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힘들었던 게 설거지, 주말에 낮 두시부터 새벽 두시까지 설거지만 하루 종일... 그때 진짜 쓰러질 뻔 했어요”(남, 횟집 주방보조)

“주말에 일하는데 늦으면 새벽 4시에 끝나요. 이틀 하기엔 진짜 힘든 곳이에요”(여, 호텔 연회장)

“(배달 없을 때도)절대 못 앉게 해요.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요”(남, 보쌈배달)

“cctv가 몇 대인지는 모르겠는데 많아요. 앉는 거 같은거 사장님이 집에서 인터넷 어떤 사이트 들어가서 보세요. 화면으로 배달이 많은지 적은 지 보고, 쉬고 놀고 있는지 막 그런 것을 확인해요”(남, 배달)

“소장님이 있었어요. 그냥 막 대했어요. 욕은 밥먹듯이 계속해요, 야이 새끼야, 계속해요, 그냥 말할 때마다. 때릴 때도 있었는데요. 머리를 잡아끄는 거, 발로 때리거나 손으로 때리거나, 기분 나빴어요. 더러웠어요”(남, 주유소)

“사무직인데 사장이랑 저만 일 했어요. 그날이 돈 받는 날인데 그 사람이 나를 부르려고 치는 줄 알았는데 허벅지를 더듬는 거예요. 허벅지를 막 이렇게 더듬는데도 내가 별 말을 못했죠. 전 계속 피하다가 끝날 시간이 됐어요. 아 이제 돈 받는 구나 했는데 그 사람이 한번 안아 달래요. 따뜻해서 그런다고. 웃기잖아요? 내가 계속 ‘아 왜요?” 이런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나를 안는 거예요"(여, 사무보조)

상당수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 현장이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많은데다 사업주들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27일 국가인권위에서 ‘청소년 노동자의 노동인권 실태 보고대회’를 열고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전국의 10대 108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청소년 노동자

이번 조사결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들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34%가 시급을 현행 최저임금 4천원 미만으로 받은 것이 드러났다. 이는 노동부가 2009년 여름방학 동안 807개 사업장을 근로감독한 결과 발표한 1.3%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이렇게 결과에 차이가 나는 이유로 근로감독과정에서 청소년노동자를 직접 조사하지 않고 사업주를 대상으로 실태파악이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또 주 4일 이상 노동은 56.9%, 하루 평균 노동시간 6시간 이상은 44.3%에 달했다. 학교가 끝나면 바로 아르바이트 현장에 가서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근골격계 질환 같은 건강문제도 심각했다. 같은 동작을 반복해 손, 어깨, 허리 등에 통증, 저림 등을 일으키는 근골격계 질환은 제조업, 서비스업 등 노동현장에서도 그 심각성 때문에 노사가 모두 대책마련에 고심하는 질환이다.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는 반복동작을 하는 작업은 업무 중간에 충분한 휴직이 필요하지만 62.0%는 따로 정해진 휴게시간이 없었다.

이수정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설 민주노무법인 연구원은 “영세사업장에 속한 청소년노동자들도 산업안전보건법상 보장되어 있는 권리를 알 수 있도록 정규교과 과정에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알바도 노동자, 관련법과 학교교육 강화해야

이날 네트워크는 11월 초에 만난 28명의 청소년노동자 면접조사결과도 발표했다. 이들 청소년들은 모두 최근까지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적이 있다. 이들의 증언은 충격적이었다.

28명의 면접 조사결과에 따르면 많은 청소년들은 주말이나 방학 기간에는 12시간, 13시간 씩 일하는 경우도 많았다. 명확한 현행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또 쉬는 시간이나 밥 먹는 시간을 보장받지 못해 10분 만에 허겁지겁 밥을 먹는 시간이 쉬는 시간일 경우도 있었다. 어떤 청소년은 화장실 가는 것조차 눈치가 보였다.

모욕과 폭력도 다반사였다. 한 주유소 소장은 욕을 밥 먹듯이 하고, 머리를 잡아 끌고 발로 때리거나 손으로 때렸다. 모 샤브샤브 사장은 툭하면 욕을 하고 실수하면 불러서 머리를 바닥에 박게 했다.

10대 여성들은 알바를 하면서 성폭력과 성차별을 겪기도 했다. 사무보조 알바를 한 여성은 사장이 허벅지를 더듬고, 안기까지 했다. 이 여성은 임금의 일부도 떼였다. 또 서비스업에 종사한 경우 손님에게 다양한 형태의 성폭력을 당하기도 했다.

사업주들의 임금갈취도 다양했다. 배경네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는 “퇴근 시간이 지나서 뒷정리 하는 데 보내는 시간을 시급으로 계산해 주지 않는 것은 무보수 노동을 강제 하는 것”이라며 “일 끝난 시간이후 추가로 근무한 만큼의 시급에다 연장 수당, 야간 수당까지 합해 2배로 계산해 주어야 할 시급을 떼어먹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배경내 활동가는 “청소년의 아르바이트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일하는 청소년은 노동자”라며 “청소년의 노동을 부수적, 비필수적, 보조적 노동으로 폄하하기보다 그들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인호 인천여상 교사는 “청소년의 노동이 인정되지 않는 우리사회에서 청소년들의 일하려는 의지는 악덕 업주들의 배를 불리는 구실만 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근로기준법 등에서 ‘단시간근로자’에 대한 법적 지위를 크게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인호 교사는 “청소년 아르바이트는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근로기준법상 야간근로금지 조항으로 보호받지도 못 한다”면서 “ 청소년 노동력을 착취하는 사용자와 업소에 대해서는 사법당국의 처벌과 노동부 근로감독관의 전담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