면서 "한해도 거르지 않고 흑자를 지속하며 기업을 확장하고 있는 기업에서 노조 위원장이 앞장서서 임금동결을 전제로 한 교섭 위임을 선동하는 것은 어리석은 반노동자적 행위일 뿐이며 이후에 어떠한 모종의 약속이 되어 있지 않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또 "노동자들에게 임금동결은 본질적으로 임금삭감이며 이는 구매욕구 상실로 이어지면서 실물경제를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며 "오종쇄 위원장의 '교섭 위임-임금동결' 방침은 경제를 살리거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도 아무런 도움이 안될 뿐더러 자본가를 위해 노동자들을 배신하는 반역행위일 뿐"이라고 못박았다.

조합원들의 고용유지를 위해 교섭권을 위임하겠다는 오종쇄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지난해 10월 현대중공업 건설장비사업부 사내하청노동자 250여명은 중장비의 판매가 부진해서 일자리를 잃었고, 지난해 사상 최대 흑자 속에서도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성과분배는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교해 턱없이 적었다"며 "원청 조합원들의 임금이 동결될 때 예상되는 하청노동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고, 일감이 줄어들면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가야 하는 신세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내하청지회와 현장조직들은 25일 있을 현대중공업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임금교섭 위임 방침을 철회하고 조합원들의 요구에 근거한 임금인상 요구안을 마련하라고 거듭 촉구했다.(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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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중노조 , 현대중공업 , 일자리 , 임금동결 , 전노회 , 오종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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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노동자

    어떻게 오종쇄씨가 현대중공업에 복직을 해서 노동조합 위원장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기를 바랍니다.
    과거의 명망을 가지고, 더 이상 노동자들의 투쟁을 가로막는 어용노조의 길을 가지 말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