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지난 2일 송태호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가 '천안함 어뢰 1번 글씨 부위 온도계산'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어뢰 추진체 '1번 글씨'는 첫째, 폭약이 바닷물을 밀어내는데 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둘째, 디스크의 두께가 50mm가량 돼 글씨가 쓰인 뒷면까지 열이 전달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면서 "뒷면의 온도는 단 0.1도도 안 올라가 열손상을 입을 수 없다" 고 이승헌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승헌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는 지난 5월 31일 "250kg의 폭약량에서 발산될 에너지 양에 근거해, 폭발 직후 어뢰 추진 후부의 온도는 쉽게 350 혹은 1000도씨 이상 올라가게 돼 잉크가 타버리게 된다"며 “어뢰에 쓰여진 '1번'은 지워져야 한다”고 주장한바 있다.
송태호 교수의 논문이 공개되자 이승헌 교수는 지난 4일 한겨레 칼럼을 통해 “송태호 교수의 계산대로 ‘1번’이 써 있는 디스크 후면에 0.1도의 온도 상승도 없었다면 폭약이 들어 있는 탄두에서 디스크보다 더 멀리 떨어진 프로펠러에 어떻게 폭약 성분인 알루미늄이 흡착되어 있었는지 설명이 안 된다”고 짤막하게 지적했다. 이 교수는 “송 교수 주장대로라면 버블의 반경이 어뢰 가장 끝부분에 있는 프로펠라 부분까지 다다르는데는 0.15초 정도가 걸리고, 그 때는 버블과 폭발에서 파생되는 물질들의 온도는 영하의 온도이게 된다. 이 온도에서는 알루미늄 산화물이 고체 상태가 되어 프로펠라에 흡착될 수 없다”고 국방부의 알루미늄 산화물 흡착설과의 모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송태호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알루미늄 산화물이 폭발 결과 붙었다는 합조단의 주장과 상충된다는 것이다.
이승헌 교수는 4일의 짧은 칼럼에 이어 5일엔 2장짜리 보고서를 최문순 의원에게 보냈다. '송교수의 버블팽창이 가역적이라는 가정의 맹점'이라는 간단한 보고서는 송 교수의 논문에 대한 반박으로 폭발과정이 비가역적임을 논증하는 물리학 공식을 담았다. 이승헌 교수는 보고서에서 “송교수의 가정대로라면, 폭발 직후 초기 버블은 반지름 0.33m에 온도가 3003℃가 되며, 이것이 어뢰 길이인 7m에 해당되는 곳까지 팽창하면 영하 63℃(209K)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얻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송 교수 말대로라면 사람이 폭발 현장에 서 있으면 얼어 죽을 것"이라면서 "이는 폭약이 터졌을 상황을 떠올릴때,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승헌 교수는 폭발과정을 두고 "이상기체가 진공으로 비가역적 과정을 통해 팽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대기압의 기압은 1기압이므로 버블 내의 압력에 비하면 버블 밖의 압력은 진공으로 간주할 수 있다"면서 "이 비가역적 과정에서는 버블이 팽창할 때 굳이 추가의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팽창 전후의 온도가 똑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렇게 팽창 전과 후의 온도가 똑같은 비가역 과정을 염두에 두고, 어뢰 폭발에 초점을 맞춰 보면 7미터 거리에 떨어져 있는 사람은 섭씨 3000도의 기체로 화상을 입을 것"이라며 "이런 사실은 이공계 대학생이 1학년 때 배우는 물리학 교과서에 나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승헌 교수의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