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양대노총 노조법 5개 의제만 발의

진보신당 불참, “민주당 의지 있나”...홍영표, “입법 기술상 문제”
이정희, “대선 이후 지킬 첫 약속”... 정동영, “민주당 진보성의 확인”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 야3당과 양대노총이 29일 노조법 재개정 5개 의제 공동입법 발의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번 공동 입법발의에 야권연합 행보를 함께 해온 진보신당이 빠져 논란이 예상된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진보개혁진영의 야권연합의 기반을 위한 노동분야 정책연대 선언이었지만 첫 출발부터 민주노총의 요구안을 모두 담아내지 못하고 논란을 안고 출발한 것이다.

  야3당과 양대노총은 진보신당 불참 결정 후 미처 현수막을 바꾸지 못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애초 민주노총이 2월 첫 논의 단계부터 요구해온 노조법 재개정 의제는 8개였다. 그러나 재개정 의제 8개중 3개는 28일 민주노총과 민주당이 최종 조율하는 과정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날도 △복수노조 자율교섭 보장 △전임자 임금지급 노사자율 2개 의제만 우선 처리하자고 밝혔으나 최종적으로 5개 의제를 우선 처리 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진보신당을 포함한 야4당과 민주노총은 지난 2월부터 노동현안에 대한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노동대책회의라는 모임에서 노동정책에 대한 전반적 논의를 함께 해 왔다. 그러던 중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파기하자 야4당과 양대노총 모임으로 확대 됐다. 야4당과 양대노총은 지난 3월 27일에 8개 의제를 담은 공동입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지만, 이때도 민주당이 2개 의제만 먼저 발의 하자고 입장을 굽히지 않아 기자회견 직전 4월 말로 미뤄졌다.

이런 과정에 따라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 정동영 민주당 의원, 홍영표 민주당 의원, 노항래 국민참여당 정책위원장은 진보신당이 불참한 상태에서 2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입법발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야3당과 양대노총은 긴박한 당면 노동문제를 고려해 △노동자성 및 사용자성 확대 △노조 설립절차 개선 △복수노조 자율교섭 보장 △전임자 임금지급 노사자율 △단체협약 해지권 제약에 대하여 우선 공동 입법발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8개 의제에서 빠진 △산별교섭 보장 △손배가압류 제한 △필수유지업무제도의 축소 및 보완 등에 대해선 5,6월에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정기국회 전까지 공동으로 입법발의를 추진해 나간다고 밝혔다.

이들은 “노동기본권이 배제된 사회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말할 수 없고, 온전한 ‘복지’가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라며 “야3당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한 모든 노동자들에게 헌법상 기본권리인 노동3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기본 기조에 일치하였다”고 밝혔다.

또 “노조법 입법발의로부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연석회의 기구를 구성하고 본 교섭이 개시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며 “노조법 전면 개정안이 환경노동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원안대로 의결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홍영표 의원, “민주노총과 입장 같지만 입법기술상 문제로 5개만”
강상구 진보신당 대변인, “민주당 계속 말 바꿔. 의지의 문제”


반면 진보신당 강상구 대변인은 야3당-양대노총 기자회견 직후 브리핑을 통해 공동입법발의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배경을 설명했다. 강상구 대변인은 “3개월 여 논의 과정에서 8개 쟁점을 공동발의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우선 공동발의에서 제외된 3가지 쟁점이 결코 합의된 5가지 보다 부차적이라고 볼 수 없다. 민주노총이 제안한 8개의 핵심 쟁점이 거대야당이 입장을 바꿨다는 이유로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강상구 대변인은 “어느 때보다 야권연대가 강조되고 있는 때, 가치연대의 핵심적 과제가 초반부터 이처럼 중요 쟁점을 미룬 채 진행되는 상황에 유감을 표한다”며 “제대로 된 야권연대는 선거공조를 넘어 노동자 서민의 생존권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순차적으로라도 법안발의를 해나가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을 두고 강상구 대변인은 “공동 입법발의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나머지 3가지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참여하지 않는 게 더 낫겠다고 판단했다”며 “야권연대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의미도 전달하고 싶었다. 이것 때문에 야권연대가 크게 틀어지지 않겠지만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환기 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진보신당의 문제제기를 놓고 홍영표 의원은 “오늘 발표하지 못한 3개 사안은 민주당을 포함해 모든 야당이 기본적인 방향과 내용에 대해 동의한다. 입법기술상 문제를 포함해 조금 더 검토할 필요가 있고 공론화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정기국회 전에 공동발의 하겠다. 공동발의 과정은 내년 야권연대와 통합,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한 정책적 조율과정이 될 것이고 그것을 통해 야권연대와 통합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설명했다.

홍영표 의원은 “3개 사안을 민주당이 반대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에서 이런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으니 그런 법조문을 가져와 보라는 것이다. 우리도 문제의식을 똑같이 느끼고 있다”고 해명했다.

홍영표 의원은 또 “3가지 사안이 노동문제의 전체가 아니다. 특수고용 문제도 있고 최저임금도 있다. 노동문제는 굉장히 많다. 3가지 사안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지만 비정규직 문제 등을 보면 부분적이다. 이견은 최대한 조율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홍 의원은 “손배가압류 문제는 우리도 굉장히 심각하다고 본다. 그런데 법률적으로 검토해 보면 법이 미비해서가 아니라 법원에서 운영을 그렇게 하는 것이 문제”라며 “지금도 정당한 쟁의행위를 처벌 하지 못하게 돼 있다. 여러 아이디어를 냈지만 법조문으로 하기가 어려웠다. 공감대가 필요하다. 의원이 법안을 내더라도 상위법이나 다른 법과 상충되면 입법을 못하게 된다”고 밝혔다.

