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숙인은 거리에서 온갖 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취약한 상태에 있으나, 응급보호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시설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거리 상담활동을 하다보면 남성 노숙생활자들과 달리 여성들의 경우 지하도에서조차 잠자리를 깔지 못하고 웅크리고 앉아 밤을 지새는 일을 종종 보게 된다. 그 고통과 피로가 과히 어느 정도일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 일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노숙 상태에 처해 있는 이들이 손쉽게,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 도움에 응대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한 현실이다.
▲ 노숙 여성들에 대한 현장지원이 시급하다. 지하철 쪽잠으로 수면을 보충하는 여성노숙인 [출처: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
정부는 여성노숙인이 최소한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조속히 노숙밀집지역 가까이에 여성을 위한 상담보호센터를 설치해야 하나 여전히 수수방관만 하고 있을 뿐이다. 서울시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5일 통과된 내년 예산을 보면 거리 노숙상태에 처해 있는 여성을 위한 상담보호센터 설치는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이대로 간다면 내년 역시 올해와 같이 거리 생활을 하는 여성들은 아무런 도움조차 받지 못하고 방치되고 말 것이다.
여성노숙인 쉼터의 과밀, 부족 문제 해결해야
찬바람이 불면서 쉼터에 입소 문의를 하는 여성노숙인이 증가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비정규직, 서비스 업종 등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소득은 더욱 줄어들고 실직을 하는 여성들이 증가하여 주거를 잃고 거리에 나앉게 되는 여성들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서울지역의 경우 정원 규모 65명(3개소)에 불과하다. 전국적으로도 인천에 1개소(정원20명), 대구 1개소(여성.모자가족)에 지나지 않아 주거위기상의 단신여성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시설 입소를 원하는 여성노숙인들이 많으나 입소를 받지 못하고 있어 신규시설 설치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으나 서울시에서는 여성노숙인 시설을 신규설치하기 위하여 쉼터 공모를 했으나 응모한 곳이 없어서 설치를 못하여 안타깝다는 설명만을 할 뿐 해결되지 않고 있다.
더 이상 민간의 공모방식을 통해서 시설을 설치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여성들이 거리를 떠돌게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보건복지가족부나 서울시 차원에서 예산을 들여서 여성노숙인을 위한 시설을 설치하여야 하며, 지방의 대도시에도 여성노숙인을 보호하는 시설을 새로이 설치하여야 할 것 아닌가? 물론 쉼터 이후 독립주거 지원책을 마련하여 시설을 벗어나 지역사회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이전 단계, 중간 단계로서 최소한 거리생활에서 벗어나길 원하는 이들이 들어가 살 수 있는 시설은 확보해야 할 것 아닌가?
성별을 떠나 노숙 상태는 인간으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한계 상황들에 봉착하게 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에 더해 노숙 ‘여성’으로서 안게 될 고통들은 누구나 다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작금의 노숙인 정책에 있어 최소한의 젠더적인 관점조차 없음이 개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