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이제 잔치는 끝났다

[진보논평] 이명박 정권은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이 난관에 봉착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객관적인 조사’를 언급하며 이명박 정권의 천안함 조사결과에 의문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 최대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냉정함과 신중론에 이어 러시아 역시 한국의 조사결과에 대해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 전문가팀은 당시 서해 연안에는 한국군함은 물론 미국의 핵잠수정까지 있었다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 잠수정이 굳이 연안 경비와 순찰을 맡고 있는 초계함을 공격 목표로 삼았겠느냐며 의문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남한의 국방부가 “그 문제는 북한에 직접 물어보는 게 좋겠다”는 무책임하고 유치한 대답을 했다고 한다. 특히 러시아 조사단이 남한의 합동조사단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북의 소행이라고 확증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으며, 이에 유엔 안보리 논의에 소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게다가 미국이 6월 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9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일본, 인도, 인도네시아 등 참가국 대표들과 잇따라 회동하면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대응을 촉구했지만, 중국이 미국의 대만 무기수출 등을 거론하며 맞섬으로써 어려움을 예상케 했다.

당시 중국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거론을 피하면서 동아시아 안정을 위해 각국의 냉정과 절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였다. 중국은 미국의 대만 무기수출과 남중국해 정찰활동을 집중 거론하며 미국이 동아시아의 안정을 해치고 있다고 비난했던 것이다. 미국이 지난 1월 대만에 64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판매키로 결정한 데 따른 불만인 것이다.

이에 앞서 중국은 싱가포르 안보회의를 앞두고 게이츠 장관의 방중 요청을 거절하면서 미국의 천안함 사건 처리방식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었다. 지난 5월 24일 열린 제2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양국 고위층의 상호방문을 확대하자고 합의한 지 1주일 만에 ‘방문 불가’를 통보해서 미국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천안함 사건에서 발을 빼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6월 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김태영 국방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의 회담에서 미국 측은 예정되었던 8일~11일 한·미 연합훈련 일정을 연기하였다.

또한 미국의 게이츠 국방장관이 6월 4일 싱가포르에서 “한국이 안보리 결의안 또는 의장성명 중 어느 쪽을 추진하려 하는지 확실치 않다”고 전제하면서 “내 생각에 결의안을 추진하지 않는 것이 이번 북한 도발의 성격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했음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며, 다만 추가적인 불안과 도발을 야기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더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이는 ‘안보리 결의 불가’라는 미국의 의중을 드러내며 우회적으로 한국을 압박한 셈이다. 더욱이 게이츠 장관은 6월 6일 와의 인터뷰에서 “외교적인 대북 제재조치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까지 발언함으로써 의장성명도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는 또한 “안보리의 추가적 제재(결의)에 대해 아직 논의하는 것이 없으며, 안보리 조치는 기본적으로 정치적, 상징적, 도덕적 메시지가 될 것”이라던 6월 1일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과의 회담 직후, 천영우 외교부 제2차관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으로서는 천안함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천안함과 6자회담을 분리하는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명박 정권에게도 6자회담에 참여하도록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미국의 투트랙 전략은 처음부터 예정돼 있었다. 미국은 투트랙을 천안함 침몰 초기부터 힐러리 클린턴 장관의 방한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강조했었다.

다만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 이명박 정권이 강조하지 않았고 보수언론 역시 부각시키지 않았을 뿐이다. 그 이유는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다만 미국이 ‘북한 때리기’에 끝까지 동참해 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그것은 이명박 정권이 상대방에 대한 입장이나 구조적 맥락에 대한 이해부족으로부터 출발하는 자기 예언적 외교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자뻑 외교’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북중정상회담 개최에 대해서 중국 측에게 서운함 감정을 표시했다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했으며, 러시아의 천안함 입장에 대해서도 일방적으로 언론에 공개했다가 후에 빈축을 산 것이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이명박 정권의 이러한 외교정책은 한미공조 균열이라는 자신들이 의도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한반도문제가 최우선 순위에 놓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은 맹목적으로 한미동맹 제일주의에 우선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과 러시아의 강한 입장과 태도는 대북 결의안을 끌어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조건이기 때문에 미.중간의 정치적 협상을 거쳐 조기에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천안함 외에도 외교적 난제가 산적해 있다. 지금 유엔에서는 이란 제재결의안이 6월 9일 오후 11시(현지시간 9일 오전 10시) 찬성 12 반대 2로 통과되면서 이란과 서방 간 갈등이 극에 달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국제구호선단 공격사건이 의장성명으로 매듭된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정치적 선택은 협소하다. 현재의 정세를 주도할 외교적 역량도 부족하다. 천안함 침몰의 조사결과는 국내외적으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국내외 정세변화의 흐름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의 국정조사, 4개국 공동조사 등도 수용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마무리도 미국의 선택에 의해서 결정될 수도 있다. 스스로 퇴로를 차단한 이명박 정권이 신뢰를 획득하는 길은 꿈에서나 가능한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지 흥미진진하다.
최신기사
기획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온라인 뉴스구독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귀하의 이메일로 주요뉴스를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