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좌파 정권 탄생 예고

15일 대선...20년 만에 정권교체 하나

중미의 작은 나라 엘살바도르에서 15일 치러질 대선이 주목받고 있다. 1980년대 게릴라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는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FMLN)이 20년 이상을 집권해 온 전국공화연합(ARENA)을 누르고 집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마지막 변수들이 남아 있지만, 현지 언론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의 마우리시오 푸네스 후보가 10% 포인트 이상 우세를 보이고 있다며 정권교체를 점치고 있다.

지난 달 현지 센트럴 아메리카 대학 여론조사원에서 실시한 조사결과에서도 응답자 중 49.3퍼센트가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선전의 푸네스 후보에게 표를 주겠다고 답했다.

집권당인 전국공화연합의 로드리고 아빌라에게 표를 주겠다고 한 응답자는 31.7퍼센트였다. 응답자들의 60퍼센트는 20년 이상을 집권해온 전국공화연합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FMLN, 1월 총선서도 제 1당으로 부상

올해 1월 18일 있었던 총선에서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은 과반수 의석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제 1세력으로 올라가면서 올해 대선에서 승리의 가능성은 높아졌다. 이번 총선에서는 96개 시장직과 84개의석 중 35개 의석을 차지했다.

파라분도 마르티민족해방전선은 1980년에서 1992년까지 미국의 지원을 받은 우익 쿠데타 세력에 맞섰던 게릴라 저항조직에 뿌리를 두고 있다. 미.소 대리전 양상을 띠었던 당시 엘살바도르 내전은 7만5천 명에 달하는 희생자를 냈다. 내전은 유엔(UN)의 중재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서 종결되었다.

1992년 좌파 게릴라 조직과 공산당의 연합으로 결성된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은 제도 정당으로 변신을 꾀했다. 엘살바도르의 정치 1번지라 할 수 있는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12년 동안 시장직을 유지하기도 했지만, 대선에서는 번번히 실패했다.

1994년 첫 선거에서는 12개 시장직과 22개를 얻었다. 94년 대선에서는 32퍼센트, 99년 대선에서는 29퍼센트, 2004년에는 37퍼센트의 지지를 얻어 집권에 실패했다.

푸네스, "이제는 유산을 청산할 때"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의 후보로 나선 마우리시오 푸네스는 연설에서 소수의 가문이 대대로 정치, 경제를 지배해왔다며 "이제는 유산을 청산할 때"라는 점을 강조했다. 빈곤 해결과 사회적 불평등 해소, 민주주의의 회복을 전면에 내세웠다.

푸네스 후보는 게릴라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는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과는 달리 게릴라 운동에 가담하지 않았다. 선거에 나서면서 당 활동에 뛰어든 인물이다.

푸네스 후보는 방송기자 출신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보도를 하다 14년 만에 쫓겨났다. 이 점이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 정치인들의 비리를 폭로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인지도가 높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밀리는 형국이 된 전국공화연합은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에 '공포'를 유발시키는 방식을 대응하고 있다. 전국공화연합은 푸네스가 승리하면 엘살바도르가 베네수엘라와 쿠바의 영향력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로드리고 아빌라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자유를 수호하자, 우고 차베스의 전체주의의 인질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기존 정치엘리트와 결탁한 미디어도 연일 차베스와 푸네스 후보가 함께 있는 사진들을 방송에 내보내면서 "차베스, 헤즈볼라,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와 함께 미 제국을 쓰러뜨리기 위해 어린이들을 무장시키고 훈련시킬 것"이라는 악선동에 나섰다.

그러나 <인터프레스(IPS)>는 푸네스 후보를 지지하는 층의 폭이 넓으며, "폭넓은 사회운동의 지지와 함께 미국 이민자들, 국내 중소기업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현지의 분위기를 보도했다.

<인터프레스(IPS)>는 폭넓은 사회운동의 지지와 함께 이민자들로부터의 수입이 경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내 이민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경비 일을 하는 41세의 호세 라모스는 두 후보 중 누군가 승리하겠지만 "변화, 어린 아이들을 위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76세 연급 수령자인 라울 아얄라는 전국공화연합의 승리를 바란다며 "자유와 주권을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위기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엘살바도르의 경제도 위기를 맞고 있다. 전체 국민총생산(GDP)의 17퍼센트를 미국 이민자들의 송금에 의존하고 있는 엘살바도르 경제는 미국 경제가 위기를 맞으면서 더욱 악화되고 있다.

20년 간 집권해온 보수 우익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과 경제위기가 정권교체와 게릴라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는 좌파 정권의 집권으로 이어질 것인지 주목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이 강경좌파에서 중도까지 확산된다고 하더라도 1차 투표에서 완승을 거두기는 힘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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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 FMLN , 엘살바도르 , 푸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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