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숨바꼭질 이사회, 정원 줄이고 초임 깎아

노조 피해 장소 두 번 옮겨 정원 305명, 초임 12% 삭감

한국가스공사는 26일 12시께 메리어트 호텔(고속터미널)지하 중식당에서 이사회를 열고 정원 감축을 골자로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기습처리했다.

  한국가스공사 이사진은 3번이나 장소를 옮겨 이사회를 열었다. 3번째 장소에서 한국가스공사노조 조합원들과 공공노조대표단은 겨우 한국가스공사 이사진을 만나 면담을 진행했다.

한국가스공사는 26일 이사회를 열어 전체직원의 10.7%인 305명을 올 3월까지 감축완료하고 이를 정원외 인력으로 별도 관리하는 ‘정원 조정안’과 경영관리시스템 개선 방안, 대졸초임 12% 삭감(보수규정 개정은 09년 5월)하는 등의 방안을 통과시켰다.

공공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 조합원들과 공공운수연맹 산하 공공기관 노조 대표자들과 미리 이사회 저지를 위해 애초 이사회 장소인 역삼동 모 중식당에 대기하고 있었으나 사측은 이사회 장소를 두 차례나 변경, 제 3의 장소에서 이사회를 신속하게 처리했다.

  이사회가 열릴 계획이었던 역삼동 모 중식집, 미리 도착한 한국가스공사조합원들과 공공노조 대표단

  한국가스공사 이사회는 결국 이 장소에 오지 않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 이사회를 열었다.

한국가스공사지부가 이사회 장소에 도착했을 무렵엔 이미 위 안이 의결된 후였다. 한국가스공사지부는 이에 항의하며 그 자리에서 사장과 이사진들과의 면담을 요청, 이장우 공공노조 수석부위원장을 포함한 5명의 노조 대표단과 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을 비롯한 이사진들과 면담을 시작했다.

면담자리에서 이사회를 주재한 이강연 이사회 의장은 “가스공사는 업무가 많아 현 인원으로도 부족하다. 오히려 인원 충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지침(인원감축)이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지부는 이날 면담을 통해 주강수 사장으로부터 “다시 이사회 소집 요청해 경영효율화 안건 재논의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한국가스공사지부는 26일 오후 4시께 성명을 내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상급단체인 공공운수연맹, 민주노총 산하 공공부문 노조와 함께 잘못된 선진화 조기 추진 지침을 투쟁으로 막아낼 것”이라고 공표했다.

황재도 공공노조 한국가스공사 지부장은 “이번 처리 안건은 고용, 임금문제 등 노사 단체협상에 포함된 사항이다. 이는 노사가 합의로 처리해야하는 문제라는 것, 노조와 일체 협의없이 이사회 열어 처리한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재도 지부장은 “신뢰의 문제가 있다. 한국가스공사 노사는 작년 낙하산 사장 인사 건으로 갈등관계에 있다가 올 3월 2일 노사간 합의문 작성했다. 그 합의문에 선진화 문제, 신규사업에 따른 고용창출 문제 등을 함께 논의하기로 결정했고 이후 노사간의 대화도 쭉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사측에 대한 신뢰 문제 역시 재고사항, 노사화합 주창하는 이명박 정부가 되려 노사갈등을 야기한다”고 말했다.

박준형 공공노조 정책실장은 “공기업 선진화 방안의 내용은 노사 단체협상을 통해 결정될 사항이다.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이사회 처리는 원천적으로 무효다. 기획재정부는 정원외 인원에 대해 예산책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예산 지급은 정원에 맞게 책정된다. 예산을 지급하는 곳이 기획재정부인 만큼 이는 공공기관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통제권을 강화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강제구조조정에 더도 덜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황재도 지부장은 "이사회 재소집 후 오늘 처리된 이사회 안건을 재논의하고 더불어 이달 말 노사 단체협상이 시작되는 만큼 이 자리에서 전면 재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기업 선진화 조기추진 지침에 따라 각 공공기관은 속속 이사회를 통해 인력감축방안을 처리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통해 정원 41명 축소, 초임 12. 4% 삭감하는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처리한 바 있다. 공공노조에 속해있는 건강보험관리공단, 중소기업진흥공단,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등 20여개 공공기관이 3월중 이사회 처리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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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선진화 , 한국가스공사 , 이명박 , 정원감축 , 대졸초임 , 이사회 기습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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