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의 새로운 문화가 필요하다

[남미의 고민] 마르따 아르네께르와의 만남

다른 어느 대륙보다도 가장 활발한 사회변혁의 과정에 있는 남미의 이론가, 실천가들을 소개한다. 남미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회변혁에 대해서 남미 맑스주의자들의 고민을 느껴볼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첫 번째로 마르따 아르네께르가 최근 남미 언론과 했던 3개의 인터뷰를 연재한다. 일찍이 당과 사회운동의 전선운동으로의 통합을 주장한 바 있는 아르네께르는 지역운동, 맑스주의 철학 그리고 실천적인 사회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남미의 이론가로서는 드물게 한국에서도 상당히 알려져 있다. 아래의 짧은 글로 그녀의 사상적 실천적 지표를 알 수 있다.

“정치의 예술이란 이런 겁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을 미래에 할 수 있을 힘을 만들어내는 것. 흔히들 기회주의자란 "힘이 없으니까 현실에 순응하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반면에 혁명가는 힘이 없다는 것을 알더라도 이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만들어낼 방도를 찾는 사람입니다. 세력 관계를 바꿀 방법을 탐구하고 고안하는 거지요. 둘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어요. 하나는 순응주의자이고 기회주의자입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혁명적인 또 다른 입장은 목표에 도달할 수 있게 만들어줄 힘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지요. 보다 좌익적인 언사를 내뱉는다고 자신이 보다 좌익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잘못된 길로 나아가곤 했어요. 저는 이렇게 주장하겠습니다, 급진적이고자 한다면 우리가 급진적일 수 있도록 만들어줄 사회·정치적 힘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우리는 창조하기 위해 투쟁합니다. 제가 즐겨 파괴적 좌파와 건설적 좌파를 구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라틴아메리카는 어디로?>, [이론과 실천 2005년2월호]에서 [편집자주]



마르따 아르네께르는 사고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운동의 우위가 절대적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또한 라틴아메리까에서 진보세력의 결집은 필요불가결하다고 생각한다.(아르네께르는 2009년12월3일 떼레사 까레뇨 극장의 호세 펠릭스 리바스실에서 헌사를 받는다.)

마르따 아르네께르는 부지런하고 대담하고 사려 깊고 명쾌하다. 미란다 국제센터 공동설립자인 아르네께르는 두드러지는 공로에 힘입어 오늘 떼레사 까레뇨 극장에서 헌사를 받을 예정이다. 그는 민중권력의 효과적인 공략수단 연구와 맑스주의 이론에 공헌하고 있다.

아르네께르는 라틴아메리카의 권력 상호관계에 대해 거론하면서 좌파의 실패에 대해 항변하는 사람들에 대해 미소 짓는다. 그는 신문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저널리즘에 열정적이다. 아르네께르는 살바도르 아옌데 정부 시절 발행되었던 잡지 ‘칠레 오이Chile Hoy’ 발행인이었다.

아르네께르는 저서가 70여 권에 달한다. 가장 대표적인 저서 <사적 유물론의 기본개념>은 알튀세르의 역사적 가설을 해석하기 위해 노력의 일환으로 1969년 출판되었다. 아르네께르는 맑스주의 해석가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알튀세르를 본보기 삼았다.

아르네께르는 쿠바에서 29년간 망명생활을 한 끝에 2002년부터 베네수엘라에서 살고 있다. 아르네께르는 아구스또 피노체트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있었다. ([역주] 아르네께르는 1970년대 아옌데 정부에 직접 참여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그녀는 피노체트의 살생부 명단에 올랐고 곧바로 망명길에 올랐다.)

아르네께르는 이제 이곳 베네수엘라에서 대중 참여의 다양한 경험을 만들어나가는 일을 하고 있다. 아르네께르는 제5인터내셔널 조직화에 자문으로 참여하면서 조직의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무엇보다도 이후 행보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지 그 형식에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새로운 인터내셔널을 만들기 원한다면 좌파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일탈과 전향을 극복하지 않은 채 과거라는 똑같은 무게를 지닌 동일한 정치집단을 인터내셔널에서 하나로 묶어낸다면 이는 관료적 제5인터내셔널로 탈바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르네께르는 이같이 덧붙였다.

