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수 “단순히 MB 전으로 가자는 반MB전선 안돼”

취임연설 통해 MB식 배제정치 비판...예결특위 배제 논란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이 15일 열린 본회의에서 취임선서를 했다. 조승수 의원은 지식경제위원회에서 활동한다.

조승수 의원은 이날 취임인사말을 통해 “정치가 서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챙기는 새로운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진보정당도 먹고 사는 문제 해결에 게을렀다”

조승수 의원은 “현안 마다 극한적인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되고 있는 이유는 이명박 정부의 시장 만능주의와 배제의 정치에 있다”며 “노동을 배제한 경제정책,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고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책, 사람보다 이윤을 우선하고 편 가르기 식의 배제정치로 일관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근본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승수 의원은 야당의 책임도 물었다. 조승수 의원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민주주의는 서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무능했다”며 “쓰라린 경험을 성찰하거나 이로부터 혁신하지 않고 단순히 이명박 정부 출범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식의 ‘반MB전선’으로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도 없고 현 정부의 대안도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진보정당에 대해서도 “반대만 일삼는 낡은 운동권, 민주노총과 북한 문제 같은 특정 주제에 대해 어떤 토론도 비판도 금기시하는 집단 등의 이미지에 갇혀 있다”며 “정작 진보정당이 가장 앞장서서 제시해야 할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민주주의를 구체화하는 데 게을렀다”고 밝혔다.

조승수 의원은 “분열과 배제의 수구보수도, 성찰과 혁신 없는 낡은 진보도 한국 사회의 대안 정치세력이 될 수 없다”며 “뼈를 깎는 성찰과 혁신으로 진보를 재구성하고 21세기 대한민국을 재설계해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예결특위에 진보신당만 빠져

한편 정부 예산을 심의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 위원 선임 과정에서 조승수 의원이 배제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예결특위에 들어가지 못한 원내정당은 진보신당이 유일하다.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은 의원의 위원 선임은 국회의장의 권한이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국회의장의 고유권한이라도 원칙과 절차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 당과 조승수 의원은 들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김종철 대변인은 “정당정치의 활성화를 위해 국회는 비교섭 단체라 하더라도 원내정당에 대해 최소 이상의 위원을 배정하고자 노력해 왔다”며 “각 정당에 최소한의 예산결산 논의 권한을 주는 것은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진보신당은 국회의장에 항의공문을 발송하고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했다.

15일 열린 본회의에서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이 예결특위 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전문]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 취임연설

존경하는 의장님, 그리고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 울산 북구 출신 조승수입니다.

17대 국회를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중도하차 할 수밖에 없었던 저는 신분상의 제약으로 인해 18대 국회에도 이렇게 중도승차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분의 표현대로 ‘복직’을 하게 된 셈이어서 남다른 소회가 있습니다만 오늘 이 자리에서 제 개인적인 소회를 말씀드리기에는 오늘의 대한민국과 국회가 처한 현실 앞에서 적절치 못하다고 여겨집니다.

지금 우리 국회는 비정규법과 미디어관련법을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회 밖에서는 6개월이 다 되도록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는 용산 참사의 고혼들이 유족들의 울부짖음 속에 병원 영안실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먹튀 자본에 팔아넘긴 쌍용 자동차 노동자들은 정부 외면 속에서 ‘해고는 살인이다’를 외치며 60일 가까이 극한의 생존권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기간제 비정규 노동자들의 경우, 정부가 100만 해고 대란설을 어떻게든 입증하려는 듯 공기업 소속 비정규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두 번씩이나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한반도 대운하는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둔갑하여 22조원을 투입, 생명의 강을 썩어가는 거대한 저수지로 만들고 있습니다. 기껏해야 늘어나는 일자리는 건설 일용직이고 재벌 건설사들의 배만 불리는 사업이 분명한데도 말입니다.

