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고 조리원 노동자들은 선전전할 땐 꼭 분홍색 앞치마를 두른다. 앞치마엔 '부당해고 철회하라'고 적혀 있다. 이들에겐 분홍색 앞치마가 투쟁조끼다. 분홍색 "투쟁 앞치마"를 두르고 진행한 이들의 복직투쟁도 30일이 됐다.
제일고 앞 점심 집회
제일고 조리원 노동자들은 30일 정오 제일고 앞에서 울해협, 전교조울산지부와 함께 점심 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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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투쟁 30일째, "위탁전환 철회! 부당해고 철회하라" 는 제일고 조리원 노동자들의 간절한 호소에 대해 제일고는 오로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게 변화하고 있다. 제일고 조리원 노동자들의 복직투쟁은 제일고 앞 개나리를 꽃 피게 하고 교정 벗나무의 새싹을 돋게 한다. 무엇보다도 조리원 노동자들은 복직투쟁을 진행하면서 봄의 "실체"로 등장하고 있다. 허투루 꽃이 펴서 봄이 오는 것이 아니라 부당한 일에 저항하는 몸짓으로부터 봄은 오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쌀쌀한 거리, 수다에 가까운 즐거운 대화 속에서 하하 호호 웃는 조리원 노동자들이 봄빛처럼 따뜻하다.
이날 점심 집회에서 조리원 노동자들은 자신이 직접 쓴 편지를 낭독했다. 편지를 읽는 목소리는 젖어들었지만 교실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어주는 학생들의 지지와 격려 속에서 조리원 노동자들은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학교에 우리를 왜 잘랐냐고 물었습니다.
학교에 우리를 왜 잘랐냐고 물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의 묵묵부답은 정말 우리를 답답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거리로 내몰렸는데 그 이유조차 속시원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들은 이야기는 "비정규직보호법에 의하여 자르는 것이 합법이다"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비정규직을 보호한다고 만든 법에 의해 우리가 잘리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이 법을 만든 사람들이 정말 원망스럽습니다.
이제 높은 데 있는 사람들이 우러러 보이지 않습니다.
위선과 거짓으로 우리를 우롱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분노를 느끼게 합니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해서 이 위선과 거짓을 이겨나갈 것입니다.
교장선생님, 그리고 여러 선생님들. 아이들에게 위선과 거짓이 아닌 참된 가르침을 할 수 있도록 우리들을 제자리로 돌려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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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교육청 앞 집회
오후 1시20분, 울산교육청에 도착한 조리원 노동자들은 약식 집회를 열었다. 박주석 발전 해고자는 집회 발언을 통해 "이사장의 이윤을 위한 돈 몇 푼이 중요한지, 조리원 노동자들의 먹고사는 문제, 조리원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중요한지를 물어야 한다. 이 작은 실천에서부터 복직의 희망은 자란다"고 힘줘 말했다.
교육청 직원은 시끄럽다고 항의하면서 집회를 방해하기도 했다. 이날 교육청 앞은 제일고 조리원 노동자들의 힘차고 카랑카랑한 투쟁구호로 가득찼다.
한솥밥을 먹은 지 3년이 지났습니다.
교장선생님! 그리고 교직원 선생님들!
한솥밥을 먹은 지 3년이 지났습니다.
집에서 기르든 개도 3년이나 함께 한솥밥을 먹으면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학교장님은 이유없이 나가라고 말하십니다.
그동안 "수고했다", "애썼다"라는 말 한마디 없이 모두를 몰아냈습니다. 어찌 인간으로서 그리 양심이 없단 말입니까?
너무나 억울합니다. 분하고 억울함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저희는 이 억울한 일을 모두에게 알릴 것이고 우리의 바람이 이루어질 때까지 이 투쟁을 계속할 것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아이들에게 밝은 모습으로 밥 퍼주는 자리로 돌아갈 것입니다.
학교측은 이렇게 민망하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말고, 더욱 어려움에 처하기 전에 저희를 제자리로 돌려놓으십시요. 그것이 비도덕적이고 비교육적인 학교의 모습을 사죄하는 길일 것입니다.
제일고 설립자 주소지 앞 선전전
제일고 조리원 노동자들은 이날 오후 2시30분, 제일고 설립자의 주소지로 돼 있는 중구 옥교동 동신약국 앞에서 약 한 시간 가량 선전전을 진행했다.
아이들이 집에서 보다 많이 먹는 학교급식에 대한 불만을 얘기할 땐 귀머거리가 되시는겁니까?
저희는 제일고에서 해고시킨 조리원들입니다.
저희들의 방송이 시끄럽다고 신고하실 땐 귀가 들리십니까?
아이들이 집에서 보다 많이 먹는 학교급식에 대한 불만을 얘기할 땐 귀머거리가 되시는겁니까? 아니면 아예 외면하시는 겁니까?
정말 아이들을 생각하고 위하는 교육자라면 아이들의 건강과 아이들의 입장을 제일 먼저 생각해야 되지 않나요.
아이들의 인성을 첫째로 가르치는 학교에서 양심을 저버리는 교장선생님, 자신을 떳떳하게 아이들을 위하는 참 교육자라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더 늦기 전에 아이들이 뭐라 수근거리기전에, 더 많은 불만을 터뜨리기전에 양심을 가지시고 저희를 하루라도 빨리 복직시켜 주십시요.
엄마의 정성과 마음이 가득 담긴 밥을 저희들 손으로 해주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