-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 사회운동과 정당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사회운동을 포괄해야 한다. 정당-사회운동간을 잇는 하나의 거대한 전선체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해나가야 할 일들 중에 하나인데 사실 아주 까다로운 일이다. 차베스는 정당 및 사회운동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노동소위원회를 소집해야 할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공산당 대표들도 포함될 것이다. 노동자 제5인터내셔널은 광범위한 개념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고전적인 의미로서의 주부가 아닌 집에서 일하는 여성. 현재는 이런 생각을 다들 좋게 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거듭 강조하는데 좌파의 새로운 문화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현재는 전보다 덜하지만 광범위한 사회 영역에서 좌파 정치에 대한 거부와 저항이 계속 될 것이다. 이는 우파의 행태와 매우 비슷한 정치적 행위가 지속되는 것이다.

내부의 도전

- 사회주의 행보에서 베네수엘라가 맞닥뜨린 기본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 사회주의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차베스 대통령이 갖고 있는 계획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있다. 대통령은 대중권력 없이는 한 발짝도 전진해나갈 수 없는 수장이다. 지금 내게 권력에 대해 물으면서 대중에게 결정 가능성을 넘겨주고 있지 않다면 이는 현실적으로 대중 참여가 아닌 것이다.

- 그렇다면 무엇이 대중 참여를 방해하고 있는가?
= 차베스는 대중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다양한 수단을 제공하기 위해 아주 중요한 노력을 해왔다. 차베스는 우리에게 미래사회를 보여줄 수 있다. 그를지지 지원하는 모든 팀들이 하나의 응집력을 갖게 된다면 말이다. 차베스의 생각들이 특출나기 때문에 문제는 생각과 실행 차이에 커다란 간극이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스스로 자문해봐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는 베네수엘라 경우가 세계적으로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진 혁명과정이라고 본다.

두 개의 좌파?

- 라틴아메리카의 급진 정부 블록 내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혹자는 두 개의 좌파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여전히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정부들도 있다. 허나 완고해질 필요는 없다. 각각의 정부가 내적으로 갖고 있는 힘의 상관관계를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나아가는 흐름으로서가 아니라 어디로 가고 있는지 방향성을 갖고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 어디로 가는지 방향성에 대해 판단하기 위한 기준은 무엇인가?
= 룰라를 예로 들자면 차베스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과 동일하게 요구할 수 없다는 거다. 그러나 분명한 건 룰라에게는 그가 한 것 이상을 기대할 수 있다. 한 정부가 사회주의로 전진하느냐 마느냐를 알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해 따져보는 게 아주 중요하다. ‘국유화에 대해 무엇을 했는가?’ ‘기업 내 노동자 참여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를 보다 확대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방송 통신 매체와 대중적 인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 페루, 콜롬비아, 파나마를 고려할 때 우파 정부는 어떤가?
= 현재 라틴아메리카에서 일어나는 일(급진주의)이 전역으로 확산돼 하나의 순환이 되거나 반대급부로 빠른 시일내 보수화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힘의 상호관계(좌파에 우호적인)에 대해서는 낙관한다. 우루과이에서는 사회운동이 지속되고 있고 라틴아메리카에서 권력의 축적 과정은 역전될 수 없다. 라틴아메리카 민중들은 혁명정부가 아니고 보수정부라 해도 급진 정부가 되는 방식이 나라별로 아주 다양하다는 사실을 조금씩 이해해 나가고 있다.

- 당신의 고국 칠레는?
= 좌파는 정당간 정쟁에 전념하는 동안 우파는 사회 단체와 더불어 일하는 데 전념했다. 칠레에서는 우파들이 국민들과 함께 하는 일에 힘써왔다. 그러나 미셸 바셸렛 대통령은 이미 전과 동일한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출처] aporrea (http://www.aporrea.org/ideologia/n146435.html)
[원제] Encuentro con: Marta Harnecker, escritora chilena “La V internacional requiere de una nueva cultura de la izquierda” (2009.12.3)
[저자] 헤수스 만사나레스 Jesús Manzanárez/Correo del Orinoco
[번역] 조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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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 베네수엘라 , 맑스주의 , 사회주의 , 아르네께르 , 아르네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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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운오리

    잘 읽었습니다. 원어 이름을 알려 주시면 고맙겠네요. 찾아보고 싶어서요.

  • 참참참

    오른쪽 박스 상단에 덧붙임에 보면 원문 출처랑 이름이 나와 있습니다.

  • 미운오리

    고맙습니다. 이분이 쓴 책은 한국에 번역된 것이 없나 봐요. 책을 60여권이나 썼다는데...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