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이 거리로 나서는 이유

[기고] 비극은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오는 6월 20일 토요일 오후3시 서울 보신각 앞에서는 한국사회에서 거의 최초로 할 수 있는 학부모들의 집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이번 ‘자사고 반대 전국학부모대회’를 준비하면서 왜 학부모들이 거리로 나서게 되었는지를 참세상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글을 올립니다!

노무현씨의 죽음을 많은 사람들이 애도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이 스스로 자기 목숨을 버리는 것만큼 비극적인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조금만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이런 비극은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상당수는 비록 현상은 자살의 형태이지만 그 본질은 사회적인 타살입니다. 화물연대 조합원 박종태열사의 죽음이 그런 경우가 아닙니까?

교육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명박씨는 대선 시기 ‘학교만족 두배,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집권 이후 사교육비는 두배로 올랐고, 학교는 황폐화되고 있습니다. 교사들이 해직 당하였고,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일제고사를 전후로 하여 학생들이 연이어 자살을 하는 등 비극은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자본이 만든 경제위기로 노동자 민중들의 삶은 더욱 팍팍하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교육비부담은 결코 줄고 있지 않습니다. 올해 2월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교육비는 9.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왜일까요? 그 원인은 무엇보다 이명박정부의 학교시장화정책 때문입니다.

죽음의 트라이앵글!

이명박정부의 학교시장화 정책은 ‘대입자율화-자율형사립고-일제고사’로 연결되는 한마디로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사학자본(사립재단)과 사교육시장의 자본가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대입자율화는 한마디로 대학들에게 등록금 및 학생선발을 포함한 학교운영의 자율권을 확대한다는 것입니다. '자율‘이라고 하니 뭔가 좋아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은 사립학교 비율이 높은 사회입니다. 고등학교의 44%가 사립이고, 대학은 80%이상이 사립입니다.

사립이라는 것은 곧 학교가 돈벌이의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대학들은 수백에서 수천억원의 적립금을 쌓아놓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고혈을 쥐어짜서 땅을 사고 으리으리한 건물을 짓는 등 천문학적 부를 축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사립대학들이 주도하는 대교협에 대입업무를 이관시켰고, 이제는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여 특권층을 위한 또 하나의 트랙을 만들고 있습니다. 입학사정관제는 대학입시에 성적외의 요인을 선발의 주요한 기준으로 삼는 제도로 한마디로 입학사정관의 주관성이 중요하게 기능합니다. 미국에서 이 제도의 도입 초기 유태인 등 특정인종을 배제하는 도구로 기능하였던 것처럼, 이 제도는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 계층을 선별하는 도구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같은 점수대라면 돈 없는 서민층보다는 기부금을 턱턱 낼 수 있는 부유층을 출신을 뽑겠다는 것이고, 이는 결국 향후 ‘기여입학제’를 도입하기 위한 징검다리가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 공부 못해도 다른 요인을 선발의 기준으로 삼으니 돈 많은 사람들은 얼마든지 대학을 갈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제 공부를 잘한다고 해도 대학에 갈 수 없고, 돈이 없어서 대학에 못하는 그래서 노동자 민중들은 고등교육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하는 세상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자율형사립고’는 또 어떤가요? 각종 통계자료로 확인되었듯이 지난 수십년간 외국어고, 과학고 등의 특수목적고와 민족사관고 등의 자립형사립고 출신들이 이른바 서울의 명문대학교 진학을 독점하다 시피하고 있습니다. 중산층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이틀 특목고나 자립형사립고를 가야 한다는 것이 등식처럼 되어 있습니다.

한편 지난 반세기 동안 사립재단들은 학교를 설립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돈벌이를 충분히 해 왔습니다. 즉, 학교운영에 드는 경비의 대부분을 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함에도 자신들이 학교의 경영권을 자기고 전횡을 벌인 것입니다. 비록 법정전입금이라는 것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립학교는 그 조차도 내지 않고 버티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사립은 이름만 사립이지 실제 그 경비는 국민들이 내기 때문에 공립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등록금과 교육과정을 학교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형사립고를 100개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고는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는 사립재단들에게는 커다란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 출산율의 감소로 초등학교의 학급당 인원수는 과거에 비해 줄고 있습니다. 지방의 경우 학교 간 통폐합이 이루어지고, 이런 자연적인 학생수 감소로 인해 고등학교들도 위기감을 갖게 되며, 사립의 경우 더욱 그러합니다. 그런데 등록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자율형사립고로 전환될 수 있다면 재단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땅짚고 헤엄치는 셈입니다.

민족사관고의 작년 등록금이 1992만원이었다고 합니다. 신설될 자율형사립고는 경우 현재 등록금의 최소 3배 많게는 8배로 예측되고 있는데, 이는 평균 천만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학등록금 천만원시대가 아니라 이제는 고등학교 등록금 천만원 시대가 열리는 것입니다.

