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박한, 너무나 천박한

[이득재의 줌 인 줌 아웃]

이명박 대통령이나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닮았다. 너무 천박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두 사람이 그렇게 닮은 것일까. 황석영 소설가는 데리고 다니고 황지우 시인은 내동댕이쳤다. 뉴라이트 쪽에 진짜 예술가 지식인이 있는 모양이다.

한국종합예술학교(이하 한예종)를 가리켜 부실집단이라고 비판한 변희재의 충고와 달리 잔뜩 심술이 나 있는 이문열, 복거일을 데리고 문화예술 하려고 하는 걸까. 소설가는 한국의 문호라고 치켜세우고 한국종합예술학교 총장인 황지우 시인은 도중 하차시켰다.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몇 달 동안에 걸친 집요한 추적 끝에 황 총장이 예술기능인 양성이라는 학교 취지에 걸맞지 않은 U-AT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며 참으로 예술기능인다운 발언을 했다. 그러니 예술가들이 ‘딴따라’ 내지는 ‘광대’라는 소리를 듣는 것 아닌가. 게다가 극단까지 운영해 봤으니 지식이나 공부하고는 진짜 담 쌓은 채 한국종합예술학교를 딴따라 기능인을 양성하는 광대 학교쯤으로 여기는 것 아닌가. 한예종의 통합교육이 딴따라 양성과는 그 취지가 맞지 않는다는 장관의 발언이 엄청난 변명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동안 이명박 정권이 추진해 온 진보 물갈이의 일환일 터이니 말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문화예술에 대한 천박한 인식이다. 이명박 정권 안에 고급스러운 문화예술인을 짱 박아 두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이 건설족이나 딴따라족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고 해서 예전에 노태우 대통령처럼 혹여 또 헤세 좋아한다 어쩐다 하는 소리 일랑 일체 하지 말기를 바란다. 소름끼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영화 구경 다니는 것 하고 문화예술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위임을 받은 한예종의 국립대학 총장을 도대체 무슨 권한으로 문화부 유인촌 장관이 하차시킬 수 있는가? 황지우 총장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중징계 요청했다고 하겠지만 대학 문제를 왜 문화부가 나서서 왈가왈부하는가? 문화부는 한예종이 문화부 부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하겠지만 유인촌 장관도 KBS1 라디오에 출연해 한예종을 ‘학교’라고 언급했듯이 한예종은 명백하게 교육 기관이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 보자. 한예종과 국립현대미술관 하고 같은 종류인가? 전자는 교육기관이고 후자는 문화예술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문화부가 교육 기관을 사정하고 그것도 공금유용이니 근무지이탈이니 징계 급에도 들지 못하는 사항들을 들먹이며 총장 사퇴를 강제한 것은 명백한 월권 행위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서 행정, 정치, 언론, 사법 영역 말고도 학술, 문화 영역 안에서도 진보 진영을 싹쓸이하려는 음모가 착착 진행되어 왔다. 대학 교수들의 의식을 돈 보따리에 꼭 꼭 매 놓은 채 정권 친화적인 연구만 강제하고 지식인다운 연구자들을 학술 지원에서 배제했으며, 한예종의 학교 차원의 프로젝트를 탈락시키고 급기야는 한예종이 무슨 범죄 집단인 듯 사방에서 폭격을 해대고 있다. 문화부가 이 명박 정권의 시녀로 전락한 것은 유인촌 장관의 딴따라정신 혹은 더 좋게 말해 예술기능인다운 사고의 발로로 치부하고 넘어가면 그만이겠지만 한예종을 한국의 문화예술의 메카로 키우려고 노심초사하던 총장을 중도 하차시키고 문화예술 영역 안에서 좌파 제거라는 정치적 욕망을 표적심사로 충족시키려고 하는 것은 문화예술의 파쇼화에 다름 아니다. 지난 세기 러시아에서 꽃 피웠던 아방가르드 문화예술이 국가가 문화예술 영역 안에 침범하면서 소멸해 버렸던 역사를 이명박 정권과 문화부는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환율 정책의 실패를 꼬집은 미네르바를 구속시키고 용산 참사 시간과 관련지어 전철연 사무실을 수색하며 화물 연대 노조 사무실을 이 잡듯이 뒤지고 촛불 사건과 연관된 사람들을 묻기로 잡아가더니 이제는 한예종 마저 파쇼정권의 희생물로 전락시키고 있다. 백골단을 부활시키고 철도공사 사장 자리에 경찰청장을 갖다 앉히면서 이명박 정권은 박정희 전두환 집단 못지 않게 사회 구석구석을 물갈이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선진사회 구현을 목표로 이런 일들을 벌이고 있노라 강변하겠지만, 이명박 정권은 철저하게 자기들의 계급적 이익만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치는 건설족일 따름이다. 실물 경제는 L자형 장기 침체로 가고 있는데, 언론을 삐끼로 내세워 한국 경제 바닥론을 흘리며 주식개미들을 모으고 그들을 발판으로 삼아 건설족의 이익을 챙기려는 더러운 음모를 꾸미고 있다. 루비니나 폴 크루그먼 조차도 미국 경제의 회복 가능성에 회의를 보내는 마당에 일자무식일 이명박 정권이 무슨 능력으로 경제 바닥론을 이야기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필경 자기들의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을 지키고 또 부풀리기 위해 저지르는 더러운 부동산의 욕망이자 먹튀 자본으로서의 음모를 실현시키기 위한 수단일 따름이다.

이렇게 반민중적인 폭력이 난무하는데도 철없이 이명박 대통령을 쫓아다니던 황석영은 호된 비판을 받아야 할 일이거니와, 청와대 고소영 강부자 내각이 쳐 놓은 매트릭스에 걸려 이게 밥인지 똥인지도 모르면서 부동산 욕망에 휘둘리고 결국엔 모든 부동산, 주식 등의 이익을 청와대에 진상하는 꼴이 되고 마는 맥락 아래에서 작금의 모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대통령 임기 동안 대한민국 전체를 ‘BBK 주식회사’로 만들어 대한민국의 자산을 통째로 삼켜버릴 작정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