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보면 생긴 것도

[이수호의 잠행詩간](27)

어느 사막에는 곳에 따라 7년 만에 한 번쯤 비가 온다는데
비가 오면 바쁜 놈이 한둘이 아니어서
7년을 기다려온 새우 알도
물이 고여 있는 동안 서둘러 부화해서
눈만 굵은 새우 새끼로
새까맣게 코끼리 발자국만한 웅덩이에 태어났다가
물이 마르는 한 주일 쯤 만에
몸이 자라 폼을 잡고 긴 수염 휘날리며
툭 튀어난 눈으로 곁눈질 하며 연애도 하고
그래서 눈 맞으면 몸도 섞고
그렇게 한평생을 살며
물 마르기 전 푸짐하게 알도 낳아
모래 속에 숨기고
물 마르면 몇 번 팔딱이다가
그냥 그렇게 가는 건데
그리고 7년쯤 가물다가 비 한 번 또 오면
그 알 다시 깨어나는 게 그 새우 삶인데
무슨 일이든 나는
7년은커녕 7일도 못 기다려 안달복달이니
내가 새우보다 별로 나을 게 없다
가만 보면 생긴 것도 새우만 못하다

*나 자신에게 언제나 나는 불만이다. 볼수록 못 생겼다. 때론 하는 짓도 한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