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노조와 공공노조 산하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8일 오전 10시 '비정규직 확대, 해고 및 임금삭감을 강요하는 공공기관 선진화방안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공기관 선진화방안 폐기 촉구 공공노조 기자회견 |
공공노조는 "정부가 공공부문 경영효율화를 꾀한다는 명분으로 추진하는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은 정규직 정원은 줄이고 행정인턴을 채용하는 등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원을 줄이고 그 자리를 채우는 행정인턴은 한 달 임금 100만 원 안팎의 10개월 계약직으로 정부가 앞장서서 대량의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 지난 6일 발표한 6차 선진화방안 내용 역시 대다수 공공기관들의 정원을 줄이기 위해 정규직이 담당하던 업무를 아웃소싱이나 민간위탁 등 간접고용을 확대하는 방안이라 문제는 더 심각하다.
회견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의료연대서울지역지부,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지부, 국립오페라합창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 나와 현장증언했다.
정광수 공공노조 인천공항지역 지부장은 "지난 2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아웃소싱비 10% 절감을 발표하자 업체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1천여 명 이상을 감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공공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노동자들은 지난 12일 인천공항지역 비정규직 노동조합 비상회의를 열고 이에 예산삭감 반대하는 행동에 돌입했다.
정광수 지부장은 "용역업체들은 예산삭감 비용을 이윤에서 줄이는 것이 아닌 용역단가의 70%가 인건비인 현실에서 해고 또는 임금삭감으로 예산삭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4일 SBS 방송에서 '아웃소싱 10% 삭감은 인력구조조정이 아니라 비용절감'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광범위하게 아웃소싱을 통해 용역직이 공항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외부용역 업체는 38개였고 소속 인원은 총 6,148명이다(2008년 6월). 공사의 비정규직 비율은 86.9%(2003년)이고 공공부문에서는 가장 높은 수치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들의 우려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정광수 공공노조 인천공항지역 지부장은 "아웃소싱 업체중에는 자연감소 인원을 보충하지 않고 감소된 인원으로 공사와 계약체결, 이로 인해 과도한 노동강도가 자행되고 있으며 또한 노동조합이 없는 업체는 노골적을 노동자들에게 '10% 정리해고'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은 1990년에 비해 관리해야할 병원의 시설과 면적(4만여평)이 2008년에는 거의 2배 가까이(7만 6천여평) 늘어났음에도 인력은 193명에서 146명으로 줄었다.
오은영 공공노조 의료연대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장은 "필요한 소방업무 담당자가 야간에 없어 전기업무 담당자나 기계업무 담당자가 소방업무를 겸하고 있는 실정이고 이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보호자, 병원 직원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대병원은 시설관리업무를 외부 용역에 맡겼고 2009년에는 용역회사와 임금을 동결(계약금 1.64% 인상은 작년 임금인상 감안할 때 동결수준)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용역회사의 계약금 동결은 용역회사에 속한 노동자들의 고용조건을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오은영 분회장의 설명이다. 오은영 서울대병원분회장은 "서울대병원은 시설관리 용역업무에 대한 재계약은 충분한 시설관리 인력 확보하고 하청노동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향상시키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은 2002년 3월 문화향유의 저변을 확대하고 오페라공연의 질적 향상을 위해 향후 상임화를 조건으로 창단했지만 7년간 연습생 신분으로 4대 보험도 가입 못하고 최저임금에 밑도는 임금을 받으며 일해왔다.
2007년에 새로 부임한 이소영 국립오페라단장은 경영효율화와 합창단이 규정에 없다며 지난 1월 합창단 해체와 합창단원 집단해고를 통보했다.
▲ 문대준 공공노조 국립오페라단지부 조합원 |
문대준 공공노조 국립오페라단지부 조합원은 "이소영 단장은 합창단 해체가 경영효율화 일환이라고 말하지만 국립오페라단 예산은 2008년 42억에서 2009년은 50억으로 증액, 국립오페라단은 기간 3억 원의 예산으로 운영됐지만 문광부에서 새롭게 제출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은 5억 원 상당의 예산이 투여된다. 이는 7년간 기량을 쌓아온 성과 무시하고 합창단 해체하면서 기존노동자 해고하고 간접고용 비정규 일자리를 대량 양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지난 1월 14일 임직원 연봉의 2%를 반납, 행정인턴 66명을 채용하기로 노사 합의를 했고 공단은 채용 인원을 2배로 늘렸다. 이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의 고통분담 대표적 사례로 회자됐다.
그러나 노사합의 보름전인 작년 12월 30일 공단은 경륜본부와 경정본부 매표소에서 일하던 일용직 발매원 14명을 '계약해지'했다. 계약해지 당한 발매원들은 "비정규직 인원을 감축하려는 부당해고이며 노조활동에 적극적인 조합원을 자르는 노조탄압"이라고 맞섰다.
공단은 2007년 말에 비정규노조 결성 4일만에 노조간부 6명을 해고, 서울지방노동위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 지난해 9월 복직시킨 바 있다. 불과 세 달만에 다시 해고된 노동자들 중에는 노조 조합원 9명이 포함됐다.
▲ 김성금 공공노조 국민체육진흥공단비정규지부 사무장 |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지난 12월 105명의 정규직 노동자들을 구조조정하기도 했다. 공단 측은 "정규직에 대해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고 이후 희망퇴직도 실시할 예정, 다만 비정규직은 구조조정 대상이 아니라 근무평가에 따른 계약해지"라고 설명했다.
정병찬 국민체육진흥공단 홍보실장은 "인턴은 국가적 일자리 창출대책 차원이고 구조조정은 공기업 선진화 대책에 따른 결정이다. 두 가지는 별도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부 눈밖에 날까봐 인턴을 뽑은 거 아니냐, 비정규직인 우리는 자르고 인턴을 늘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애초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든 것은 고용안정을 악화시키는 시급제나 외주화를 막기 위해서다. 공단은 2007년 4월 정부에 제출한 비정규직 대책보고서에서 "향후 경주 종사 업무 전체를 외주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광식 국민체육진흥공단 노사협력팀장은 "최근 경정 분야에서 시급제 노동자가 8명 늘어났을 뿐 시급제 도입이나 외주화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직노조는 "이미 지난해 5월부터 노조 없는 부산 경륜공단은 채용공고 내 시급제를 뽑고 있다. 발매원 자원감소와 부당해고로 부족해진 일손이 시급제 노동자로 채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통한 일자리 확대와 노사간 화합으로 고용창출을 누차 주창하고 있지만 연신 현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되고 있고 그 자리를 시급제나 외주 용역 등 더 질낮은 일자리‘만’을 창출하고 있다.
8일 기자회견에 참여한 공공기관 선진화방안 폐기 촉구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은 “이명박 정부는 부자들에게 감세파티를 기업들에게는 규제완화를 선물 주고 이 때문에 부족한 예산을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 등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노동자의 임금 삭감으로 채우려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 살리기’는 서민을 죽여 부자를 살리는 대책”이라고 지적하며 “선진화방안 폐기하고 ‘부자살리기 서민죽이기’ 정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