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9일, 중구 구민회관 대강당에서는 ‘민주노점상전국연합’이라는 명칭을 걸고 새로운 노점상 운동의 출발을 알리는 행사가 열렸다. 우선 노점상 운동하면 ‘전국노점상총연합(전노련)’이라는 단체가 있다. 이 단체는 23년이라는 오래된 역사 속에서 도시빈민운동의 한 축으로 그동안 열심히 활동을 해왔다. 그런데 왜 새로운 조직이 생겨났는지, 가뜩이나 민중민주진영의 현실이 어려운데 하나로 뭉쳐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물론 그동안 전노련 안의 많은 활동가들은 노점상 조직이 파행을 겪지 않도록 안팎으로 고군분투하였다. 그러나 결국 조직을 혁신하지 못하고, 새로운 이름의 조직을 결성하는 분열을 맞게 되었다.
지난 2009년 12월 15일, 전노련 중앙위에서는 어처구니없는 반조직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규약은 전체 회원들이 지켜야 할 약속으로, 총회(대의원대회)에서 규약변경을 할 수 있는 것이 단체 일반의 상궤다. 전노련 또한 마찬가지임에도 중앙위에서 규약개정안으로 의장 임기를 2년에서 ‘1회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다는 내용을 삭제하였으며, 대의원대회에서 선출하도록 한 규약규정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의장 추대를 결정하였다.
이러한 결정이 있기 전까지 전노련 정책과 운영, 의장 선출에 대한 조직 논의는 조직내 주요 회의 기구인 운영위와 중앙위를 통해 심각하게 논란이 되어왔다. 그러나 전노련이 대중조직으로 올바로 나아가길 바라는 진심 어린 주장들에 대해 각종 폭언과 폭력으로 묵살하는 것은 물론, 결국 조직규약마저 제멋대로 해버리는 폭거가 벌어진 것이다.
전노련은 2008년 동대문운동장 철거반대 투쟁을 전개하며 상층부의 일방적인 사업추진과 서울시와의 합의에 대해 논란을 넘어선 비판이 회원들과 외부로부터 거세게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2008년 3월 26일에는 서울시와 4개 항을 중심으로 ‘노점관리개선대책’에 대하여 소위 지도부에서 회원 몰래 합의를 해주었다.
‘노점관리개선대책’이란게 무엇인가?
이는 우선 각 자치단체에서 노점상에 대한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이루어진다. 노점상의 재산을 포함한 신상정보를 파악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인데, 결국에는 노점허용 재산기준초과금액을 설정하여 노점을 불허하고, 과태료 부과 등을 통해 신 발생 노점의 억제와 기존 노점의 축소를 위한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
실태조사를 통하여 1차적으로 노점상을 제한하고는, 이어서 주요 간선도로는 금지구역으로 지정하여, 통행인이 없어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뒷길에다 유도구역을 지정해 시범거리를 조성하거나 마차의 규격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곳마저 시간이 지나면서 노점상 행위가 자치단체에 관리대상으로 종속이 되어 차츰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업들은 대부분 왜곡된 여론 작업을 통해 추진되거나 ‘노점상 관리 대책위원회’라는 기구를 통해 관철되고 있다. 그런데 노점상(빈민) 회원들의 권리신장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조직에서, 그 조직의 지도부가 회원 몰래 전노련이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으로 도장을 찍어주었던 것이다.
