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주민증, 5월에 국민 몰래 도입하려다 무산

전자서명, 운전면허증, 건강보험증도 통합가능
사실상 ‘통합전자신분증’...반발

행정안전부가 8일 주민등록증 수록사항 등을 정비한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재입법예고하면서, 전자주민증 재추진을 공식화 했다. 그러나 지난 5월 관련법을 입법예고하면서 ‘전자칩’을 법에 명시하지 않고 전자주민증을 도입하려고 해 논란이 예상된다.

또한, 새 전자주민증에 전자서명, 운전면허증, 의료보험증 등 다른 증명서도 수록될 수 있게 할 방침이라고 밝혀 전자주민카드 논란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7년 당시 행자부가 공개한 전자주민증 시제품
행안부는 지난 5월 주민등록증에 성별과 생년월일, 주민등록증 발행번호 등을 추가로 기재하는 내용의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공개했다가 ‘주민등록증에 표기하는 정보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를 전자적으로 수록할 수 있다’는 조항을 이번에 추가해 다시 입법예고했다. 또,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지문 등을 내장된 전자칩에 숨기되 이름, 생년월일, 성별 등은 드러나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관련사항에 대한 입법예고가 올해만 벌써 3차례나 이루어져 의구심을 낳고 있다.

주민증 수록사항, 올해만 3번째 바꿔

지난 3월 행안부는 2012년 이후에 있을 주민등록증 일제경신에 대비해 주민등록증에 서명, 주민등록증 발행번호, 유효기간 등을 추가 수록하는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다 5월에 재입법예고를 하면서 전자서명은 수록사항에서 사라졌고 대신 성별과 생년월일이 새롭게 추가 수록사항으로 등장했다. 이번 7월에 이루어진 3번째 (재)입법예고에서는 또 새로이 전자칩 도입을 천명하면서 전자주민증 도입을 공식화 했다.

지난 3월 첫 입법예고 당시에도 전자주민증 도입 논란이 있었다. 당시 행안부 관계자는 행안부 내부에서 전자주민증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정부가 전자주민증 도입을 목표로 연속적으로 조금씩 법을 조금씩 바꾸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당시에도 제기되었다.

5월 입법예고때 전자(칩) 수록 부분 빼...법제처 반발로 ‘전자 수록’표기

이미 3월 개정안에 ‘서명’을 추가수록 사항으로 두면서 그 이유를 ‘금융거래 등을 할 때 보편화한 서명을 본인 확인 수단으로 수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서명이 전자서명 형태로 디지털화 되지 않는다면 굳이 주민증에 삽입할 이유가 없는 사항이었다.

또한, 5월 개정안에서 성별과 생년월일을 주민증 추가수록 사항으로 둔 것도 전자칩 도입을 염두에 둔 것임을 알 수 있다. 주민등록번호가 전자칩에 수록되면서 겉면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면 굳이 성별과 생년월일을 주민증 겉면에 수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 5월 입법예고에서 스마트칩을 염두에 두고 입법예고를 했으나, 법제처에서 이 부분이 법에 명기되어야 한다고 밝혀 7월에 다시 입법예고를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사실상 정부가 5월 주민등록법 개정을 하면서 국민들 몰래 전자주민증을 도입하려다가 법제처의 반대로 무산되었다는 것을 밝힌 것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전자주민카드 논란 그대로 재현될 듯

한편, 전자칩에 전자서명, 운전면허증, 의료보험증 등도 삽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본인이 원할 경우 전자칩에 전자서명, 운전면허증, 의료보험증 등을 삽입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본인이 원한다는 단서조항이 붙었지만 운전면허증이나 의료보험증 등 다른 국가증명서도 전자칩에 삽입되면 사실상 통합신분증명서로 기능을 하게 된다. 여기에 전자서명이 도입되면 전자금융거래에서 확실한 인증도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전자칩에 다른 신분증까지 수록된다면 사실상 통합신분증 기능을 하고 전자서명이 국가신분증에 도입되면서 전자인증을 하게 되어 과거 전자주민카드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며 “이 주민증은 사실상 통합전자신분증이다”고 밝혔다.

때문에 1998년과 2006년, 2007년 논란이 재현된 전자주민증 논란이 고스란히 다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주민카드는 1999년 당시 정부가 최초로 도입하려고 했으나 국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또한 2006년에는 행정자치부는 삼성에스디에스(SDS) 등이 참여한 한국조폐공사 컨소시엄에 주민증 발전모델 연구용역을 의뢰해 전자주민증을 도입해야 한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다시 논란이 되었다. 그러다 2007년 8월에 행자부가 전자주민증 시제품을 공개하고 2008년부터 공무원과 시민 1만명을 대상으로 시범실시에 들어간다고 발표해 갈등이 증폭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