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공사 왕따 조장 프로그램 논란

“5678 서비스단, 직무재교육 등 신종 강제퇴출프로그램”

서울도시철도공사의 ‘5678서비스단’이 강제퇴출 프로그램화되면서 직장 내 따돌림 논란이 일고 있다. ‘5678서비스단’은 노조활동 징계자, 고령자, 개인적 사유로 인한 징계장 등으로 구성돼 부정승차단속, 열차 내 무질서 단속, 포스터와 스티커 붙이기 같은 업무를 수행하게 한다. 이들 ‘5678서비스단’ 업무를 맡은 노동자들 상당수는 심한 우울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조속한 치료가 필요한 실정이다.


서비스단 소속 노동자들은 특히 퇴출대상자라는 편견에 힘들어한다. 퇴출대상자로 분류되면서 10년 이상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의 동정 어린 눈빛을 견딜 수 없어 인간관계가 좁아지고 외톨이 신세가 돼 자연스레 직장 내 따돌림 현상으로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0월 서울동부지방법원은 ‘5678서비스단’으로의 전보명령은 “실질적으로 근무성적 등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 근로자들의 퇴직을 유도하는 수단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여 정리해고의 요건을 법으로 정한 근로기준법의 취지와 어긋나 무효”라고 판결한바 있다.

도시철도공사노조(위원장 허 인)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 서비스단 업무를 맡은 노동자 29명의 한국판 Beck 우울척도(Korean Beck Depression Inventory, BDI)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비스단 노동자들의 55%가 우울증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였다. 지난 2004년 잦은 승강장 투신사고로 인해 정신건강조사에서 공황장애를 호소한 기관사 집단이 16.5%의 우울증상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훨씬 심각한 상태다.

노조는 서비스단이 강제퇴출 프로그램으로 공공연하게 알려지면서, 서비스단에 발령 받은 노동자는 회사에 대한 배신감, 분노, 수치심, 무시당한 느낌 등을 경험해왔다고 밝혔다. 수년 동안 전문적인 일을 하던 사람을 기존 업무와 전혀 무관한 곳에 배치함으로써 직무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따돌림 문화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역할이 모호해지고 조직에 필요한지, 어떤 일을 할지도 모호하게 하는 것은 국내외에서 직무스트레스요인으로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공유정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위원(산업의학 전문의)도 “이런 정신적 폭력이 우울 증상뿐 아니라 더 나아가 자살 사고 및 자살 시도와 관련이 있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들이 제시되고 있다”면서 “직장 내 무시나 따돌림은 그 자체로 우울 증상의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하거나, 직무스트레스를 유발시킴으로써 간접적으로 우울 증상에 관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유정옥 연구위원은 “사업주는 이런 문제를 겪고 있는 노동자에게 적절한 중재적 조치와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하나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서비스단을 통해 오히려 직장 내 무시나 따돌림 문화를 조장했다고 볼 수 있다”고 비난했다.

서비스단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공사는 이와 유사한 직무재교육 실시 계획을 내 놨다. 노조는 직무재교육 계획이 사규에 의한 정당한 처벌이 아닌 편법적인 강제퇴출프로그램이라고 규정했다. 노조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 3월 30일 근무태도 불량, 업무능력 부족 직원을 재교육해 건전한 경쟁과 창의적 업무수행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직무재교육 실시 계획을 발표했다. 공사는 모든 부서에 4월 7일까지 대상자를 선정해 보고하라고 통보한 상태다. 노조는 “서비스단 소속 노동자들 중 다수가 ‘직무 재교육’에 포함될 것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로 회자되고 있어 서비스단 노동자들은 좌불안석”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공사가 직무재교육 대상자 선정하는 기준으로 △직위해제 처분자 및 불법 집단행위 연루자 △징계처분자 △업무 부적응자 △금품․향응 수수자 및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 △무사안일․직무태만 등으로 소속장 인사추천자 △서비스마인드 부족으로 상습민원을 야기한 자 △근무성적 3회 연속 ‘양’ 평가자 및 최근 1년간 ‘가’ 평가자 △상시평정 득점이 최하위 0.5% 이하인 자 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불법집단행위 연루자는 노동조합 전현직 간부들을 선정할 가능도 제기되고 있다.

허 인 노조위원장은 “직무재교육을 통한 공사의 의도는 인격적 수치심을 통해 자발적 퇴출을 유도하려는 것”이라며 “정리해고 요건도 부족하고 노조의 합의가 없으면 강제퇴출을 못하도록 하는 사회적 합의를 돌파하려는 수단”이라고 비난했다. 허 인 위원장은 “1% 정도의 직무 재교육 대상자를 선발해 불안감을 조성하고 그 집단으로 나머지 집단을 순치하는 일련의 과정이 나타날 것”이라며 “이런 제도는 전 사회적으로 노동자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수치심을 통해 직장에 남아 있지 못하게 하는 경영자의 유용한 수단화가 되고 있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4월 30일 단협 만료 압두고 노조활동 위축하려는 시도"

서울도시철도 노사는 오는 4월 30일 단체협약이 만료된다. 이에 따라 직무재교육이 단체협상을 앞두고 노동조합을 겨냥한 공세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노조는 “작년 봄부터 거론되었던 직무재교육을 현 시점에서 전격적으로 실시하려는 공사의 의도는 4월 30일 단체협약의 실질적인 만료일을 앞두고 조합원들에게 불안감을 주어 노동조합의 단결력과 투쟁력을 저하시키려 한다”고 비난했다. 노조는 “공사가 밝힌 대상자 선정기준의 첫 번째 대상이 사실상 노동조합의 전현직 간부들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아도 공사가 본격적인 단체협상 국면에서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려 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도시철도 노사는 단협만료를 앞두고 10여 차례 실무교섭과 4차례 본교섭을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노사는 오는 14일 마지막 본교섭을 예정하고 있다. 노조는 14일 교섭에서 타결에 이르지 못하면 바로 조정신청을 할 예정이다. 5월 1일부터 무단협 상태가 될 것을 예비해 16일부터 4일 동안 쟁위행위찬반투표를 진행하고 파업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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