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집회할 권리를 사는 대기업들

[기고] 대기업 본사 앞은 집회 금지?..유령·허위집회로 집회 자유 짓밟혀

집회? 얼마면 돼?

요즘 서초경찰서 민원실 앞은 매일 북새통이다. 집회신고를 내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현대기아차 용역들 때문이다. 10명이 넘는 이들이 하는 일은 오로지 하루에 한 건 집회신고를 내는 것이다. 하루종일 줄을 서서 기다리고, 교대시간이 되면 야간반 용역에게 자기 자리를 넘기고, 그렇게 몇 일을 기다려서 신고를 낸 후에는 다시 맨 뒤로 가 줄을 서고 …. 이것이 현대기아차 집회신고 용역의 일상이다. 그리고 이렇게 하루의 집회신고를 내기 위해 현대기아차 자본이 들이는 돈이 대략 240만원이다.(10명*2교대*12만원) 집회를 돈으로 사고 있는 것이다.

집회를 돈으로 사는 것은 비단 현대기아차 자본만이 아니다. 삼성 본사 및 계열사 앞에서 집회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노동자건강권 쟁취를 위해 투쟁하는 반올림과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의 집회를 막기 위해 삼성자본은 본사와 공장 앞에 365일 허위집회 신고를 하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오로지 돈! 돈! 돈!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집회조차도 돈 있는 자들에게만 보장된다.

  동희오토 조합원들이 집회신고를 하기 위해 서초경찰서 앞에서 24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출처: 자료사진]

웃기지도 않는 가지각색 풍경들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완전하게 보장하지 않은 법 체계와 자본의 허위집회로 웃기지도 않은 가지각색 풍경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집회신고를 하기 위해 온 용역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경찰서는 기본이다. 동작 경찰서를 비롯한 몇몇 경찰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일 새벽 집회신고자들을 모아 ‘달리기 시합’을 시켰다. 시계가 자정을 가리키자마자, 집회신고자들은 마치 100m 달리기 선수처럼 뛰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이 민원실 창문을 손으로 짚어 승리를 알리면, 경찰서 관계자는 그의 서류를 받아 접수한다. 이 나라에서는 집회의 자유가 가장 빨리 달리는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주어진단 말인가?

뿐만 아니다. 요즘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동희오토 노동자들을 탄압하기 위해, 현대기아차 직원과 용역들은 ‘정말로’ 집회를 한다. ‘교통질서를 지킵시다’라는 뜬금없는 피켓을 든 직원과 용역 수십명, 때로는 백여명은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24시간 집회를 한다. 교통질서 지키기 집회를 하기 위해 매일 수천만원의 돈을 들이는 현대기아차에 상장이라도 줘야 하는 것일까? 노동자의 투쟁을 탄압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본의 행태에 이제는 헛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든 금지시켜라!

이러한 자본의 허위집회, 유령집회를 앞장서 도와주고 있는 것은 바로 경찰이다. 집시법을 악용하여 노동자들의 집회에 마구잡이로 금지통고를 하는 것이다. 금지되는 집회는 비단 자본이 허위집회 신고를 낸 집회만이 아니다. 중복집회가 아닌 경우에도 경찰은 노동자들의 집회를 금지한다. 명예훼손이나 접근금지 가처분 등이 노동자 투쟁을 막는 가장 쉬운 수단 중 하나이다. 현재 현대기아차 또한 가처분 신청을 하여 자신에게 문제제기하는 모든 사람들을 회사 근처에도 못 오게 하려하고 있다. 이런 일은 노동자 투쟁의 역사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1000일 가까이 투쟁하고 있는 재능교육 학습지 노동자들 또한 사측의 가처분으로 인해 매일 수백만원의 벌금을 감수하며 투쟁을 해야 했다.

또한 혜화서는 학습지 노동자들의 집회를 ‘주택가이기 때문에 안 된다’, ‘국가 주요도로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등 갖가지 이유를 붙여가며 금지해왔다. 그러나 이유는 중요치 않다. 경찰은 오로지 노동자 투쟁으로부터 자본을 보호하기 위해 집회를 금지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온갖 이유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허위집회신고와 집회금지통고의 문제점은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이러한 방해공작이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노동자들의 지난한 투쟁의 결과, 법원은 혜화서의 집회금지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8월 13일, 학습지 노동자들은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당당하게 집회를 했다. 뿐만 아니다. 수원지방법원도 반올림이 중복집회임에도 불구하고 삼성 기흥공장 앞에서 집회를 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허위집회신고와 경찰의 집회금지통고의 문제점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완전한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위해 계속 투쟁해야 한다. 돈과 권력으로 집회를 사는 자본가들에 맞서 이러한 문제가 있음을 대중적으로 알려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법제도적인 개선을 쟁취해내야 한다. 또한 노동자들의 집회와 투쟁을 연대로 사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투쟁으로 집회 및 시위의 자유, 완전히 쟁취하자!
덧붙이는 말

'비정규없는세상만들기'는 오는 18일 동희오토 관련 현대기아 측의 허위 집회 신고 및 공권력의 야합에 관련한 기자회견과 기타 공동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 기고는 사전에 허위집회신고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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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태(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공동실천위원회 회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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