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이중잣대? 타임오프 땐 압박, 불법파견은 느슨

민주노총, 사내하청 판결에 따른 확고한 행정조치 요구

지난 22일 대법원의 사내하청 불법파견 판결을 놓고 노동부가 축소 해석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어제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든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인 것은 아니며 2007년 7월 이전에 사내하청근로자가 불법파견으로 2년 이상을 근무한 경우에는 원청에 고용이 된 것으로 간주되며 2007년 7월 이후는 원청사업주에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또 "불법파견 여부는 2007년 파견·도급 판단기준에 따라 개별사업장의 실태를 보고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면서 "모든 사내하청에 대해 전면적인 실태조사는 어려우나 원·하청 근로자가 혼재돼 있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실태점검을 실시하고 파견법 위반사례가 적발될 경우 법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부는 전면적인 실태조사는 8월 하순께로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노동부가 불법파견 실태에 대해 구체적인 조사 계획도 없고 조사 대상도 일부에 한정하겠다는 것으로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실제 노동부는 타임오프 한도 적용을 두고선 각 지청마다 근로감독관이 수시로 노사 관계자를 찾아가 단체협상에 개입하곤 했다. 불과 20일 전 타임오프 적용을 위해선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들을 몰아붙인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노동부가 타임오프 한도를 사업장에 강제로 안착시키기 위해 만든 타임오프 매뉴얼은 노동계와 정치권에서 위법성 논란까지 일으켰다. 그러나 사내하청 불법파견 문제는 대법원에서 명백히 불법이라고 규정했지만 타임오프 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로 불법 시정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은 29일 성명서를 내고 “과거 오랜 기간 동안 위장도급 방식을 통한 사용자들의 비정규직 남용과 노동착취는 마구잡이로 확대돼 왔고 급기야 ‘동희오토’와 같은 매우 극단적인 위장도급과 불법파견 공장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고 노동부의 책임을 물었다. 동희오토는 기아차 모닝을 생산하는 공장으로서 노동계는 사실상 현대-기아차 서산공장이라고 주장해왔다. 현대-기아차그룹이 부품이 아닌 완성차를 만드는 공장 전체를 통째로 도급관계로 꾸며 직접고용을 회피하고, 이도 모자라 또 2차 파견노동(사내하청)을 통해 공장노동자의 100%를 고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렇듯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이 만연하고 동희오토 같은 극단적인 사례마저 등장한 이유는 파견법 적용의 형식적 해석과 더불어 불법파견을 조사‧시정해야 할 주무 부처인 노동부의 직무유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어제(28일) 노동부는 대법의 판결에 따라 빠르면 8월말부터 1달가량 사내하청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면피용에 지나지 않다”며 “우선 만연한 불법파견의 범위에 비해 조사범위를 컨베이어작업으로만 애써 제한했을 뿐 아니라, 그 방식과 후속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전혀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타임오프 한도 적용에서 보인 신속함과 집요함은 찾아볼 수 없고 사실상의 최종 판결인 대법판결을 무시하고 형식적인 확인 절차에 불과한 고법판결을 지켜보겠다며 시간을 벌려고 하는 노동부의 태도는 불법파견을 악용해 온 사용자의 심정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노총은 “노동부가 행정력 부족으로 핑계를 대려면 노동조합과 노동자 개인 등 그 당사자가 조사‧개입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며 “이번 판결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엄중하고도 지체 없이 사용자를 처벌하고 직접고용을 명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혹여나 노동부가 이렇듯 좋은 일자리 창출의 기회를 무산시키고 또 다시 ‘파견업종 허용확대’나 만지작거린다면 감당하지 못할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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