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종란 노무사가 29일 오전 자택에서 연행됐다.

체포영장 발부 이유는 지난 7월 수원 삼성전자 앞에서 열린 '고 황민웅 씨 4주기 추모제'가 '미신고 불법집회'였다는 것이지만, 추모제는 집회 신고의 의무가 없다는 점과 이종란 노무사가 출두명령서를 받은 적이 없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3일에도 경찰은 '삼성과 싸우는 사람들의 송년문화제'가 열린 강남역에서 이종란 노무사를 연행하려 했지만 체포영장을 제시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반올림은 이종란 노무사가 30일 수원남부경찰서로 출두하겠다고 했지만 하루 전인 오늘 서울 종로경찰서 형사들이 갑작스럽게 이종란 노무사를 연행했다고 설명했다.

반올림과 수원시민대책회의, 인권단체연석회의 등은 이종란 노무사의 연행이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 특별사면 결정 직후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범법자 이건희는 사면하고 무고한 시민을 체포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이건희가 각종 편법과 탈법에도 구속은커녕 솜방망이 판결을 받더니 반 년도 안돼 사면으로 면죄부를 주고, 삼성에 맞서 싸운 시민은 집 앞에서 강제연행하는 나라는 '삼성'의 나라냐, '이건희'의 나라냐"며 분개했다.

'반올림'은 삼성에서 일어난 백혈병과 회사의 산재 은폐 시도를 밝히기 위해 노동자 상담, 백혈병 사망 노동자 추모 등의 활동을 해왔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급 발암물질이 검출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인권단체들은 30일 수원 남부경찰서 앞에서 이종란 노무사 연행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어 석방을 촉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