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 파업 보름째, 노동부의 절묘한 친기업 행보

[울산노동뉴스] 울산노동지청 "교섭 재개 공문 발송 계획 없다"

부산항과 울산항 예선노동자들의 파업이 보름째 계속되고 있다.

노동자들은 이번 파업을 부추기고 장기화시키고 있는 주범으로 노동부를 지목하고 있다.

  21일 오전 9시30분 보름째 파업중인 울산 예선노동자들은 남구 옥동 울산노동지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노동부의 편파행정을 규탄했다.

조정 종료일에 나온 노동부 질의회신..."타이밍 한번 절묘하다"

지난 6월 운수노조 항만예선지부 부산지회와 울산지회가 잇달아 설립되고 7월3일 마산지회가 뒤를 이어 설립되면서 노조는 예선사측에 지회 설치를 통보하고 상견례를 요구했지만 세 지역 모두 예선사측의 거부로 상견례가 이뤄지지 않았다.

7월17일 항만예선지부 부산지회와 울산지회는 함께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7월28일 노조는 예선사측의 요청으로 조정기간을 열흘 더 연장시키는 데 합의하고 이 기간 동안 부산지방노동위원회의 중재 교섭에 임했다.

부산항 6개 예선사는 부산지방노동위원회의 세 차례 중재에도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며 개별교섭을 주장, 조정불가와 교섭 결렬에 이르렀다.

울산 예선 노사는 7월31일 울산노동지청에서 열린 공동교섭에서 교섭 절차와 교섭위원수, 조합비 공제, 부당노동행위 금지,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에 대해 의견접근을 이뤘지만 교섭횟수, 노조 전임, 사무실 집기, 특별성과금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교섭이 결렬됐다.

8월6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산.울산항 8개사와 노조 사이에 오후 6시 넘어까지 중재가 진행지만 교섭이 결렬, 최종 조정불가 결정이 내려졌다.

"선장은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는 노동부의 질의회신이 나온 시점이 바로 이날이었다.

"타이밍 한번 절묘하다"는 노조의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조는 "노동부와 예선업협동조합측이 사전에 결탁하지 않고서는 대법원 판례조차 무시한 이런 질의회신이 이렇게 신속하게, 그것도 정확히 조정 종료일에 맞춰 나올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울산노동지청장 "선장들이 노조를 탈퇴하면 어떠냐"

울산항 예선노동자들은 7일 새벽 곧바로 파업에 들어갔다. 부산지회도 이날 오전부터 파업에 동참했다.

8월10일 울산 예선사들은 매암부두에 정박중인 파업 예인선 26척에 대한 직장폐쇄를 공고했다.

이날 부산지방노동청은 교섭 장소를 제공하면서 노사 양측에 보낸 공문에 "선장은 조합원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을 적시해 노조의 반발을 샀고, 결국 이날 부산항 예선 노사의 교섭은 결렬됐다.

부산항 예선사들도 11일과 12일 직장폐쇄를 공고했다.

노동부의 질의회신이 나온 뒤 예선사측은 문자 메시지와 내용증명 등을 통해 선장들의 노조 탈퇴를 강요하기 시작했고, 선장들이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교섭에 응할 수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울산예선지회 노동자들은 11일부터 13일까지 울산노동지청을 항의 방문했지만 이정조 지청장을 만날 수 없었다.

13일 분노한 선장 조합원들이 격렬하게 항의한 뒤에야 14일 오전 이정조 지청장과의 만남 약속이 이뤄졌다.

14일 노동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정조 울산노동지청장은 노동부의 질의회신이 법적 규정력이 없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그 내용을 노사 양측에 공문으로 발송하고 문자 메시지로 선장들의 노조 탈퇴를 강요하는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중단시켜달라는 요구에는 답변을 회피했다.

이 지청장은 오히려 "교섭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선장들이 노조를 탈퇴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해 노조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15일 울산해양항만청의 중재로 파업 9일만에 울산 예선 노사가 처음 머리를 맞댔다.

사측은 이 자리에서 "민주노총만 탈퇴하면 교섭을 다시 열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해 협상은 결렬됐다.

울산노동지청 "교섭 재개 공문 발송 계획 없다"

18일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이정조 울산노동지청장을 만나 "예선사들이 선장의 노조 탈퇴와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를 전제로 교섭을 해태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불법 부당노동행위"라며 "울산노동지청이 예인선 노사 양쪽에 교섭 재개 공문을 공식적으로 발송하고, 비공식적으로도 교섭 재개를 위한 구체적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정조 지청장은 조 의원의 요청을 수긍하면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21일 현재까지 울산노동지청은 예선 노사 양쪽에 아무런 공문도 발송하지 않고 있다.

조승수 의원실에서 21일 울산노동지청에 확인한 결과 18일 면담에 함께했던 근로감독과장은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고, 공문을 보낼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20일 울산지회 간부들의 항의집회에 이어 21일 오전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울산노동지청 앞 규탄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매일 오전 울산노동지청 앞에서 노동부의 편파행정 중단과 예선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울산노동지청의 적극적인 행정지도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파업 보름째인 21일 오후 예선노동자들은 남구 야음시장과 수암시장에서 선전전을 벌이고 예선사들을 돌며 항의집회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