산별노조 법제화에 대해선 “산별을 강화해야 한다는데 동의하지만 산별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약간 다르다”며 “산별 법제화를 해 놓으면 모든 개별기업과의 노사교섭을 못하게 하고 산별로 강제해 사용자가 교섭에 안 나오면 처벌해야 하는데 법제화는 문제가 있다. 대신 산별교섭을 법적으로 어떻게 강화 하느냐는 측면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필수유지업무도 완전히 폐지하자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가 어렵다”며 “그러나 단체 단체 행동권을 제약하는 요소가 있으니까 가능하면 필수유지업무도 축소하고 보완하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진보신당은 이런 홍영표 의원의 입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강상구 대변인은 “민주당은 어제도 두 개만 먼저 발의 하자고 했다. 민주노총과 3시간을 얘기해 간신히 5개로 늘린 것이다. 민주당은 계속 말을 바꿔왔다”며 “기왕 야권연대를 하고 내용을 가지고 할 거면 우선순위를 정리해서 의지를 갖고 밀어붙여야 한다. 손배가압류 문제가 공론화 안됐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것 때문에 노동자가 죽기도 많이 죽었는데 왜 공론화가 안됐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홍 의원 말대로 법안으로 하면 따질 것이 많다. 그러나 문제는 법안을 따지는 문제가 아니다. 의지의 문제”라며 “민주당이 손배가압류 문제를 뒤로 미루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또 “산별교섭 법제화는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수단으로 산별 노사관계로의 전환은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적규직 차별을 해소할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해외 복지국가의 역사에서 산별노조는 보편적 복지국가 형성의 주요 주체이자 수단이 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필수유지업무를 놓고는 “공공부문의 노동3권을 박탈하는 대표적 악법으로 지적돼왔고, 당초 폐지라는 원안에서 일부 축소로 입장이 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우선 공동발의에서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진보신당은 5개 의제 공동입법 발의에는 함께 하지 않지만 이 법안이 통과 되도록 하는 데는 함께 할 예정이다. 또 노동대책회의 논의에서 지속적으로 나머지 3개 의제 법안 발의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내년 노동계를 중심으로 한 야권연합의 중요 고리

이날 야3당과 양대노총이 공동 입법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은 사실상 국회 환경노동위 통과도 장담하기 어렵다. 환노위 위원 16명중 한나라당은 10명, 자유선진당은 1명, 민주당은 4명, 민노당은 1명이다. 진보 개혁 성향의 의원이 5명 뿐인 상황에서 노동부까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노조법 개정안통과는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야3당이 공동 법안발의를 한 것은 양대노총-야권연합 정책연대라는 노동정책 틀을 통해 야권연대를 더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다.

홍영표 의원은 “한나라당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일단 한나라당을 설득해볼 생각이다. 타임오프는 한나라당 환노위 의원들도 문제가 있다고 하는 분들이 많아 간사로서 협의를 해보겠다”면서도 “노조법 개정안은 18대 국회에서 입법이 안 되더라도 내년 총선에서 공동의 노동정책이 되는 것이고 정책연대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국회 통과는 어렵지만 노동문제를 두고 야권 정책연대 실현이라는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이정희 민노당 대표도 “노동절을 앞두고 야당과 양대노총이 함께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발의 한 것은 야권연대를 밑으로부터 구체적인 부분에서 합의해 가는 과정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야권연대가 국민이 바라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 진보적인 정책을 공동 목표로 해 나간다면 야권연대의 힘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대표는 이어 “이것은 올 정기국회와 내년 총선 이전까지 까지 야당의 합의이고, 내년 총선에서 야당이 국회 구도를 바꾸면 가장 먼저 실현시키고 책임질 것이 무엇인지를 공표한 것이며 2012년 대선 이후에 가장 첫 번째 지킬 약속”이라며 “특히 야권연대가 이전에 약간의 차이 있던 노동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정책합의를 하고 법안발의까지 간 것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보다 강하게 야권연대의 의미를 부여했다. 정동영 의원은 “비정규직 문제에 원죄가 있는 민주당이 진보야당과 함께 하는 것은 민주당 노선의 대전환이고 진보성의 확인”이라고 강조했다. 정동영 의원은 “4.27 이후 야당이 갈 길은 명백하다. 내년 역사적 대전환은 노동문제에서 시작한다. 우리시대 참혹한 양극화 현실에 대한 직접적 해법은 정권교체”라며 “그 가치에 우선하는 것은 없다. 국민은 정권교체의 해법으로 1:1로 야권과 한나라당 후보가 맞서면 야권에 정권을 준다는 신호를 줬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이 어떻게 내년에 1:1 맞장 구도를 만드느냐는 그 길에 노조법 공동발의와 양대노총 함께 하는 것은 대단한 역사적 의미”라고 재차 설명했다.

정 의원은 “지난 십 수 년 동안 우리사회가 걸어온 신자유주의 시장만능 국가의 길을 버리고 사람이 대접 받는 복지국가의 길이라는 역사적 대전환을 위한 공동 노력을 다짐하면서 이 법안이 여당과 함께 심도 깊게 논의돼 정기국회에서 통과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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