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희망은 민주노총

[쿡! 세상 꼬집기9] 6기 임원선거 ‘무산’은 답이 아니다

민주노총, 하면 동네북이 떠오른다. 진보, 보수, 중도를 떠나 민주노총에 대해서는 칭찬보다는 쓴소리를 많이 한다. 민주노총 바깥사람만이 아니라 조합원과 책임 있는 간부마저도 스스럼없이 민주노총을 ‘깐’다. 이 글을 쓰는 나도 이 테두리에 포함된다. 그만큼 민주노총이 중요한 조직이라는 말이다.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지켜야 하는 조직이다. 묻고 싶다. 민주노총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민주노총을 진정 중요한 조직이라고 생각하는지를. 진심어린 애정을 가지고 비판을 하는지를.

민주노총은 그리 쉽게 동네북처럼 두들겨야 할 조직이 아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민주노총만큼 자랑스러운 조직이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에 소속된 조합원이 많아서도, 노동자 조직이기 때문만도 아니다. 민주노총은 자기 정화 능력을 가진 조직이기 때문이다.

자랑스러워야 할 조직의 지난 시기를 돌아보면 자랑할 일보다는 부끄러운 일이 더 많이 알려졌다. 정확하게 말하면 부끄러운 일로 자랑해야 할 일마저도 먹칠이 되곤 했다.

말하고 싶다. 민주노총이기에 부끄러운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책임지려고 했다. 물론 그 책임마저도 부족하고 엉성하기는 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못하는 조직이 얼마나 많은가? 민주노총이기에 끊임없이 자신의 내부에 칼을 대고 비판을 할 수 있다. ‘조직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으로 결코 부정과 비리를 용납하며 덮고 간 적이 없다. 사건이 일어나면 민주노총 위원장이 책임을 지곤 했다. (물론 위원장 사퇴가 문제 해결의 끝은 아니다) 바로 이 점이 아직도 희망은 민주노총이다, 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게 한다.

희망이 되어야 할 민주노총이 또 삐걱거린다. 희망을 되어야 할 민주노총 6기 임원 선거가 절룩거린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얼마 남지 않은 임기를 남긴 채 사퇴를 해야 했다. 위원장 후보를 시작으로 부위원장 후보들이 사퇴를 하고 있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이자 6기 위원장 후보의 사퇴의 변으로 도저히 풀 수 없는 고차원의 방정식이 던져졌다.

임성규 위원장의 출마 소식을 듣는 순간, 선거 ‘무산’이라는 불길한 생각이 머리에 번뜩 떠올랐다. 그때는 왜 그런지 몰랐다. 사흘 뒤 우연찮게 민주노총 사무실을 갔더니 임성규 후보가 사퇴할 거라는 말을 들었다. 그때 든 생각도 ‘당연’보다는 ‘무산’이었다.

안정된 일자리는 사라지고 불안정한 일자리마저도 위태로운 시절이다. 어느 때보다 노동자의 삶이 고단함을 넘어 절망의 밑바닥을 기고 있다. 희망의 동아줄이 필요할 때이고, 그 아슬아슬한 동아줄에 손을 내밀고 있는 숱한 노동자가 있다. 그 동아줄이 민주노총이라는 걸 명심해야 할 때이다.

이번 사퇴의 책임이 산별 대표자에게 있었는지 정파의 욕심에 있었는지 복잡해진 방정식만 보고는 알 수는 없다. ‘10분’이라는 일순간의 해프닝이 만든 일인지 고질적인 일이었는지 따져봐야 지금의 문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이 조합원들과 민주노총을 희망으로 여기는 많은 이들에게 답을 주어야 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답 없음’이라는 백지 답안지를 제출하는 것은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이후의 문제가 지금보다 단순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아마 더욱 더 풀리지 않을 방정식이 될 수밖에 없다.

방정식을 푸는 방법은 쉽다. 끊임없이 식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다. 지울 수 있는 것을 끊임없이 지우고, 더해야 할 것은 더하고, 곱해야 할 것은 곱해서 숫자를 줄이고 미지수를 줄여 가는 게 해결방법이다. 고차원이 아니라 고고차원의 방정식이라도 푸는 방법은 여기서 시작된다.

어느 순간 언론에서도 대의원 대회 무산을 점치고 있다. 때론 무산이 답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꼬여있는 방정식에 더 고차원의 엑스 와이만을 추가할 뿐이다. ‘위기’를 이야기 하며 위기의 ‘극복’으로 이번 선거를 기다려온 숱한 이들에게 극복은커녕 더 큰 위기를 던져주어서는 안 된다. 지금껏 위기보다 더 큰 위기가 민주노총 앞에 놓일 수가 있다.

아직도 희망은 민주노총이지 않는가. 산산조각 나게 깨야 할 조직이 아니라 깨진 틈을 노동자의 지혜와 힘을 모아 메워야 할 조직이 아닌가. 강 건너 불구경해야 할 조직이 아니라 헤엄쳐 달려가 건져야 할 조직이 아닌가.

이번 선거에서 경선은 ‘차선’일 수 없다는 말이 있었다. 이미 ‘악’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믿는다. 아직도 희망은 민주노총이기에. ‘악’으로 되어버린 이번 선거가 ‘차선’이 될 수 없다할지라도, ‘차차차 선’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악’만은 막을 힘이 아직 민주노총과 노동자의 지혜와 힘에 있다고 믿기에. 숱한 위기에서 삐걱거리고 절룩거리면서도 지켜온 민주노총의 힘, 그 능력이 간절하다.

지금 보이지 않는 눈이, 말하지 않는 입이,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품고 지키고 있다는 것을 민주노총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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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선거 , 오도엽 ,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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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북

    선거무산!
    조합원들은 용서안합니다.

  • 해고노동자

    아직도 민주노총이 희망을 말하려거든 각 산별 연맹 상층부 넘들 감투버리고 현장으로 돌아가라고 해라 그러면 내가 희망이 있다고 인정해줄께...

  • 대대사수

    선거무산? 누구 맘대로?
    숱한 투쟁을 앞에 두고, 지휘관 없는 조직으로 가자고?
    조합원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겁니다.

  • 무산이라니

    누가 무슨권한으로 민주노총 대대를 무산시키려 하는가...산별대표자들인가...정말 쓰레기들이다...쓰레기들은 오늘이 무슨날인지나알까... 오늘이바로 전노협건설 20주년이 되는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