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파도 발레오는 I'm fine 합니다

[쿡!세상 꼬집기17]초국적 자본 횡포에 신음하는 대한민국

새해 안녕하신지요? 혹 당신의 안녕을 지켜주는 회사를 아십니까? 고속도로를 운전하시다 깜박 졸음이 오더라도 걱정 마세요. 당신의 차에 달린 센서가 앞뒤거리를 자동으로 감지하여 차의 속도를 제어해 드릴 테니까요. 좁은 골목길 빡빡하게 주차된 자동차 사이에 주차하시기가 힘드시나요? 그것도 걱정하지 마세요. 자동 스위치만 놓으면 당신의 핸들이 스스로 움직여 안전하게 차를 주차해드립니다. 바로 발레오가 있기에 가능합니다.

발레오는 당신의 안전을 지키는 회사입니다. 자동차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1923년 프랑스 세인트퀸에서 출발한 발레오는 이제 90년의 대역사를 써가고 있습니다. 발레오(Valeo)는 라린어로 “I'm fine"이라는 말입니다. 어때요? 이름을 듣는 순간 행복하고 반갑고 기쁘고 산뜻하지 않습니까? 그야말로 우리의 안녕을 지켜주는 회사가 분명합니다. 발레오는 세계 27개국에 120개의 공장, 21개의 연구센터, 40개의 개발센터, 10개의 유통센터, 52,200명의 직원을 가진 글로벌기업입니다. 아시아에만 31개 공장과 1만명에 가까운 직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발레오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대구에 평화발레오가 있습니다. 경주에는 발레오전장이 있습니다. 천안에는 발레오공조가 있습니다. 아, 창원에도 삼성발레오가 있습니다. 발레오의 제품은 현대, 기아, 지엠대우, 쌍용 자동차를 비롯하여 포드 지엠 닛산 혼다 피아트를 비롯한 전 세계 유명 자동차 회사에 공급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말입니다.

  경주 발레오 직장폐쇄 공고 [출처: 울산노동뉴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이토록 안녕과 안전에 앞장서며 “I'm fine”를 외치는 회사 발레오가 한국의 안녕은 안중에도 없네요. 경주 발레오전장에 다니는 노동자들이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설 연휴를 끝내고 공장으로 출근하니 직장폐쇄라는 황당한 공문만이 기다리고 있네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회사가 직원들의 일부를 외주업체로 보내려고 했습니다. 이 회사의 노동자와 사용자의 약속(단체협약)을 보면 ‘경영상의 이유로 일부부서나 생산물량을 외주․하도급으로 전환하고자 할 때에는 사전에 조합과 협의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노동자는 약속에 따라 ‘협의’를 요구했지만 회사는 협의에 대한 답으로 직장폐쇄를 하였습니다.

직장폐쇄는 노동자의 파업과 같은 사용자의 쟁의행위입니다. 노동자가 일을 멈춘다면 사용자는 공장을 폐쇄하는 것이지요. 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직장폐쇄를 하려면 ‘현저하게’ 불리한 압력을 받았을 때만 가능합니다. 직장폐쇄는 사용자의 공격적인 행위가 아니라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수단’에 불과합니다. 발레오전장 노동자들이 파업을 한 것도 아닌데, 직장폐쇄를 하는 것은 사용자가 노동자를 공격하는 불법파업과 같은 거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해 천안에 있는 발레오공조에서는 천인공노할 일이 벌어졌습니다. 글로벌 기업 발레오 그룹에서 10%로 구조조정안이 나오자 발레오공조를 청산하겠다고 발표합니다. 그리고 엿새 뒤인 10월 30일 퀵서비스를 이용해 직원들에게 해고통지서를 보냅니다. 한 달 뒤에는 공장이 공중분해 되니 알아서 먹고 살라는 말입니다. 이십년 가까이 한 공장에서 일한 노동자의 일터를 단지 한달 엿새 만에 없애겠다니 이게 어디 말이 될 법한 일인가요?

발레오는 2005년 천안공장의 지분 100%를 인수합니다. 공장을 완전 접수하고 나서 발레오가 천안공장에 투자한 것은 기술이 아닙니다. 발레오의 상징 빛깔인 흰색과 연둣빛으로 공장 바닥과 벽을 색칠하는 것, 작업복 색깔을 회사 상빛으로 맞춘 것뿐이라고 공장 노동자들은 말합니다.

더 웃긴 일이 있습니다. 발레오 공조를 공중 분해하기 전에 박씨 성을 가진 이가 노무이사로 들어옵니다. 노동자들에게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며 노사관계를 악화시킵니다. 이 분의 이력을 보았더니 다국적기업 노동자 청산 전문가입니다. 경기도 여주에 있는 ‘테트라팩’이라는 공장을 2007년 3월 9일에 폐쇄하고, 스무날 뒤인 29일에는 아예 청산한 경우가 있는데, 그곳에도 이 노무이사가 근무했습니다. 발레오 공조 직원들은 이 인물을 “전문 청부 청산업자”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노동자에게 직장폐쇄나 청산은 살인과 마찬가지입니다. ‘전문 청부업자’를 동원하여 노동자의 생계를 죽이는 발레오는 글로벌기업이 아닙니다. 초국적 자본을 가지고 노동자의 일터를 없애는 자본 마피아와 다름없습니다.

발레오, 정말 “I'm fine”하네요. 그 앞에 ‘Only’를 붙이면 딱 발레오에 걸맞은 회사 이름이네요. 오로지 전 세계를 휩쓸고 다니며 이윤 증식만을 꾀하는 초국적 자본답네요. 몸에 사랑의 피가 도는 대신 자본의 이윤이 돌고 있는 냉혈한과 같은 다국적 기업이네요.

새해 벽두부터 발레오가 한국을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외자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입으로만 떠들 뿐, 한국에 있는 다국적 자본의 횡포와 일자리 없애기에는 묵묵부답입니다. 한국 자동차를 외국에 좀 팔겠다고 투기자본에 한국 땅을 활짝 연 정부가 앞장서서 발레오의 횡포에 고통당하는 노동자의 신음을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을 ‘알바인생’으로 추락시키는 정책 말고 국민의 안전한 살림살이를 지켜주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가 앞장서야 할 때입니다. 발레오 노동자가 무너지면 한국 경제가 무너질 것입니다. 이미 외국자본이 한국 주식시장의 40%, 시중은행주식의 65%, 5대 주요기업의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발레오의 횡포가 한반도 구석구석에서 일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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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 직장폐쇄 , 자동차 , 발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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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지나가다

    세인트퀸이 아니라 불어로 읽으면 쌍뚜앙 이지 않나요?

  • 이혜령

    글 잘 읽었습니다. 노사가 모두 i'm fine 할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국민의 안전한 살림살이를 지켜주는 정부를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