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람은 없다, 제도가 불법이다

[기고] 단속반의 불법 폭력, 사람이라면 이럴 수 없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외치는 구호 가운데 이런 구호가 있습니다. ‘불법! 불법! 하지 마라! 하지 마라!’. 얼핏 들으면 불법행위를 하지 말라는 말처럼 들리는 이 구호 속에는 새겨들어야 할 두 가지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제대로 한국말을 배운 적이 없는 이주노동자들이 그들 나름대로 만들어낸 이른바 이주노동자식의 한국말을 보여줍니다. 한국 노동자가 흔히 외치는 8박자식 구호에 익숙하지 않은 이주노동자들이 그들 방식대로 만든 구호입니다.

그 두 번째는 이에 당연히 따라오는 이 말에 대한 해석입니다. 이 구호는 ‘우리를 향해 불법사람이라고 부르지 말아달라’라는 요구입니다. 그래서 덧붙여 다시 주장합니다. ‘불법사람은 없다. 제도가 불법이다.’(Nobody is illegal, System is illegal!).

그런데 이 말의 역설을 여실히 보여주는 현장을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며칠 전 중도일보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공개되었고, 바로 이어 모든 방송매체에서 앞 다투어 방송한 대전의 모 음식점에서 연행된 여성이주노동자와 관련된 동영상이 그것입니다.

그 동영상에는 처절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여성이주노동자를 상반신이 벗겨진 채로 바지춤을 잡고 연행하고 있는 장면이 여과 없이 드러나 있습니다. 심지어 시멘트 바닥에 내팽겨개치기도 합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출입국 직원이 사용한 방식은 강력계 형사들이 범인을 검거하여 연행할 때 쓰는 방식입니다. 아마 또 그 방식은 출입국 직원인 그 누군가에 의해 전수되었을 것입니다. 미등록이라는 체류신분이 결코 범법행위가 아니고 더구나 강력범죄는 더 더욱 아닐진대, 이 동영상은 이 여성노동자가 흉악범죄를 저질러서 연행되는 사람으로 보여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술 더 뜹니다. 이미 수갑을 차고 출입국단속반의 차량에 탑승해서 이른바 제압이 되어있는 여성노동자의 목을 사정없이 가격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기가 찹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마침내 그 여성노동자가 외마디 비명을 지릅니다. “왜 때려요!”.
그리고 다음 장면, 이윽고 차 한 잔을 마시는 그들의 여유에 할 말을 잃습니다.

제도가 잘못되어 불법상태, 즉 미등록 상태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우리들을 향해 불법사람이라고 말하지 말고 잘못된 제도를 고치라고 외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너희는 모두 흉악범이니 폭력을 휘둘러서라도 연행해야 한다는 이 발상은 도대체 어디에서 시작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백번 양보해서 이들이 불법사람이라서 연행을 해야한다는 그 이유가 이런 불법폭력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비극적 상상을 하게 됩니다. 이른바 단속반 직원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오늘은 재수가 없었다’라고 재수타령을 하고 있을 장면을 상상하게 됩니다. 늘 있는 그런 일이 어쩌다 오늘 재수 없이 언론사 카메라에 노출되어 여과 없이 방영됨으로써 문제를 만들었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는 의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이런 식의 단속은 늘 있어왔으니까요.

이 글을 쓰는 저 역시도 대낮에 웃통이 벗겨진 채 땅바닥에 패대기쳐지는 이주노동자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그것도 출입국 단속반원이 아닌 단속보조업무를 하러나온 공익요원이 그런 일을 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이를 저지하다가 입에 담지 못할 온갖 욕을 얻어먹으며, 당신도 끌고 가서 뜨거운 맛을 보이겠다는 협박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날 만일 동영상이 촬영되기만 했다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오리발을 내밀며 보기에 따라서는 밀친 것일 수도 있지 않느냐고 대답하는 출입국관계자의 후안무치한 대답이 이를 짐작하게 합니다. 이 정도 되면 출입국 단속반원이 휘두르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가히 짐작이 갑니다.

이런 불법폭력단속이 출입국 단속반원을 사칭하는 사기꾼을 만들어내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잊을 만하면 언론을 오르내리는 출입국직원 사칭 범죄행위는 무시무시한 단속의 공포 앞에 맨몸으로 드러나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내일 또 아니 지금 이 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이런 시끄러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 이런 단속을 합법적으로 가능하게 만들어야한다는 참 어이없는 발상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얼마 전 개정안이 입법예고 된 출입국 관련법안이 그렇습니다. 그 개정안에 따르면 출입국 단속반원들은 지나가는 이주노동자 및 이주노동자로 의심되는 모든 사람에게 신분증제시를 명할 수 있고, 이를 거절할 경우 연행할 수도 있습니다.

콧날이 높고 눈이 커서 무언가 다르게 생긴 느낌을 주는 필자 같은 사람은 이제 언제든지 출입국직원의 불심검문에 응해야 하고(개정안 제81조 ③항에서 ⑤항), 이에 이의제기를 할 경우 출입국으로 보호라는 명분으로 연행이 되는 겁니다(개정안 제11조, 개정안 51조 ③,④항). 이 과정에서 순순히 응하지 않고 반항하는 사람은 불법 폭력에 시달려도 호소할 방법이 없게 되고 불법 폭력은 법이라는 미명으로 오히려 정당화되는 야만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사람이라면 이럴 수 없습니다. 명백한 불법행위를 자행한 출입국 직원들은 사법처리 되어야 하고 책임선상에 있는 모든 이들은 물러나야 합니다. 그리고 출입국 관련 개정법안은 이주민들의 인권보호를 우선으로 하는 내용으로 대폭 수정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더 이상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출입국 당국의 반인권적, 비인간적 태도에 대해 온 국민의 저항이 필요한 때입니다. 지금 또 이런 일들이 유야무야된다면, 그야말로 4월은 잔인한 달이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말

김헌주 님은 경산이주노동자센터 대표를 맡고 있으며 경북지역 일반노동조합 부위원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