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용 무제한 감청하는 ‘패킷감청’ 인권침해 심각”

시민단체, 패킷감청 헌법 소원 제기

과거 국가보안법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는 김형근 교사가 지난달 27일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패킷감청을 당한 사실을 통보받았다. 국가정보원이 보내온 감청통지서에 따르면 김 교사는 2009년 4월 1일부터 2010년 11월 18일까지 1년 반에 걸쳐 자신의 명의로 가입해 사용 중인 8개의 이메일 계정에 대한 접속기록과 2010년 11월 18일부터 2011년 1월 15일까지의 접속지 추적자료(실시간 접속 IP추적)를 감청당했다.

감청 통보를 받은 후 김 교사는 누가 늘 자신의 생활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생활은 더 위축됐고 이메일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게 됐다. 수신 상대자 역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과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던 이들 중 6명은 이미 국정원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무혐의 판정을 받았지만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친목을 위해 만든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소한 글을 적는 것도 주저하게 됐다. 일상적인 메모나 일기를 쓰면서 조차 자기검열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참담함이 느껴졌고, 최근에는 어두침침한 골목에서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테러를 당하는 상상까지 든다. 잠을 잘 수 없는 시간이 점차 길어지고 삶은 더 피폐해지고 있다.



김형근 교사가 헌법재판소에 인터넷 ‘패킷감청’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김 교사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진보네트워크, 한국진보연대 등 ‘공안기구감시네트워크’는 29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패킷감청’이 감청 대상이나 내용을 특정하여 감청할 수 없다는 점에서 특히 인권침해적인 감청기술”이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통신의 자유 및 사상과 양심의 자유, 통신 비밀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있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김민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김형근 교사, 이광철 변호사

패킷감청을 이용하면 대상자가 이메일과 메신저의 발송 및 수신내역과 그 내용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접속한 사이트 주소와 접속시간, 대상자가 입력하는 검색어, 전송하거나 수신한 게시물이나 파일의 내용을 모두 볼 수 있다.

또 패킷감청은 피의자의 컴퓨터를 오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는 것이므로 피의자가 접속하는 모든 웹페이지 조소 목록과 이동경로 및 로그인 정보, 해당 웹페이지에 접속한 시간과 기간, 컴퓨터를 켜고 끈 시간 등 정확한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이에 김 교사의 법률대리인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광철 변호사는 “패킷감청은 헌법 제18조 통신의 비밀과 자유, 제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제10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며 “법원이 패킷 감청을 허가하는 것은 피의자뿐 아니라 그와 통신을 한 이들의 통신의 자유와 사생활의 비밀 자유까지 유명무실하게 하므로 감청 허가요건을 규정한 통신비밀보호법 2조 7호와 5조 2항, 6조는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국가정보원은 대한민국 전체 감청의 97%에 달하는 압도적 감청을 집행하고 있지만 국내 범죄 수사를 담당하지 않고 오로지 국민감시, 사찰하는 목적으로 인권침해의 소지가 크다”며 “국가정보원의 ‘감청’ 그 자체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패킷감청에 대한 법원의 허가는 사실상 ‘포괄적 백지 허가서’를 발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패킷감청은 피의자뿐 아니라 그와 통신을 한 사람들의 통신의 자유 및 사생활의 비밀 자유까지 유명무실하게 만들어버린다”며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국민의 통신의 비밀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패킷감청을 금지함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교사는 전북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던 2005년 5월 ‘남녘 통일 애국 열사 추모제’ 전야제에 학생들과 함께 참가하고 이적표현물을 소지, 전파했다며 경찰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나 1, 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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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소원 , 패킷감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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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무진님

    국민감시는 무슨 얼어죽을...
    그러다가 나쁜 짓하는 것 놓치면 어떻할겨.
    헌법재판소가 현명한 판결을 하길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