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오프 꼼수 기아차, 제 발목 잡히나

산으로 간 타임오프, 생산량 조절 협의를 퇴근 이후에?

타임오프 한도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기아차는 생산량을 높이기 위한 노사 공동업무 협의도 퇴근 후에 하자는 공문까지 보냈다. 타임오프를 통한 노조 길들이기에 골몰한 나머지 곧 죽어도 노조원의 정당한 유급 활동도 못하게 하겠다는 꼴이다.

기아차 사측은 지난 6월 30일 노조전임자를 전원 무급휴직처리하거나 원직복직 인사발령을 내고 노동부 타임오프 매뉴얼과 비슷한 타임오프 근태관리 매뉴얼을 시행했다. 그러나 근태관리 매뉴얼은 오히려 회사 쪽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근태관리 매뉴얼에 따른 일과 중 대의원 활동 무급 방침으로 인해 광주 1공장은 현재 UPH(시간당 생산량) 협의가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기아차 광주 1공장은 지난 6월 30일 조립1부 대의원들에게 쏘울 병행생산 및 1,2 공장 증산관련 협의록에 근거한 1공장 증산 협의를 퇴근시간 이후인 저녁 7시 35분에 하자고 요청했다.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에 따르면 광주1공장은 시간당 생산량을 37UPH에서 42UPH 전환을 위해 인원 협의를 해야 하지만 회사쪽이 대의원 근태관리 매뉴얼을 이유로 퇴근 이후 시간으로 부서협의를 요청해 왔다. 그러나 대의원들은 대의원 활동 보장과 근태관리 매뉴얼 폐기를 먼저 요구하고 나서 협의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물량 증산을 위한 협의는 회사 업무나 다름없는데도 노조활동이라 유급으론 못하니 나온 꼼수가 퇴근하고 나서 회의를 하자는 것이다.

UPH협의는 시간당 생산량이 높아지면 조립 라인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인력을 더 투입해야한다. 통상 신규인력 충원이 아닌 공장 내 여러 부서에서 유휴인력을 빼서 인력을 재배치하는 문제라 단체협약 상 노조와 협의를 해야 한다.

기아차는 7월 1일부터 타임오프 근태관리 매뉴얼을 시행하면서 부서협의, 산업안전, 조합원 총회, 교육, 대의원 대회 등을 회사에 신고하게 하고 모두 무급처리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회사에 신고하지 않고 활동을 하면 사고처리가 된다.

특근 협의할 전임자를 전부 무급처리

이런 사정인데도 일부 언론은 노조가 잔업과 특근을 거부해 생산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생산차질 문제는 회사가 생산협의를 진행할 노조인원과 활동을 보장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기아차 노조는 “잔업과 특근은 회사와 노동조합이 하는 가장 중요한 생산 협의의 한 과정이며, 매달 말경 차기 월의 생산협의를 통해서 잔업과 특근을 결정하고 있다”며 “사측이 6월 30일자로 노조전임자를 전원 무급 휴직 처리함에 따라 노동조합에는 회사 쪽과 생산협의를 할 인원이 존재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기아차 노조는 “월말 특근에 대한 생산협의 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라인운영에서 진행되어야 할 각종 산업안전, 인원 운영 등에 대한 부서협의도 업무시간 중 조합활동에 대한 회사측의 무급처리 및 징계 방침으로 대의원들이 협의에 응할 수 없다”며 “이후 지속적인 생산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7월 생산특근을 포함한 생산협의는 노동조합이 거부한 것이 아니라, 노동부의 무리한 행정지도와 회사의 무리한 노무관리 매뉴얼로 인해 불가피하게 빚어졌다는 것이다.

김태영 기아차지부 부지부장은 “보통 부서협의는 일과 중에 하는데 일과 중에 대의원 부서 협의를 하려면 무급으로 하라는 것”이라며 “상식적으로 누가 무급으로 부서협의를 하려고 하고, 퇴근하고 7시 30분에 누가 부서 협의를 하겠느냐. 이런 협의는 회사에도 필요한 일인데도 타임오프 한도 시간을 노조전임자(근로시간 면제자)만 100% 다 쓰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6월 28일 기아차 지부 임단협 투쟁 승리 결의대회

무파업 보상? 조합원들은 바보가 아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기아차 사쪽은 노조와의 임금단체협상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 사쪽은 전임자문제만 다룰 특별단체협상만 먼저 하자는 입장이다. 기아차 지부는 전임자문제만을 대상으로 한 특별교섭이 아닌 2010년 기본급과 2년마다 갱신하도록 한 단체협약을 가지고 임금/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기아차 지부는 올해 기본급 외에도 주간연속 2교대 문제를 주요 협상 대상으로 삼았다.

사쪽은 여전히 노조와 교섭을 하기보다는 언론플레이 등으로 노조를 압박하는데 주력하는 상황이다. 서종영 기아차 사장은 최근 조합원들에게 보낸 통신문에서 “올해 무파업을 실현한다면 경쟁사에 뒤지지 않는 무파업 보상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그러나 노조 쪽은 무파업 보상은 또 다른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어떤 제안이든 단체협상 자리에서 하라는 것이다.

김태영 부지부장은 “노조는 그런 얘기를 제안 받은 바도, 전해들은 바도 없다”며 “무파업 선언을 하라는 것은 임금협상과 단체협상을 포기하라는 것인데 그걸 포기하고 파업 보상금을 받는 건 바보짓이라는 것을 조합원들도 다 안다”고 설명했다. 김 부지부장은 “만일 회사가 임금이나 단체협약을 노조가 원하는 대로 다해주겠다면 무파업을 선언 하고 무파업 보상금도 받겠지만, 교섭부터 나오라”고 덧붙였다.

김 부지부장은 “회사가 교섭 자체에 응하지 않기 때문에 조합원들도 회사가 너무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계속 교섭에 안 나온다면 조합원들의 감정은 회사로 자연스레 갈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파업돌입 가능성을 암시했다.

한편 기아차 지부는 투쟁수위를 점점 높여가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2일과 5일엔 화성공장과 소하리 공장 본관 앞에서 500여명이 모여 임금단체협상투쟁 승리-교섭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7일엔 광주공장 본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9일엔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1박 2일 노숙 투쟁도 예고하고 있다. 노숙투쟁은 저녁 8시 집회에 이어 9시 반엔 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문화제가 끝나면 200여명의 전임자들이 본사 앞에 침낭을 깔고 노숙농성을 벌인다. 또 12일부터 16일까지는 판매/정비 권역별 합동 결의대회도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