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일당 불빛

[이수호의 잠행詩간](85) 다시 용산에서 10

11월 첫 추위 몰아치는
새벽 남일당 앞
밤일을 끝냈는가
처진 어깨 무거운 발길
몇몇 지나간다
종이 상자 줍는 허리 굽은 할머니
작은 수레를 힘겹게 끌고 간다

가난한 사람들의 살려달라는 함성이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되어
얼었던 용산을, 서울을 녹였던
지난 겨울의 남일당 불길
사람들 닫혔던 마음도 열어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 됐다
가난한 촛불의 성지가 됐다
그날 이후
가난한 사람들, 억울한 철거민을 위한
등대가 되어
캄캄한 용산, 서울을 향해
빛을 비춰주고 있는
다섯 열사의 빈소
하루 스물네시간을 10개월 째
향이 타오르고 촛불이 꺼지지 않게
전철연과 용산 철거민 식구들이
유족들과 함께
지키고 있다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고
가로수 은행잎 더욱 노랗게 물들고
제단 위 꽃들 어쩔 줄 몰라 해도
유족들 농성하던 살평상
비닐 천막이 처지고
범대위 대표들
단식 열흘 째
또 새로운 싸움을 준비하며
몸을 던지고 있다

그 옆 또 다른 천막
오늘 새벽도
소리 없는 신부들의 간절한 기도소리
안개처럼 포근히
남일당을 싸고돈다

이젠 본당 예배처가 되어버린
남일당 옆 골목길 들어서면
아! 또 아름답게 빛나는
범대위 상황실
문예 일꾼들이 밝히고 있는
레아의 불빛

* 용산 참사 289일 째, 새벽 공기가 차다. 주방에서는 아침을 준비하는 손길이 분주하고, 어둠이 걷히자 어디서 까치 한 마리 날아와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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