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민주노총, 쏟아지는 비판과 대안

혁신토론회 10시간...반걸음 부족한 자성

"민주노총은 죽었다"
"위기는 구조적이다"
"암덩이가 퍼져 곧 있으면 사망할 것"

1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오랜 시간 열린 민주노총이 주최한 '민주노총 혁신 대토론회'에서 나온 말들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민주노총 간부와 정파(의견그룹), 진보진영 외부 인사들이 참여해 각자의 위치에서 민주노총 위기에 진단을 내놨다. 자극적인 표현만큼이나 민주노총 위기에 대한 수심도 깊었다. 참석자 다수는 위기의 원인을 사라진 이념, 정파 갈등, 조합주의, 관료화 등으로 꼽았다.


이들은 민주노총 위기극복을 위해선 반성을 통한 근본적으로 해결이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천방안으로 종파주의 청산, 대중투쟁 활성화와 함께 비정규직과 함께하는 민주노총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결론으로 모아졌다. 특히 각 정파(의견그룹)에서 참석한 토론자들이 종파주의 청산에 입을 모아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반성의 칼을 들이민 참석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승우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부의장은 "보궐선거에서 연합지도력을 창출해 혁신의 기초를 마련해야 한다. 향후 구도에 얽매이지 말고 새 토대에서 규율있는 전투적인 집행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파가 그간 주장했던 단결을 통한 실천의 반복이었다. 그러나 국민파가 비판받아왔던 계급타협 행보는 비껴갔다.

중앙파, 현장파도 마찬가지였다. 한석호 전진 집행위원은 "민주노조운동이라는 패러다임은 낡았다. 정말 연대하고 있느냐는 틀을 갖고, 치고 박고 싸우고 비판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노조 중앙권력 장악을 위해 이합집산한다는 중앙파 비판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로 이어지진 못했다. 정윤광 노동전선 정책위원도 "자본세력, 부패세력 단절해야 한다. 노동자를 혁신투쟁으로 일으켜 세워야 한다"고 말했지만 현장파는 구체적 대안이 없다 혹은 분파주의라는 비판에 대한 답은 없었다.

성폭력 사건 이후 지도부 총사퇴로 민주노총 위기논의가 본격화됐음에도 여성주의나 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준비모임의 유현경 씨는 "성폭력사건 후 지도부 총사퇴까지 이어진 과정은 여성문제를 조직의 과제로 받아들이지 못해서다. 혁신의 과제로 여성비정규직연대를 제출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지정 토론자 중 유일한 여성이었던 박승희 서울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도 "비상대책위의 첫 번째 과제는 성폭력사건 해결과 함께 서열화, 권력화된 차별을 해결하는 것이다. 담론이 아니라 혁신에 대한 감수성과 구체적 실천과제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후속 혁신사업으로 18, 19일 이날 토론회 내용을 정리해 '혁신과제에 대한 원탁회의'를 연다. 이후 모아진 의견을 기초로 조합원 토론을 진행해 1차 혁신사업안을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