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딱 걸린 ‘삼성’

[새책] 나쁜 기업

나쁜 기업(클라우스 베르너, 한스 바이스, 손주희 옮김, 이상호 감수, 프로메테우스, 2008, 479쪽)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은 하루 종일 일한 대가로 고작 2달러를 받고 나이키 사는 단돈 5달러에 이들이 만든 신발을 사들여 소비자에게는 100-180달에서 팔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한 사람이 극빈국가 31개국을 모두 합친 재산보다 더 많은 630억 달러를 소유하고 있다.

<일회용 사람들>을 쓴 영국의 사회학 교수 케빈 베일스는 “우리가 먹는 코코아 원료의 원산지인 서아프리카 상아해안에선 공장 소유주 대다수가 노예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8살 어린이가 상아해안에서 30유로도 채 안 되는 돈에 팔려서 대부분 몇 년도 안 돼 쓸모 버려진다. 케빈 베일스는 “코코아를 마시는 것은 아이들의 피를 마시는 것”이라고 했다.

8살 아이의 피로 만든 코코아

의약산업도 ‘인간 원료’를 착취한다.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존 르 카레는 영화화되기도 한 소설 <콘스탄트 가드너>에서 국제 제약 콘체른들이 아프리카 환자들을 위험한 약품실험의 모르모트로 악용하고 있다고 했다. 서구 제약사들은 최대한 빨리 새 약품의 유익한 실험결과를 얻으려고 세금과 규제가 덜한 나라를 찾아 의사들에게 거액을 주고 환자를 실험 원료로 삼는다.

이 책의 단연 압권은 휴대폰과 컴퓨터에 들어가는 원료 탄탈을 놓고 벌어지는 콩고민주공화국의 패권자들과 초국적 자본들의 더러운 거래다. 저자들의 잠입취재에 걸려든 삼성의 맨얼굴도 보인다. 멕시코 방적공장에서 벌이는 삼성의 실체를 엿보는 건 덤이다. 2001년에 나온 책을 번역한 것인데 상당수의 통계치는 2000년도 이전의 것을 그대로 사용해 현실감은 좀 떨어진다.

저자 클라우스 베르너는 1967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나 빈 대학에서 고전학과 독문학을 공부했다. 1995-2000년 오스트리아 생태학연구소 언론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온.오프라인 매체에 기고하며 베를린과 빈에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공동저자 한스 바이스는 1950년 히티자우/포어랄베르크에서 태어나 인스부르크, 빈, 캠브리지, 런던대학에서 심리학과 의학을 공부했다. 1980년부터 빈에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여러 매체에 기사를 기고해왔다.

번역자 손주희는 서강대 대학원 독문과 석사과정을 나와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감수를 맡은 이상호는 주변 인물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독일 브레멘 대학에서 공부한 뒤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를 거쳐 지금은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휴대폰에 숨겨진 탄탈루스의 고통

1998년 8월부터 유럽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전쟁이, 그러나 콩고 사람들에게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형벌과 같은 이른바 ‘아프리카 제1차 세계대전’이 전역을 휩쓸고 있다. 2001년 4월까지 동부 지역의 반란지역에서만 250만 명의 목숨이 희생되었다.

아프리카의 7개 국가는 저마다 자국 부대를 주둔시켰다. 콩고의 군대는 이웃 국가들인 짐바브웨, 앙골라, 나미비아의 원조를 받고 있다. 반면 북부와 동부지역은 두 차례나 대규모 반란이 일어나 얼마 전까지 동쪽의 이웃 국가 르완다와 우간다의 군인 수 십만 명에 의해 점령당했었다. 게다가 호전파 정당도 있다.

서구의 산업콘체른들은 오래전부터 중앙아프리카 대륙의 자원을 착취하고 반군과 군대에도 선뜻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들이 군대와 협조 관계를 유지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큰돈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콩고는 지구상 가장 부유한 나라다. 금 은 다이아몬드 석유 코발트 아연 등의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전쟁이 벌어지는 주요 전선은 큰 금광지대를 따라 이어진다. “콩고의 분쟁은 금광 자원의 감독권과 교육 때문에 일어난다.” 이것은 2001년 4월16일자 UNO가 발표한 ‘콩고민주공화국의 천연자원 불법 약탈에 대한 조사 보고서’ 주요 내용이다.

비등점이 대단히 높고 밀도도 높은 <탄탈>은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원료다. 탄탈은 아주 단단하고 밀도가 높아 열이나 녹, 산 등에도 무척 강한 금속이다. 탄탈은 이동전화와 펜티엄 컴퓨터의 전해 콘덴서에 들어간다. 무기와 의학기구를 만드는데도 들어간다. 휴대폰 붐과 컴퓨터 시장의 발전,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닌텐도의 게임보이 등의 부품으로 들어가 세계시장 가격을 엄청 올려놨다. 그 결과 런던금속거래소에서 2000년 2월-2001년 1월 사이 가격이 탄탈 1kg당 180유로에서 950유로까지 튀었다.

탄탈은 1802년 스웨덴 화학자 에크베르크가 첫 발견했다. 그는 이 항산성 금속 연구때 너무 힘들어 포기할 뻔했다고 한다. 자기가 발견한 물질의 명칭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탄탈로스의 이름을 따 지었다. 탄탈로스는 저주받고 인간세계에서 영원히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 신이다.

