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아날로그 시대 판례로 X파일 통비법 위반이라니”

대법원 안기부 엑스파일 공개한 노회찬 전 의원에 일부 유죄

대법원 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가 13일 이른바 안기부 엑스파일 녹취록을 인용해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을 판결을 일부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대법은 노회찬 대표에게 명예훼손 혐의는 무죄를 그대로 유지했지만 보도자료를 인터넷에 게재한 행위를 두고선 면책특권에 해당하지 않고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출처: 진보신당]

대법원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놓고 “도청내용 공개로 재계와 검찰의 유착관계를 고발해 수사를 촉구하려는 공익적 효과는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상당부분 달성된 상태였기 때문에 이를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이 검찰의 수사를 촉구할 목적으로 보도자료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했다고는 하나 이미 언론매체를 통해 그 전모가 공개된 데다가 국회의원이라는 피고인의 지위에 기해 수사기관에 대한 수사의 촉구 등을 통해 그 취지를 전달함에 어려움이 없었다“며 ”굳이 전파성이 강한 인터넷 매체를 이용해 불법 녹음된 대화의 상세한 내용과 관련 당사자의 실명을 그대로 공개한 행위는 방법의 상당성을 결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노회찬 전 대표는 대법의 일부 유죄 판결을 놓고 강한 유감과 함께 조목조목 반박했다. 노회찬 전 대표는 대법이 공익적 효과가 이미 달성 됐다고 본 부분을 놓고는 “당시 국회의원 290여명이 수사를 촉구하면서 특검도입에 대한 법안을 발의했음에도 검찰은 움직이지 않았다”며 “검찰은 동료와 식구들에게는 불법 도청자료를 유출하면서 조사에 대비하게 하고, 동시에 절대 다수 국회의원들의 수사촉구에 대해서는 불법 도청자료를 근거로 수사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강변했다. 몇 달 동안 숱한 언론들이 보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꿈쩍도 않는 그런 검찰에게 그 떡값검사 명단을 알고 있는 법사위원이자 국회의원으로써 어떤 방식으로 수사를 촉구해야 한단 말인가. 달리 어떤 방법이 있느냐”고 개탄했다.

보도자료 내면 언론이 인터넷에 전문 공개하는 시대

또 통비법 위반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보도자료 배포가 국회의원의 직무수행에 부수되는 행위로 면책특권에 포함된다는 대법원의 판례는 인터넷이라는 것이 나타나기 전에 만들어진 판례”라며 “아날로그 시대의 판례로 디지털 시대의 행위를 재단하는 이런 시대착오적인 판례는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면책특권과 관련된 판결은 인터넷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의 판례로 다양한 미디어가 활용되고 있는 현실에서 보도자료를 파일로 전송하던 A4 종이에 인쇄해 배포하던 그 성격은 동일하다는 것이다.

노 전 대표는 “인터넷으로 보도자료를 공개하면 전파성이 더 강하다고 대법원은 판단하고 있지만, 실제 2005년 8월 18일 법사위는 과거와 달리 국회방송을 통해서 전 국민에게 생중계되는 회의였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언론사들은 접수한 보도자료를 그대로 인터넷으로 뉴스로 게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런 변화된 미디어 환경과 국민들의 소통방식을 감안한다면 보도자료를 통상 요즘의 관례에 따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한 것 역시 A4 용지로 인쇄해서 배포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이 취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회찬 전 대표는 “대한민국 법원이 생각하는 정의와 대한민국 국민이 생각하는 정의가 이렇게 큰 차이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이 땅에 정의는 실현되기 어렵다”며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안기부 엑스파일 테이프까지 다 공개해야 된다는 법안까지 제출했던 그 문제의식을 우리 법원이 받아들이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도 논평을 통해 "노회찬 전 대표가 17대 의원 당시 동일한 내용을 언론사에 보도자료 형태로 배포한 것은 면책특권이 적용되어서 무죄이고, 홈페이지에 올린 것은 유죄라니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무엇보다 노회찬 전 대표의 명단 공개를 비롯해, 많은 이들의 용기있는 행동이 없었다면 삼성특검은 물론 수백억 조세포탈과 배임 행위를 저지른 이건희 회장에 대한 처벌 또한 이뤄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대법원의 오늘 판결은 ‘삼성을 건드린 정치인은 누구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삼성의 의도에 그대로 손을 들어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하게 대법은 비난했다.

노회찬 전 대표는 2005년 8월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 앞서 '안기부 X파일' 보도자료를 내고 삼성그룹의 떡값을 받은 것으로 언급된 전·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하고 이를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노 전 대표는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반면 2심에서는 녹취록이 허위사실이라는 점에 대한 검사의 입증이 부족하고 노 전 대표도 허위라는 인식을 하지 못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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