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법을 어기는가

[기고] 검사의 위법·월권을 고발한다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길거리 노숙단식 농성에 들어갔다가 10여 분만에 경찰에 의해 끌려 이곳 광진경찰서 유치장에서 두 번째 아침을 맞았다. 이른 시간인데 수사과 조사관 몇 명이 찾아왔다. 어제까지 우리를 조사하던 분들이다. “검찰의 지시라 어쩔 수 없다”며 “한 번 더 조사를 받고 진술을 하면 선처하겠다”는 것이다.

기가 막혔다. 벌써 몇 번째 조사인가. 그 간단한 사건(?)에 우리는 여기에 끌려오자마자 조사요구를 받았다. 우리는 법에 따라 변호인 참여 조사를 요구했고 3시 경까지 온다는 연락을 받고 기다렸다. 교통문제로 3시가 되도 변호인이 도착하지 않자 검사의 재촉이라며 빨리 조사를 하자고 난리였다. 우리는 조사에 응해 인적사항 등 기본조사를 마치고 혐의 내용 진술에 대해서는 변호사와 협의 후 진술하기로 법에 따라 묵비권을 행사했다.

1차 조사는 그렇게 끝났고 5시 경 변호사가 도착해 우리는 변호사와 의논한 후 신고의무가 없는 기자회견 및 노숙농성에 참여한 것만 인정하고 나머지 질문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이번 조사에도 그랬지만 이렇게 연행되면 연행 이유와 관계없는 다른 사항을 조사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2차 조사가 끝나고 우리는 유치장에 입감되었다.

우리는 너무나 단순한 일에 - 경·검이 늘상 주장하는 폭력사태 등의 행위도 없이 - 졸지에 끌려왔기 때문에 조사가 끝나면 바로 석방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무조건적인 유치장 입감은 과도하다고 생각하고 항의했다. 그랬더니 조사관은 검찰지시를 받아야 하니 어쩔 수 없다며 결국 우리를 유치장에 쳐 넣었다.

철창 안에서의 하룻밤이 가고 아침이 되었다. 10시가 넘어 수사 경찰관들이 왔다. 석방지휘서를 갖고 왔나 했더니 조사가 미흡하니 다시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단순한 일에 무슨 조사가 필요하냐고 항의했으나 검찰 지시니 어쩔 수 없다는 앵무새 대답이었다. 경찰 조사를 받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느꼈겠지만 때론 경찰관이 안쓰럽고 불쌍하다는 느낌도 많이 든다. 옳든 그르든 검사 한마디에 쩔쩔 매며 한마디 말도 못하는 경찰은 이런 행태와 관행이 옳은 일인지 생각하지 않고 그저 불만 속에 억지로 일을 진행할 뿐이다.

우리는 수사관들의 간곡한 권유로 3차 조사에 응하기로 했다. 채증한 사진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우리는 각자의 소신에 따라 조사를 받았다. 법에 따라 묵비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조사가 끝나면 조사를 받았다는 확인을 위해 지문까지 찍었다. 이제 조사는 끝났다. 경찰관도 하자가 없다고 확인했다.

우리는 다시 입건되었고 출소를 기다렸다. 그런데 그 사이 함께 연행된 최헌국 목사님만 석방지시가 내려왔다. 이유인 즉 조사에 잘 응했기 때문이란다. 조사관과 검사에게 묻는다. 그렇다면 나는 조사에 잘 응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조사 시작 전에 고시한 묵비권 행사가 위법이란 말인가. 아니면 그것으로 미흡하다는 말인가. 피의자의 석방 여부가 피의 사실 여부인가 아니면 조사 받는 태도인가. 그러면 미란다 원칙 고지는 왜 하는가. 정말 담당 검사는 이 조사만으로는 피의 사실을 이해하지 못할 만큼 아둔한가. 무엇인지 정말 알고 싶다.

이참에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 하나 밝히고 가자. 우리가 끌려온 첫날 저녁 갑자기 최 목사님이 불려나갔다. 돌아오더니 혀를 차며 난감해 했다. 수사과정이 석방지휘서를 보여 주며 “지금 경찰서 앞에 와서 항의하며 촛불집회를 하는 사람들을 무마해주는 조건으로 출감하라”고 했다고 한다. 기가 막혀 그냥 돌아왔다고 했다.

이건 또 무슨 해괴한 일이냐. 동일범의 석방여부가 피의사실에 있지 않고 다른 조건으로 가능하다는 얘기인가. 고분고분 말 잘 듣고 자기들 일에 협조하면 석방할 수도 있다는 미끼로 우리를 이간질 시키고 법질서를 유린해도 되는가.

다시 한 번 검·경에게 묻는다. 피해사실과 관계없는 것으로 피의자에게 조건부 석방을 제안했다면 그것은 돈이나 다른 뇌물을 갖고 오면 풀어줄 수도 있다는 것과 법리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그걸 거부한다고 다시 수감하는 것은 실제로는 피의사실과는 상관없이 제안거부로 수감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조사는 했는가.

둘째 날 저녁 무렵 수사관들이 다시 유치장으로 왔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면 석방할 수도 있다는 검사의 메신저였다. 다시 한 번 그 검사에게 묻는다. 묵비권 행사는 피의자의 권리가 아닌가. 우리는 이미 성실히 조사를 받았음으로 새로 더 조사 받을 것이 없다고 하자 어쩔 수 없다며 경찰은 돌아갔고 우리는 또 하룻밤을 이유도 없이 철창 안에서 지내게 됐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법적 구금기간 48시간을 4시간 남겨놓고 검사는 또 수사관을 우리에게 보냈다. 이제 좀 반성했으면 고분고분 대답하고 몇 시간이라도 빨리 나가라 한다. 이 검사는 자기의 권한을 남용해 우리 대표들을 약 올리고 능멸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이래도 되는가.

결국 나는 48시간을 다 채우고 풀려났다. 아니면 말고 식의 묻지마 체포, 연행, 구금이 난무하고 있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하는가. 명색이 정당의 최고위원인 나한테 조차 이 정도이니 일반 시민들에게는 오죽하겠는가. 1500명 이상의 무고한 촛불들을 아무 곳에서나 불법 연행·구금 했으니 그 제도적 횡포가 어떤 것인가를 잘 알 수 있지 않은가.

우리 대표 다섯 명이 그렇게 연행되어 철창 안에서 능멸을 당하고 있을 때 같은 장소에서 행사 주변에 서 있던 용산범대위 실무자 등 8명을 불법 연행해서 관악서에 불법 구금했다고 한다. 이 모든 지휘는 중앙지검 공안부 강수산나 검사가 한다. 이명박 정권 시대에 이명박과 코드를 맞추고 충성경쟁을 벌이고 있는 참으로 불쌍한 사람 중 하나다.

구태여 이름을 밝히는 것은 우리가 그의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함이요, 나를 불법으로 체포·구금하고 능멸한 행위에 대해 끝까지 법으로 그 진위를 밝혀 보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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