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전여옥 의원의 눈을 때렸나

45일 전 국회 본청 뒷마당에선 무슨 일이

10일 전여옥 의원 폭행 사건에 대한 2차 공판이 서울남부지법 304호 법정에서 열렸다. 시간은 45일 전으로 돌아간다.

전여옥을 향한 한 어머니의 분노

2월 27일. 주로 방문객들이 출입하는 국회 본관 후문 안내데스크 앞에서는 소란이 벌어진다.

이정이 씨와 조순덕 씨는 민주화를위한가족협의회(민가협) 회원들과 함께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의 사무실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오는 길이었다. 전여옥 의원은 2002년 4월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가 부산 동의대 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한 것이 “좌파세력이 왜곡한 역사”라며 재심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 이틀 후였다.

이정이 씨를 비롯한 민가협 회원들은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아들이 동의대 사건 당사자인 이정이 씨는 더욱 그랬다. 그래서 국회라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오후 12시 30분 경 국회 본관 후문 안내데스크 앞에 도착했다. 화장실에 잠시 다녀오던 길이었던 이정이 씨의 눈에 그렇게 만나고 싶었던 전여옥 의원이 보였다.

전여옥 의원의 비명이 들리다

마침 그 곳을 박모 씨가 지나가고 있었다. 문희상 부의장실에 음료류를 배달하기 위해 국회에 들렀다. 매번 그렇듯이 신분증을 보이고 국회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경위들이 막아섰다. 각종 쟁점법안을 둘러싸고 여야의 충돌이 이어지자 박계동 국회 사무처장이 출입제한조치를 내린 것. 그는 부의장실에 전화를 걸기 위해 안내데스크 뒤쪽으로 향했다.

20년 가까이 방문객들을 상대하는 안내데스크에서 일해 온 국회사무처 직원 정모 씨는 교대시간을 앞두고 있었다. 보통 오후 12시 45분에서 50분 사이에 교대가 이뤄진다. 국회사무처의 출입제한조치로 정신이 없었다. 들어가겠다는 당직자들과 방문객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중이었다.

그 때 전여옥 의원의 비명이 들렸다.

이정이 씨와 조순덕 씨 그리고 전여옥 의원이 뒤엉켜 있었다. 전화를 막 끊은 박모 씨, 방문객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정모 씨는 동시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건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정모 씨는 어두운 색 코트를 입은 한 여성이 전여옥 의원의 앞섶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여성과 전여옥 의원은 옥신각신 하며 정모 씨의 1m 앞까지 왔고 이 모습을 본 박모 경위가 달려와 말리기 시작했다. 전여옥 의원에게서 그 여성을 떼어낸 박모 경위는 전여옥 의원을 데리고 국회 본관 안으로 들어갔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그 여성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전여옥 의원은 7-8명이 달려들어 폭행을 했다고 하는데 어떤가요?” “제가 아는 한 아니에요. 제가 본 건 여자 한 명과 전여옥 의원 그리고 싸움을 말리던 경위 한 명, 총 3명이었어요”

“영등포경찰서에서 쓴 진술서에는 ‘욕을 한 여자가 가슴과 배를 2-3회 때렸다’고 했던데 맞습니까?” “제가 그 때도 그런 말 하지 않았다고,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어요. 난 밀쳤다고 했어요” “또 ‘여자의 손이 얼굴로 향할 때 눈 부위를 향했고’라고 하셨나요?” “눈 부위로 향했다는 말은 한 적 없어요. 그냥 머리 쪽으로 손이 올라가니까 머리 전체를 그냥 얼굴이라고 표현한 거예요”


이 진술서는 수정 없이 검찰로 넘겨졌고 검찰은 이를 그대로 증거자료로 채택했다.

박모 씨도 고개를 돌렸다. 그는 전여옥 의원의 옆모습을 봤다. 조순덕 씨와 한 여성이 전여옥 의원의 머리를 잡고 있었다. 사건은 순식간에 끝났다. 그리고 그는 조순덕 씨에게 왜 그랬냐고 물어봤다. 조순덕 씨가 “저 정돈게 다행이죠”라고 답했다고 그는 기억한다.

