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 용지에 볼펜으로 적은 ‘가짜’ 정리해고 명단

쌍용차, 희망퇴직 ‘종용’ 위한 ‘가짜 명단’, ‘문자 통보’ 속속들이 발견

쌍용자동차가 ‘가짜’ 정리해고 명단을 만들어 노동자들에게 희망퇴직을 ‘종용’했다는 ‘가짜 명단’, 문자 등 증거들이 속속들이 발견되고 있어 노조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노조가 ‘가짜 명단’을 발견한 날은 1차 희망퇴직 마지막 날임과 동시에 25일자로 희망퇴직 연장 공고를 한 5월18일로 당시 조립3팀 중간관리자는 A4 용지에 볼펜으로 적은 명단을 ‘정리해고 명단’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노조를 통해 입수한 '가짜 정리해고 명단'. A4용지에 볼펜으로 적은 이름들이 빼곡히 적혀있다. [출처: 미디어충청]

또 다른 관리자는 “정리해고 명단에 있습니다. 정리해고 알려드리면 희망퇴직 작성자입니다”는 내용의 문자를 부서 노동자들에게 대거 발송하기도 했다.

노조 최용석 교육부장은 “18일 저녁 회사가 ‘(노동자들에게)정리해고 명단에 있다며 희망퇴직 하라고 전화하고 문자를 보내고 있다’는 조합원들의 연락을 여러 번 받고 노조에서 조합원과 함께 확인 차 현장관리자 사무실을 방문했다. 관리자가 들이민 명단은 인사팀에서 작성했다고 보기엔 허술한 명단이었다.”고 진술했다.

또한 당일 조합원들은 ‘가짜 명단’을 확인한 뒤 이 명단에 이름이 올라간 근거가 뭐냐고 따져 묻자 관리자는 정확한 답을 하지 못했다고 전하며 “정리해고 기준과 근거도 불명확한 가짜 명단이었다.”고 분노했다.

희망퇴직을 유도하는 문자 통보를 받은 조립3팀 의장부 소속 한 노동자는 21일자로 문자를 받았다. 문자는 오후12시56분, 오후1시4분, 오후1시11분 연달아 3개가 보내졌다.

  회사는 몇분에 걸쳐 3통의 문자를 보냈다. [출처: 미디어충청]

[출처: 미디어충청]

노동자는 동료들도 문자를 받았다고 말하며 “몇 분 사이에 3개나 문자를 보내는 것을 보며 치가 떨렸다. 아무리 관리자라고 해도 몇 년 동안 같이 일했던 동료들인데 이럴 수는 없다.”며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쌍용차, 정리해고 명단 없었다고 시인
“문자, 전화연락한 적 없다. 해고 선정기준 알려주려고 연락한 것”


그러나 쌍용자동차 정무영 홍보팀장은 미디어충청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그런 건 없다”며 희망퇴직을 ‘종용’하기 위해 문자와 전화연락을 한 사실을 부정했다.

정 팀장은 “회사가 정리해고 선정기준을 가지고 있으니까 선정 조건이 우려되는 사람에게 회사에 와서 확인하라고 연락한 것이다. 선정기준이 궁금하다고 직접 전화가 와서 말한 경우도 있었다. 선정기준은 근속 등 여러 가지다.”고 답했다. 정리해고자 ‘선정기준’을 알리기 위해서 연락했다는 것.

또한 정리해고 명단이 있냐는 질문에 홍보팀 곽용석 차장은 “없다”고 답변. 명단이 없었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했다.

회사는 25일자 홍보물에서조차 “기능직에 대해 종합적인 선정기준을 토대로 인력구조조정 인원을 최종 통보할 방침”이라고 밝혀 회사가 ‘가짜 명단’을 만들어 희망퇴직을 ‘종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꼴이 됐다.

문제는 회사의 ‘가짜 명단’, ‘문자 협박’ 등으로 1천여명이 넘는 쌍용차 노동자들이 자의가 아닌 ‘강요’로 사실상 ‘해고’를 의미하는 희망퇴직원을 쓰고 대책 없이 길거리로 내몰렸다는데 있다. 노동자들이 ‘희망퇴직’을 ‘절망퇴직’이라 부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노조 김정운 교육선전실장은 “그동안 가짜 명단을 갖고 1천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에게 살인적인 협박을 했다. 가정이 파탄나고 가족들 가슴을 찢어놓고, 무엇보다 노동자들 가슴에 영원히 지울 수 없는 피멍을 들게 한 희망퇴직 협박의 실체는 가짜 명단이었다.”며 분노했다.

해고든, 해고자 선정기준이든 노사 ‘합의’ 해야

김정운 교육선전실장은 회사가 정리해고자 ‘선정기준’을 알리기 위해 개별 연락을 했다는 것도 되짚어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해고’와 관련한 부분은 노사가 단체교섭을 통해 ‘합의’해야 하는 사안으로 ‘선정기준’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 정리해고든 해고자 선정기준이든 회사가 일방적으로 통보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쌍용차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약은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로 인원을 정리하고자 할 때는 ... 인원정리 규모 및 방법에 관하여 조합에 통보하고 조합과 합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선정기준과 관련해서는 “자퇴자가 감원계획 인원에 미달할 때에는 임시직원, 수습사원, 2년 이내의 조합 및 회사 중징계자, 단, 기근속자 순으로 정한다”로 합의했다.

노조는 “법과 원칙을 주장해왔던 회사가 오히려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 위반으로 불법, 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