이명박정부는 기숙공립고 150개, 자율형사립고 100개를 만든다고 하는데, 여기에 기존의 특목고 55개, 자립형사립고 6개를 합치면 이 숫자는 전체 일반계고의 20%에 달합니다. 그런데 이 숫자는 서울소재의 4년제 대학입학정원수를 약간 상회하는 숫자가 됩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바로 이들 고등학교를 졸업해야 서울소재 4년제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한해 천만원이상 등록금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의 자녀들이 서울소재 4년제 대학을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율형사립고는 학교가 등록금과 함께 교과과정을 맘대로 편성한다는 것입니다. 등록금을 천만원씩이나 받는데 학생들이 대입에서 성적이 나빠서야 되겠습니까? 당연히 이들 학교의 기존의 특목고가 그러하듯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운영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교사들은 구조조정 당할 것이고, 해당지역의 주민들은 비싼 등록금을 낼 수 없으면 다른 지역으로 학교를 다녀야 할 것입니다.

결국 고등학교는 자율형사립고 등의 1부리그와 기타 2부리그로 나뉠 것이고, 중학생들은 1부리그 고등학교를 가기위해 입시준비를 하고 부모들은 그 학교를 보내기 위해 야근을 하던 부업을 하던 아님 도둑질이라고 해야할 지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일제고사입니다. 한날 한시에 똑같은 문제지로 시험을 보고 그 결과를 공개하여 학교과 학생들을 줄세우는 일제고사! 왜 이명박 정부는 이를 강행해 올까요? 답은 앞의 대입자율화와 자율형사립고를 완성시키는 기제가 일제고사이기 때문입니다. 천만원씩이나 되는 돈을 학교에 내는 사람들은 그 학교가 대입에서 유리할 수 있다라는 징표를 달라고 합니다. 그것이 일제고사입니다. 일제고사로 그 학교가 전국에서 몇 등인지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지요.

일제고사의 효과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지금 초등학생들 조차도 중간고사 기말고사 말고도 각종의 평가로 머리가 아픈데 일제고사까지 준비하도록 내몰리고 있습니다. 학교장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교사를 압박하고 교사는 아이들을 압박하는 상황입니다. 왜인가요? 일제고사의 결과를 근거로 학교에 대한 예산지원을 연결시키기 때문입니다. 어느 학교교장이 자신의 학교가 미달학교가 되길 원하겠습니까?

뿐입니까? 우수학교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은 교사들에 대한 통제로 이어지고 그것은 곧 교사에 대한 평가로 연결될 것입니다. 즉 아이들에게 성적경쟁을 심화시키는 교사가 이른바 우수교사가 되는 것이고, 이는 교원평가제의 전면도입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입자율화-자율형사립고-일제고사로 이어지는 ‘죽음의 트라이앵글’! 이대로라면 교육을 통해 특권층들은 부를 세습하고 서민들은 가난을 대물림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될 것이며, 누구나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는 헌법상의 권리는 그저 종이 쪼가리가 될 것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직접행동입니다!

더 이상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됩니다!
입시지옥으로 이틀에 한명꼴로 청소년들이 자살을 하고, 등록금을 못내서 대학생이 학교에서 목을 매 자살을 하고, 부모들은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잔업, 특근, 부업거리를 찾아 헤매지만 이미 교육은 특권층을 위해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노동자 민중이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도 급등하는 사교육비와 대학등록금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입시경쟁은 더욱 심화되어 막강한 돈과 정보력을 가진 일부 특권층을 도저히 당해 낼 수 없습니다. 노동자 민중들은 부모된 책임으로 무모한 출혈을 감수하지만 그 결과는 언제나 참담합니다.

이제 이명박 정권이 벌이는 교육시장화정책을 당장 중단 시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 아이들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교육이 더 이상 부모의 지위를 대물림하는 수단이 되거나 가진자들의 잔치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교육은 모든 사람들의 보편적인 권리여야 합니다.

오는 6월 20일 토요일 3시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전국의 학부모들이 보신각 앞으로 모이고자 합니다. 한국사회 최초로 학부모들이 직접 나서고자 합니다!

다같이 모입시다! 이날은 노동조합 아무개씨가 아니라, 사회단체 아무개씨가 아니라, 자영업자 아무개씨가 아니라 학부모의 이름으로 나섭시다!

모여서 귀족학교인 자율형사립고 저지와 학교시장화정책의 중단을 함께 외칩시다! 우리 아이들을 죽음의 입시경쟁에서 벗어나게 하고, 등허리가 휘는 사교육비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제는 대중들의 직접행동이 필요합니다!
6월 20일 3시 보신각에서 만납시다!
덧붙이는 말

김태정 님은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집행위원장입니다.

태그

학부모 , 김태정 , 일제고사 , 자율형사립고 , 대교협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태정(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