“여자들이 전 의원의 머리 어느 부분을 잡고 있었죠?” “옆 쪽 하고 뒤 쪽이었어요” “그 여자들이 혹시 눈을 때리는 모습을 보았나요?” “못 봤어요”

특히 욕을 많이 해 사진에 담긴 이정이 씨

이정이, 조순덕 씨와 실랑이를 벌이던 전여옥 의원은 바로 국회 의무실로 향했다. 의무실에 도착한 전여옥 의원은 김모 보좌관에게 전화를 건다. 전여옥 의원의 호출을 받은 김모 보좌관은 국회 본관을 나오던 민가협 회원 일행과 만난다. 순간적으로 저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민가협 회원들을 사진기로 찍었다. 그 사진에 이정이 씨의 모습이 담겼고, 이 사진은 이정이 씨를 폭행범으로 규정하는 증거가 되었다.

“왜 이정이 씨가 전여옥 의원을 폭행했다고 생각했죠?” “본관으로 들어가는 길에 전여옥 의원을 욕하는 소리가 들렸고 특히 이정이 씨가 욕을 많이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사진을 찍어두었습니다”

“전여옥 의원의 현재 상태는 어떻죠?” “수면제를 먹어야 잠을 이루시구요. 허리와 목, 가슴에 통증을 호소하면서 15-20분 간격으로 찜질을 하세요” “전여옥 의원 옆에 계속 상주하시나요?” “출퇴근 하면서 있습니다” “수면제 먹는 걸 봤나요?” “봤습니다. 통원치료를 하시는데 돌아오는 차 안에서 수면제 한 알 드시는 거 봤습니다”


법정 안에서는 어이없다는 한탄이 이어진다.

진술서 왜곡은 모르쇠, 유전자 감식까지 동원한 범인 찾기

사건 직후 이정이 씨는 현장에서 긴급 체포되었다. 사건 발생 4시간 후 경찰은 이 사건을 국회의원에 대한 ‘테러’로 규정하고 신속하게 형사 50여 명과 영등포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꾸렸다. 경찰은 이정이 씨 손톱 밑을 면봉으로 닦아 유전자 감식까지 했다.

다음 날 보수언론은 ‘피습’, ‘괴한’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이 사건을 대서특필한다. 전여옥 의원은 눈 부위를 맞았다며 바로 안대를 착용했으며, 여의도 근처가 아닌 용산에 위치한 순천향대병원으로 향한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병문안이 이어지고 이명박 대통령은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느냐”며 위로했다.

마비성 상사시는 왜 걸렸을까

순천향대병원 측은 1차 소견으로 “왼쪽 눈의 각막이 약간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각막의 약간의 손상은 ‘마비성 상사시’라는 진단으로 이어진다. 마비성 상사시는 눈 근육이 마비돼 한쪽 눈의 안구가 다른 쪽보다 올라가는 증상으로 사물이 둘로 보이는 증세를 보이는 병이다. 전치 8주 진단이다.

박모 씨의 증언이 이어졌다. “사건 당일 저녁 뉴스에 전여옥 의원이 눈을 맞았다고 하더라구요. 거래처 사장님하고도 저건 아닌데라는 말을 나눴어요. 그래서 국회에 찾아가서 얘기를 했죠”

정모 씨도 증언한다. “사건 직후 전여옥 의원이 눈 부위를 감싸 쥐거나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봤나요?” “보지 못했습니다”

2시간 30여 분 동안 진행된 2차 공판. 법정에서는 일흔 가까이 된 할머니 폭행범과 일흔을 훌쩍 넘긴 폭행범의 친구들이 한숨을 쉬며 함께 했다. 법정을 나서며 누군가 “정말 코미디구만”이라고 말을 던졌다. 코미디 대본은 오는 29일 열릴 3차 공판에서 계속 쓰여진다. 다음 무대에선 이 사건 주인공 전여옥 의원도 직접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