이러한 전노련의 정책이나 운영기조는 조직의 대표인 이필두 의장의 재판투쟁을 통하여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필두 의장이 재판 과정 속에서 보여준 모습은 한마디로 참담했다. 이필두 의장은 재판과정에서 서울시와 협력하고 투쟁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전노련을 엄호하고 지지했던 많은 연대단체와의 관계는 물론 전노련 내 좌파세력을 정리시켰다는 표현을 쓰며 조직의 명예를 훼손시켰다. 가장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것은 용산참사 투쟁에 스스로 앞장서서 불참을 선언하였다고 판사 앞에서 떳떳하게 발언을 하였다. 단체의 최고 의장으로서 당당하게 재판에 임해야 함에도 그야말로 굴욕과 치욕의 순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전노련의 핵심사업인 노점상의 자율적인 질서 사업은 그 취지와 상관없이 무조건 노점가판대를 제작하는 사업으로 귀결되었다. 게다가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 속에서 업체로부터 향락과 로비자금을 받아 챙겼다는 의혹이 끝없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전노련은 의혹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쯤 되면 대표자격이 없는 것이 상식적 판단임에도, 규약을 묵살하고 일부가 담합하여 중앙위를 통해 또다시 의장으로 추대하는 것이 전노련의 현실이다.
이렇듯 전노련의 잘못된 조직운영과 폐단이 도저히 극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규탄하고 탈퇴하여 새로운 조직 ‘민주노점상전국연합’을 결성할 수밖에 없었다. 군소지역들의 노점상은 탄압이 들어오면 전노련의 힘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올바른 주장들을 할 수 없었고, 올바른 주장들은 온갖 욕설과 폭력 앞에 무기력하게 묻힐 수밖에 없었다. 전노련은 이미 민중생존권을 위해 투쟁할 의사도 없이 단속과 탄압에 올바로 대처하거나 회원들의 불만과 분노를 조직해 투쟁하기보다 서울시와 야합해, 언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회원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기만만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과정에서 양심 있는 동지들의 문제제기와 항의와 사퇴가 지속적으로 끊이질 않았다.
이상이 ‘민주노점상전국연합(민주노련)’이 결성되게 되는 배경이다. 말나온 김에 몇가지 더 언급하고 글을 맺을까 한다. 우리는 흔히 일부 대중조직의 경제주의와 실리주의를 비판한다. 당사자들의 경제적 이익만을 챙기는 행태에 대한 지적이다. 물론 올바른 지적이다. 다만 이러한 문제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단체들의 모습도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내부싸움이기에 우리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눈치 보기로 일관하며, 옳고그름에 대한 판단을 거세한 모습들이다. 오해는 마시라 일부가 그렇다는 것이다. 어떻게 의장단 선출을 비롯한 위에서 언급한 폐단들이 단순히 그 단체의 내부문제에 그칠 문제라는 것인가? 만약에 민주노총 같은 커다란 조직에서 저런 문제가 생겨도 침묵할 것인가? 어떻게 의장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에 용산참사와 같은 중요한 투쟁에 참여를 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그냥 넘겨버릴 수 있는 일인가? 위에서 언급한 전노련의 문제가 단지 입장에 따라, 보는 각도에 따라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는 그런 문제란 말인가? 빈민운동에 대한 아주 작은 애정이 있다면 판단은 명약관화한 것이다. 민중민주진영에서 추구하고 있는 사상과 원칙의 기준을 적용할 때에...단순히 내부 문제로 치부하고 마는 것에 대한 배경에는 아직도 대중조직을 대상화 시켜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 든다.
마지막으로 나는 전노련의 사무처장과 정책교육위원장이라는 직책을 오랫동안 맡아왔다. 이번 전노련의 문제는 나의 운동을 송두리째 빼앗은 커다란 사건이 아닐 수 없지만 이문제가 비단 몇몇 잘못된 관료만의 문제를 넘어 잘못된 조직 운영과 기풍을 바꿔 내고자 최선의 노력을 했는가이다. 나의 방관과 침묵 그리고 동조는 없었는가 이다. 이 부분도 반드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대목이며 대중들 앞에 깊게 머리 숙여 반성한다. 나는 이번 사태에 대하여 제 사회단체에서 반드시 뭐가 옳고 그른지 평가를 해주기를 거듭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 운동이 제대로 가도록 쓴소리를 마다지 말아야 한다. 이게 서로 사는 길이고 운동이 발전하는 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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