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노동자들 생애 첫 건강검진

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열흘간 전국 무료 건강검진

  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실시하는 무료 건강검진 이동차량

화물차와 컨테이너차량들의 질주로 을씨년스런 인천 항동 연안부두 부근 백탑사거리에 10일 오전부터 활기가 돌았다. 공공운수연맹 운수노조에서 준비한 무료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찾아온 화물운송노동자들로 북적인 것.

이들이 천막 두 동과 이동 검진차량 두 대를 바삐 오가며 '길거리 검진'을 받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스스로를 '특수고용직노동자'로 부르지만 정부에서 볼 땐 '지입차주'이지 노동자가 아니므로 건강보험공단의 검진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으려 해도 장거리 운전자가 검진 때문에 하루이틀 일을 공치는 것은 쉽지 않으며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조성애 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화물연대)조합원들이 '우리는 한 번도 건강검진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이번 무료 건강검진 사업을 실시하게 됐다"는 배경을 밝혔다.

  한 화물운송노동자가 검진차량 안에서 뇌심혈관계 질환 관련검사를 받고 있다.

20년간 화물차 운전을 했다는 강철현 씨는 "마지막으로 건강검진 받은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며 멋적어했다. 운전하면서 매년마다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걸 느끼지만 차를 세워놓고 병원에 가기가 쉽지 않았단다. 그는 "화물연대에 고맙게 생각한다. 주변 동료들에게도 알려서 검진받게 해야겠다"며 부근에 주차해 놓은 화물차를 향해 뛰어갔다.

화물운송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무료 건강검진엔 일반 건강검진 외에도 뇌심혈관계 질환 관련 위험도 평가를 위한 심박동 변이검사 등이 추가로 실시된다.

운수노조와 화물연대본부는 인천을 시작으로 오는 20일까지 열흘간 전국 각지의 화물차 주차장과 휴게소에서 무료 건강검진을 실시한다. 김달식 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장은 "열흘 동안 검진한 결과로 화물운송노동자들의 건강상태를 데이터로 만들어 열악한 실태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운수노조는 열흘간 전국 고속도로에서 무료 건강검진을 실시한다.

"달리는 종합병원" 화물운송노동자 건강은

화물운송노동자는 장시간 노동과 심야 운행, 부족한 휴식, 운전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상시 매연과 분진에 노출, 운전석 수면 등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한다. 이는 해당 노동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교통사고와 업무외 사고의 발생을 증가시켜 시민 안전에도 위협적이다.

  화물운수노동자의 재해율과 사망율은 다른 업종보다 월등히 높다.

원진노동환경연구소에 따르면 화물.덤프.레미콘 차량의 교통사고율은 승용차와 비슷하거나 낮지만 사망자 수는 훨씬 높다. 다른 업종과 비교했을 때의 재해율과 사망율도 월등히 높았다.

장시간 운전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서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뇌심혈관계질환도 문제다. 과로와 부담감, 직무 스트레스가 주요한 원인인 이 질환은 제조업과 건설업보다 운수업에서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업종별 뇌심혈관계질환 발생률

검진에 참여하고 있는 윤간우 녹색병원 산업의학과 전문의는 "목이 뻐근하거나 어깨결림 같은 근골격계 질환이 가장 사소하게 나타나지만, 증상 없이 나타나는 심근경색 등 생명과 직결되는 뇌심혈관계 질환이 큰 우려지점"이라고 말했다.

윤간우 전문의는 "화물운수노동자들의 건강을 개인의 생활습관과 건강관리 탓으로 돌려선 안된다"며 "사고와 질환 위험을 높이는 장시간 노동과 심야운행의 금지가 이뤄져야 하고 이에 따른 임금 보전이나 복지, 산재문제 등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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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 특수고용 , 화물연대 , 운수노조 , 조성애 , 윤간우 , 김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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