콜탄이라는 광물에서 추출되는 탄탈은 세계 생산량의 최대 80%가 콩고에서 있다. 전쟁의 중심부인 동부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따라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원료인 탄탈이 생산된다. 때문에 군과 모든 당파의 반군은 광산을 서로 차지하려고 싸운다. 러시아 안토노프 비행기로 운송되는데 비행기가 되돌아올 때는 무기가 실렸다.

2000년 12월 바이엘 대표이사 만프레드 슈나이더가 이 현자의 돌인 탄탈을 사업 아이템으로 발굴할 기미를 보였을 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런데 탄탈이 이동전화 부품으로 사용되면서 바이엘은 엄청난 성장률을 달성했다. “우리는 이것으로 신경제의 어떤 기업도 감히 확신하지 못한 무궁무진한 이익을 얻었다”고 <슈피겔>지에 말했다. 2001년 12월 베를린의 <타게스 차이퉁>이 처음 바이엘과 콩고의 연관성을 기사화했다. 기사를 올린 사람은 탄탈이 콩고의 반란지역에서 채굴되고 바이엘 자매사가 세계시장의 주역이라고 단언했다.

소미글 회사(아파르카 대호수 지역의 회사)는 실제로 존재한다. 이 회사는 거대 반군으로 르완다의 후원을 받는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콩고연합’(RCD:투치종과 콩고 제대군인으로 구성)이 콜탄 무역을 독점해 매달 10달러에 해당하는 액수의 징세를 안정화시킬 목적으로 설립했다. RCD는 경영책임자로 지역에서 악명 높은 여성 아지자 굴라말리 쿨숨이라는 여성을 고용했다. 그녀는 여러 호전파 정당과 무기거래에도 중심 역할을 한다. 굴라말리 부인은 자신이 직접 거대 밀수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은 이 지역 내 무기거래 상인조직의 주 멤버 중 하나다. 그녀는 반군 측 사람들뿐 아니라 반대편 사람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콜탄을 더 알고 싶으면 EBS 지식채널이 만든 ‘블러드 폰(Blood Phone)’을 보시면 된다. 간단히 볼 수 있는 인터넷 주소는 이다.

삼성이 걸려들다

며칠을 기다린 끝에 2001년 3월 5일 첫 답신을 받았다. 한국의 한 공손한 신사가 레만 씨와 그의 가족 모두 안녕하시고 아울러 사업도 잘 되길 바란다며 접근했다. 주소에 주식회사 ‘삼성’이 발신인으로 나타났다.

삼성의 금속 무역담당 클로우데 비터만이 유럽에 보낼 매물의 거래를 확정짓기 위해 영국에서 연락해왔다. 비터만은 이미 다른 금속을 콩고에서 들여왔으며 지역적 인프라 구축과 그것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이 광물은 시장에 다시 나오지 않을 테니까요. 바로 삼성 자체 수요로 전자업 쪽에서 가공될 겁니다.”

  <나쁜 기업> 117쪽

쓰디쓴 오렌지

우리는 오렌지주스 1리터를 약 1유로 사는 반면 브라질에서 오렌지를 따는 노동자의 임금은 평균 그 1/400인 26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10-14살의 어린이들이 하루에 14시간 동안 25kg의 오렌지 자루를 짊어진다. CUT(브라질 노총)은 1994년 상파울로의 오렌지 수학 노동자 중 약 15%가 14세 이하 어린이라고 했다. 1996년에도 수확지대 이타폴리스엔 어린이 3명 중 1명이 수확 노동자로 일하고 있었다.

맥도날드와 육식에 대한 욕구

지금도 4시간마다 지구상 어딘가에서 새 맥도날드 지점이 문을 연다. 이 햄버거 제국의 약 3만 개 지점은 118개 국에 분포돼 있다.

삼성그룹은 화학, 방적업계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멕시코의 이른바 ‘마킬라도라스(Maquiladoras:멕시코정부의 개방경제 선언 뒤 육성되는 수출공업단체)’에서 방직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의 여성근로자들은 아주 낮은 임금을 받고 서구 콘체른들의 의류제품을 재봉질하고 있다.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98년 6월 20일 삼성이 멕시코에서 기아임금으로 텔레비전 수상기를 조립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1998년 12월 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의 멕시코 공장에서 여성들은 조직적으로 불법 임신 테스트를 받았다. 임신한 여성을 채용하지 않았다. 여성은 성생활, 피임법, 생리주기 같은 사적인 질문에 답해야 하고 소변검사도 받아야 했다. 만전을 기하기 위해 하체검사까지 이뤄졌다.

멕시코 신문 <라 호르나다>는 2001년 11월 삼성이 ‘티후아나(2008년 한국 교민 납치사건이 일어났던 미국과 멕시코 접경지역의 관광도시)’의 공장 3개 곳에서 임신여성의 해고를 강요하거나 그들에게 일부러 아주 고된 일을 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지역의 ‘마킬라도라스’에서 1년에 총 900명의 임신여성이 삼성에게 해고당했다. (2001년 11월 19일자)

이 책 끝엔 문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스스로 내건 기업이념과 문제점을 간추려 정리했다. 388-389쪽 ‘삼성’ 부분에선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여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는 기업이념과 함께 문제점으로는 “멕시코 하청회사의 불법 실태, 내란 자금지원 혐의”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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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한나라당투쟁행동조장

    천민자본주의 정신을 가진 기업들의 행태는 뻔하지비.
    로동자착취에 빈곤국 착취 췩취 말만 들어도 AK-47하나 한국통일 후 민중무기로 귀속시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