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 일자리'를 둘러싼 미묘한 차이

중앙일보 "고용 창출의 보고"...LG경제연 "포화상태의 낮은 부가가치산업"

최인희 기자 flyhigh@jinbo.net / 2009년03월03일 18시24분

▲  중앙일보 2월 25일자 1면

2009년 한국의 화두는 단연 '일자리'다. 실업률은 늘고 일자리는 없다보니 '잡 쉐어링(일자리 나누기)'을 놓고 한쪽에선 노동시간을 줄여서, 다른 한쪽에선 임금을 삭감해 일자리를 늘이자는 해법을 내놓고 있다.

업종은 단연 '서비스업'을 주목한다. 지난해 제조업 일자리가 4만개 줄고 서비스업 일자리가 21만5천개 늘었다. 올 1월엔 더 심해져 제조업 일자리 12만7천개가 줄고 서비스업 일자리 1만3천개가 늘었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25일자 1면 톱기사로 "일자리, 제조업의 4배 서비스업에 답이 있다"며 서비스업이 일자리 창출의 보물상자로 추겨세웠다. 중앙일보는 경남 김해에 들어선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광주 도척면 곤지암리조트 등 구체적 사례까지 들어가며 새로 문을 여는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의 직영, 가맹점들의 '고용효과'를 기대했다.

중앙일보 말대로 하면 김해시 관광유통단지에 1만3천여명, 신세계 새 매장에 1만5천명,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하는 SPC그룹에 3천5백명 등 총 5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  LG경제연구소 보고서. "서비스 부문의 부가가치 창출이 높지 않아 향후 고용 흡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그런데 LG경제연구소는 이 기사가 나오기 열흘 전 서비스업을 놓고 이와는 다른 관점의 보고서를 내놨다. LG경제연구소는 지난달 15일 "서비스업 고용 흡수 여력 있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서비스업 고용 창출을 다소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  취업자수 증감 추이. 최근의 고용 사정 악화는 특히 서비스업 부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출처: LG경제연구소]
윤상하 LG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제조업에서 이탈하는 인력을 지속적으로 흡수해온 서비스업 부문에서 취업자 수 증가율이 2007년 3/4분기 이후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비스업은 경기 변화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기 반응하기 때문에 서비스업 고용이 최근 부진하다는 것이다.

현시기 경제위기 때문에 제조업의 고용 이탈 압력은 높지만 부가가치가 낮은 서비스업으로선 인력 흡수 여력이 낮다고 전망했다. 외환위기 땐 서비스업 부문에서 자영업 창업이 실업의 대안이 됐지만 자영업이 포화상태인 현재 조건에선 유력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 전체 인구에서 자영업자의 비율이 10%도 안 되는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20%를 넘기 때문에 서비스업이 주인 자영업은 이미 포화상태다.

이처럼 일견 정반대 입장인 듯한 <중앙일보> 기사와 LG경제연구소의 보고서는 안으로 들어가면 서로 대립되는 의견은 아니다.

<중앙일보>는 '서비스업 일자리'의 문제점으로 "선진국에 비해 도소매.음식업 같은 부가가치가 낮은 부문에 집중돼 있어 일자리의 질이 높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중앙일보는 "비중이 높은 영세 자영업에 자금을 지원해도 생명을 연장하는 것일 뿐"이라는 삼성경제연구소의 발언도 인용했다.

▲  제조업, 서비스업의 1인당 명목 부가가치 및 부가가치 배율 추이.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부가가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출처: LG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소도 '생산성도 낮으면서 고용 증가도 더딘'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운수업과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 증가에 대해 "서비스업의 대형화와 전문화"를 아쉬워했다. 중앙일보와 LG경제연구소 둘 다 현재 서비스업이 부가가치가 낮은 영세 자영업 중심이라는 한계를 인정한다. LG경제연구소는 이 점에 더 주목해 이런 식의 서비스업은 더 이상 일자리 창출의 기제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대형 유통업 활성화 등으로 서비스업의 산업구조를 바꾸면 일자리 창출 기대효과가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서비스업 일자리'를 기대하는 두 시각에서 <중앙일보>는 "일자리를 대거 창출할 수 있는 지식형 서비스산업 육성이 시급하다"고, LG경제연구소는 "적극적인 수요 급락 방지책과 확실한 내수 활성화 대책을 통해 고용 창출력을 높여야만 여타의 일자리 대책도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각각 결론내렸다.

둘 다 '제조업 고용대란'을 기정사실화하며 서비스업에서 활로를 찾으려 했지만 제조업의 고용유지 노력과 서비스업 일자리 질의 상승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진 않았다. 중앙일보가 전국화된 체인망을 갖춘 대형 유통업을 중심으로 지식형 서비스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목을 매는 반면 LG경제연구소는 다소 소극적으로 서비스산업을 바라보고 있다. 이는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소가 서비스업을 바라보는 시각차만큼의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아무튼 '서비스업'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위기 극복의 효자산업이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진보넷 아이디가 있으면 누구나 참세상 편집국이 생산한 모든 콘텐츠에 태그를 달 수 있습니다. 이 기사의 내용을 잘 드러내줄 수 있는 단어, 또는 내용중 중요한 단어들을 골라서 붙여주세요.
태그: 경제위기 / 일자리 / 중앙일보 / LG경제연구소 / 서비스업 / 고용창출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트랙백 주소 http://www.newscham.net/news/trackback.php?board=news&id=45647 [클립보드복사]

민중언론 참세상의 재도약에 힘을 보태주세요

덧글 쓰기
잘 읽으셨으면 한마디 남겨주세요. 네?

관련기사

현재 예산은 취약계층 일자리 감당 못해
국회예산정책처, 일자리 정책에서 재정의 역할 보고서 이번 보고서는 긴급고용 대책으로 단기일자리를 양적으로 증가시킨다거나 녹색뉴딜 사업, 공공기관 신입사원 초임삭...
‘장시간 노동’ 없애야 진정한 일자리 나누기
‘일자리 나누기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일자리 나누기가 시대의 화두가 된 요즘 일자리 나누기에 대해 장시간 노동을 중심으로 하는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10년전 낡은 틀, 일자리 대안 아니다"
금속노조-참여연대, 새로운 일자리 연대전략 제안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은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는 임금삭감만 하자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병훈 참여연...
일자리 토론회 “노동부가 나서서 불안 조성”
추미애, 정부가 실질소득 감소분 지원해야 추 위원장은 이어 “정부는 최저임금제 도입, 비정규직 연장 등의 법률안을 사회적 합의 없이 꺼내 사회적 불안...

같은 태그 포스트

Plog 에서 같은 태그를 가진 포스트가 4개 검색되었습니다

미디어법 개정은 청년의 일자리?
from 소리  얼마 전, 몇몇 개 블로그에서 "청년백수 이영민을 찾습니다"라는 광고(?)를 본 적이 있었다. 이명박 대통...
우리 삶의 또 다른 풍경 … 노숙인 24시 - 중앙일보
from 삶이보이는창 [행복한책읽기] 우리 삶의 또 다른 풍경 … 노숙인 24시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세요 임영인 지음...
경제위기, 대안화폐, 블로그 신용거래의 가능성
from nooe 대안화폐에 대한 JNine님과의 댓글대화를 글로 이어간다. 경제 위기? 왜? 사람들이 살 공간이 없어서? ...
미디어법은 우리들의 일자리 입니다!?
from antiwa 한나라당에서 지하철역에 이런 광고를 하네요. "미디어법은 우리들의 일자리 입니다." 미디어법 개정으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