부자감세와 이에 따른 세수 감소로 인해 정부재정 적자가 눈덩이로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한 해 이자 상환만 20조에 이르러 건전재정, 균형재정 원칙은 고사하고 나라 살림이 거덜 나는 국가 재정파탄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화해와 협력이 아니라 대결적 자세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체제수호 최우선 전략과 결합하여 ‘북핵실험’을 초래하였습니다. 이 결과 한반도와 남북 민중의 운명은 평화와 통일이 아닌 전쟁과 공멸이라는 늪 속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민주공화국의 핵심적 가치인 집회, 결사의 자유는 경찰의 일상화된 폭력 앞에 짓밟히고, 시국선언을 발표하였다는 이유로 목회자들에게 소환장이 발부되는 기막힌 현실이 목도되고 있습니다. 양심의 자유마저 부정되는 헌법 유린이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어 급기야 이명박 정부에 대해 의사파시즘, 민간독재라는 경고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현안 마다 극한적인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되고 밀어붙이기와 결사반대만 난무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명박 정부의 시장 만능주의와 배제의 정치에 있습니다. 노동을 배제한 경제 정책,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고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책, 사람보다 이윤을 우선하고, 편 가르기 식의 배제정치로 일관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존경하는 의장님, 그리고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그러나 오늘날 한국사회의 갈등과 대립, 그리고 배제와 독단의 정치를 초래하는 과정에서 야당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립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이명박 정부뿐만 아니라 이전 민주정부 10년의 집권 과정에서 이미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정부를 선택한 것 자체가 이른바 민주정부 시기에 극심해진 사회 양극화 때문이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민주주의는 서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지극히 무능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경제’를 살려주겠다는 감언이설만 믿고 이명박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 아닙니까? 이제 이명박 정부가 민주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무능하다는 것이 드러났지만, 그와는 별개로 민주정부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무능했다는 그 기억은 아직 치유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쓰라린 경험에 대해 성찰하거나 이로부터 혁신하지 않고 단순히 이명박 정부 출범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식의 ‘반MB전선’으로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도 없고, 따라서 현 정부에 대한 대안이 될 수도 없습니다.

진보정당 역시 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진보정당 역시 반대만 일삼는 낡은 운동권, 민주노총과 북한 문제 같은 특정 주제에 대하여 어떤 토론도 비판도 금기시하는 집단 등의 이미지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정작 진보정당이 가장 앞장서서 제시해야 할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민주주의, ‘밥 먹여주는’ 민주주의를 구체화하는 데는 게을렀습니다. 제가 속한 진보신당 역시 그 초보적인 수준에서 아직 앞으로 더 많이 나아가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분열과 배제의 수구보수도, 성찰과 혁신 없는 낡은 진보도 한국 사회의 대안 정치세력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진보신당은 이러한 현실 위에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저와 진보신당은 뼈를 깎는 성찰과 혁신으로 진보를 재구성하고 21세기 대한민국을 재설계하여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제가 국회에 다시 들어온 것은 채우지 못한 임기에 대한 집념도, 진보 내부의 경쟁을 위해서도, 3선 의원이라는 이후 명예를 위해서도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의 뒤에 있는 투기와 약탈의 세력, 비정규직과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를 약탈하여 치부하는 세력, 부동산 투기를 위해 4대 강 정비 등 자연 파괴와 난개발을 부추기는 세력에 맞서 싸우겠습니다.

이미 거리에서, 삶의 현장에서 이런 퇴행적인 투기 약탈 세력에 맞서 일어서고 있는 노동자 서민 대중과 함께 하겠습니다. 이 대의에 동감한다면 어떠한 세력과도 넓은 틀에서 연대해나가겠습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대변하는 저 낡은 부자 중심 투기 토건 국가가 아니라 생태적 조화에 기반한 보편적 복지 국가, 초록 복지 국가를 건설해 나가겠습니다. 정치가 서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챙기는 그런 새로운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어나가겠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들의 격려와 충고, 그리고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7월 15일 진보신당 국회의원 조 승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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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 조승수 , 진보신당 , MB , 이명박 , 취임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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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허허

    첫화면 제목이 이상해요. "전으로 가다"니...

  • 시라

    멋지다.

  • 바보 승수

    자본가도 만족시키고,
    노동자도 양보하는 진보신당이라 ㄷㄷㄷㄷ

    보수중도신당이라 바꿔라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