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 주사침에 찔려도 피 짜고 말아

병원 청소 중 각종 세균과 감염성 질병에 노출, 근본대책 필요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 노동환경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상당수가 청소도중 주사바늘에 찔리는 부상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는 21일 오전 서울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에는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 109명중 125명이 응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54%가 서울대병원에서 일하다가 다친 경험이 있고 부상 종류로는 관절 부위의 꺾임이나 삐임(42.5%), 주사바늘에 찔리는 경우(42.5%)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이들 청소노동자들은 주사바늘에 찔리고도 적절한 감염예방 조치나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주사바늘에 찔리는 이유는 사용한 주사바늘이 들어오면 안 되는 비소독물실에 일반쓰레기와 같이 섞여 들어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비소독물실은 환자복과 각종 폐기물, 환자의 분비물, 수술 피주머니 등을 버리는 곳으로 주사바늘 폐기물은은 따로 버리는 곳이 있다.

의료연대 서울지부 한 관계자는 “서울대병원은 병실이 많다보니 각종 감염환자가 많고 균으로도 감염이 전파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사바늘에 간호사들이 찔리면 감염관리실에 신고한다”며 “신고하면 소독을 하고 감염이 됐는지 혈액검사를 하고 잠복기가 지나면 다시 검사하는 시스템이 돼 있지만 청소노동자는 바늘에 찔려도 특별한 조치를 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소노동자는 따로 감염관리를 하지 않고 반장 등에게 보고하면 응급실로 가라거나 혼자 바쁘게 일하다 보면 피를 짜고 흐르는 물에 흘려보내는 실정”이라며 “임단협에서 감염보호를 위해 새로 온 노동자에게 감염예방 교육이나 분비물 등에도 조심하도록 하는 교육과 신고하는 시스템설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간호사들은 주사바늘에 찔려도 어떤 병을 가진 환자의 바늘에 찔렸는지 알 수 있어 감염 예방 관리가 가능 하지만 청소노동자들은 쓰레기통을 치우다 찔리기 때문에 어떤 환자의 주사침인지 알 수가 없어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의료연대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청소노동자들은 일하다 다친 후에도 치료는 집에서 자가 치료를 하거나 치료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42.8%를 차지했다. 심지어 자신의 일터인 서울대병원에서의 치료가 17.1%로 가장 낮게 나타나 최소한의 적절한 응급조치도 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드러냈다.

또 병원 특성상 각종 세균과 감염성 질병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갑이나 마스크 등 최소한의 보호구 조차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70.1%)으로 나타나 산업재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것도 확인됐다.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은 일하면서 폭언이나 비하 등 인격적 무시를 당한 경험이 48.3%로 나타났다. 출근시간이나 휴게시간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는 답변도 높게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의 취업규칙상 업무시간은 6시~16시이며 이중 2시간은 휴게시간으로 임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응답자의 47.3%는 일이 많거나 일찍 출근해야 할 일을 할수 있어서 규정된 출근시간보다 30~60분정도 일찍 출근하고 있으며, 60.2%가 휴게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식사문제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응답자 중 88.3%는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있으며, 식사비 부담 때문이 92.5%로 가장 많았다. 문제는 대다수가 경제적인 이유로 도시락을 이용하고 있지만 서울대병원에는 청소노동자가 식사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게실이 전혀 없었다. 노조는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은 주로 식사를 물품보관실에서 이용 하지만 이 곳은 각종 청소용 물품 등을 보관하는 곳으로 매우 비좁고, 위생상 식사나 휴식에 전혀 적합하지 않은 공간”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이연분 민들레 분회장은 “우리는 그동안 근무여건을 철저히 외면당했고 유령인간으로 살아왔다”며 “병원 사용자가 한번이라도 우리에게 관심을 주었다면 분노하지도 않고 노조를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 분노가 쌓여 노조를 만들고 우리에게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비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20일부터 1박2일로 청소노동자 현장 체험에 참가한 보건의료 학생단체 ‘매듭’이 함께 했다. 현장체험에 참가한 한 학생은 “오전 4시 반에 일어나 6시부터 현장을 함께 순회하며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일도 하고 얘기도 나눠 보려고 했지만 청소시간이 촉박해 그 마저도 어려웠다”고 밝혔다. 또 “한 청소노동자에게 식사를 같이 하자고 했더니 ‘나는 어디서 먹느냐’는 답이 돌아왔다”며 “공간이 너무 좁아 학생들에게 내주면 밥을 같이 못 먹기 때문이었다“고 실태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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