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8일 첫삽

서대문 독립공원에 ‘일본군 위안부’ 기억을 되새기며

오는 8일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착공식이 열린다. 2004년 12월 박물관 건립위원회 발족 이후 4년만이다. 김동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전쟁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뿐만 아니라 전쟁 중 여성 인권의 문제를 되새기는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유엔인권위원회 등 국제기구의 권고에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공식 사죄나 법적 배상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들은 한 분 두 분 세상을 떠났고 현재 120여 명이 생존해 있다. 수요일 12시 일본대사관 앞 수요시위는 지난 1992년부터 시작해 1000회를 앞두고 있다.

김동희 전쟁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수요시위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다. 하지만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고 난 뒤, 누구에게 그 역사를 들으며, 어떻게 전쟁을 반대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겠냐"며 박물관 건립 취지를 설명했다.

7년째 빠지지 않고 수요집회에 참여해온 길원옥 할머니는 "내가 죽어도 나의 역사가 지워지지 않겠구나"라며 박물관 건립을 반겼다. 길 할머니는 박물관은 "나를 위한 곳이 아니라 당신들을 위한 곳"이라며 전쟁 반대의 의미가 후세에도 오래 기억되길 바랬다.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조감도 [출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은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 안 주차장 앞 매점 부지에 자리잡는다. 2005년 부지가 선정된 후 문화재청과 서울시공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난해 10월 서울시로부터 도시계획실시인가를 받았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전시관, 교육관, 자료실 등을 운영한다. 교통이 편하고 서대문형무소와 가까워 한일간 역사를 종합해서 볼 수 있다.

박물관 건립이 쉽지만은 않았다. 지난해 11월 광복회와 순국선열유족회 등 독립운동 관련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서대문 독립공원에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립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박물관 건립이 독립운동가와 독립운동을 폄하시키는 몰역사적 행동이며 일본인에게 웃음거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동희 사무국장은 독립운동 관련단체들이 가부장적이고 여성 멸시적인 사고에 갇혀 있다고 비판했다. 김 사무국장은 피해 여성의 역사를 알리는 것과 일제 수탈에 맞서 싸운 독립운동은 같은 것이라며 수탈 받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현실을 개탄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박물관 건립을 추진할 수 있었던 건 많은 사람들의 자발적 후원 덕분이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은 주춧돌 기금으로 쌈지돈을 꺼냈고 퇴직금의 절반을 털어 기금으로 낸 일본인도 있었다. 5천원, 1만원씩 돈이 생길 때마다 익명으로 보내는 여성도 있다. 이렇게 모금으로만 박물관 건립 기금의 절반인 17억원을 모았다.

  738차 수요시위 [출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오는 8일 착공식이 열리지만 갈 길은 멀다. 정부지원 방안을 놓고 독립운동단체들의 반대로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난처한 입장에 놓여 건립 부지에 있는 매점 건물 철거를 허가 하지 않고 있다.

김동희 사무국장은 이럴 때일수록 많은 사람들의 성원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국장은 "사그라들지 않는 불씨처럼 여전히 많은 문제가 남아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지지와 성원이 이어진다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정한 연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착공식은 8일 오전 11시부터 배우 권해효, 류시현씨의 사회로 다양한 문화공연과 함께 진행한다. 오는 11-15일까지는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안 미술관에서 '전쟁과 여성인권국제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콩고, 베트남, 독일 등의 사례도 함께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